'차떼기'로 대선자금을 받다니
[한겨레] 이른바 ‘차떼기’라는 것은 배추나 무우 따위의 농작물 판매에나해당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현금이 가득 담긴 2.5톤 트럭을통째로 넘겨받았다니 그 발상의 ‘대담성과 참신함’에 경탄할 지경이다. 1만원권현금이 마치 배춧잎처럼 보였을까.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방식이 끝없이‘진화・발전’을 거듭해 왔으나 차떼기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최첨단기법이다. 한나라당이 다른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을 때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신종수법을 개발했는지 궁금하다는 시중의 비아냥까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150억원짜리 짐차’를 끌고 가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기필코 대선에서 이겨서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사회’, ‘나라다운 나라’를만들 꿈에 부풀어 있었을까. 정치인의 ‘말따로 행동따로’ 행태가 어제오늘의일이 아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얼굴에 섬뜩해진다.
한나라당이 엘지그룹한테 돈을 요구하면서 ‘고압적 분위기’를 풍겼다는 대목도기가 막히다. 집권이야 따놓은 당상이니 당장 돈을 내놓지 않으면 신상에 해로울것이라고 윽박지르면 기업은 ‘알아서 모셨다’는 이야기다. 시중에 날고 뛴다는조폭들이 업체를 등쳐먹는 수법과 무엇이 다른가. 한나라당이 그런데도 대선자금특검을 운운하는 것은 몰염치하기 짝이 없다. 피의자 쪽에서 수사주체를 두고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완전히 코미디 수준이다. 오히려 검찰 수사는이제부터다. 불법적으로 긁어모은 대선자금의 총액이 얼마인지에서부터, 뜯어낸돈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였는지, 기업에서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등을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검찰도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노무현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결과도 하루속히 밝혀야 한다. 애초의 수사 목적인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을위해서도 검찰은 패자보다 승자에게 더 엄격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