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섹스비디오 약발 떨어졌나
O양서 H양까지... 스캔들로 매장당한 수년 전과 달리 "사생활 보호" 목소리 높아연예계가 H양 섹스비디오 논란으로 벌집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다. 사건은 지난 3월 6일 한 스포츠신문이 1면에 "충격 H양 섹스비디오... 상대남 나이트 DJ"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불거졌다. 이 신문 은 12일에는 섹스비디오가 몰래카메라에 의한 것이고, H양이 거액을 갈취당했다는 후속보도를 냈다. 3월 7일 또 다른 스포츠신문은 1면에 "뭐? 내가 섹스비디오 주인공이라구?"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면서 H양이 함소원이라고 보도했다.
급기야 3월 12일 오후 함소원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 고 "시중에 떠돌고 있는 이른바 H양 비디오는 나와 전혀 관계가 없 다"고 밝혔다. 함소원측은 기자회견에 앞서 3월 11일 서울지검에 2개 스포츠신문을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지법에 도 각각 3억원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함소원의 섹스비디오 논란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미혼 여자연예인은 스포츠지 "밥"?여자 연예인 섹스비디오 논란은 1999년 터진 일명 "O양 비디오"부터 지금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L양(2000년 봄)-B양(2000년 겨울)- 또다른 L양(2002년 9월)-C양(2002년 9월)을 거쳐 최근 H양 섹스비디 오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 중 두 L양과 C양은 섹스비디오의 주인공 이 누구인지 끝내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채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 다.
언론에 실명이 거론되면서 섹스비디오와 관련해 기자회견까지 한 연 예인은 O양인 오현경과 B양인 백지영, 그리고 함소원이다. 이 세 사 람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매우 흡사하다. 자신에게 닥 친 끔찍한 일에 당황해했고,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섹스비디오의 존재는 한국 여자 연예인에게는 힘겹고 고통스 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여자 연예인의 섹스비디오를 바라보는 세상 의 눈은 확연히 달라졌다. O양 비디오 당사자인 오현경은 비디오 사 건 이후 연예활동에 큰 타격을 받아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듬해 터진 섹스 비디오로 백지영 역시 공중파에서는 사라졌으나 현재 밤 무대에서만큼은 최고의 출연료를 받으며 활약 중이다. 지난해 역시 한 스포츠지가 하루 전 예고기사까지 내보내며 이튿날 1면에 "톱스타 C양 성폭행 몰카"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한 C양 비디오 사건 의 주인공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얻으며 공중파 방송에서 맹활약 중이다. 당시 C양 비디오 사건이 터지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C양은 피해자이며 설령 비디오가 있어도 보지 말자"는 의견이 폭넓게지지 를 얻었다.
H양 비디오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다음카페 에는 "h양 비디오 대책위원회"(cafe.daum.net/ hyangvsgoodday)까지 생겼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최초로 H양 비디오를 보도한 스포츠 지와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아이디 trainer은 "타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선정적 쇼킹 기사로 사람 들을 현혹시키며 신문 부수를 올리는 스포츠지에 이젠 정말 신물이 난다"고 적었다.
아이디가 백마녀퇴마사인 네티즌은 "이것은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의 문제이며 한 인간의 "인권" 문제이며 이런 사건이 생기면 항상 여성 만 피해자가 되는 한국 사회의 "여성"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론은 섹스비디오 존재 유무에 관계없이 섹스는 사생활이며 이런 것을 폭로해 해당 여자 연예인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는 사생활 침해 에 해당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불과 4년 만에 왜 이같은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우선 사회 전반적으로 성(性)에 대해 열린 마음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섹스비디오가 한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는 인식 이다. 심리학자 심현섭씨는 "혼전 순결이나 동거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을 만큼 성에 대해 관대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섹스비디오 유출 사건은 대중에게 큰 파장을 불러오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아이디가 비디오그만인 네티즌도 "섹스는 쾌락인데 하면 안 되는 법 이라도 있냐"면서 "과연 섹스비디오를 가지고 말을 하는 사람은 총각 처녀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외국선 거액 배상후 폐간도섹스비디오가 한 개인의 스캔들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고민이라는 점도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텔-화장실-찜질방 등에서 찍은 몰래카메라가 시중에 버젓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섹스비디 오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국민적 경계심과 분노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의 인권 침해를 전문적으로 조언하고 차단해주는 법률가와 옐 로우페이퍼의 보도 행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시 민단체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문화연대-민언련-여성민우회는 H 양 비디오 보도 파문과 관령해 성명을 내고, 사건을 확대시켜 인권을 유린한 스포츠지 처벌 등을 요구했다.
함소원의 변호인인 홍세룡 변호사는 "함소원이 고소한 스포츠지가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해당 기사가 공익을 목적으로 했다는 것이 밝혀질 때만 가능하다"며 "몇 개월에 한 번씩 특종이라 며 내놓는 선정적인 섹스비디오 기사에 어떤 공익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함소원은 3월 12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계속될지 모르는 저와 같은 제2, 제 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 원용진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보도 를 통해 손해를 본 연예인에게 언론사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상 을 하고, 그로 인해 대부분 폐간한다"며 "황당한 기사를 많이 쓰는 타블로이드 저널에서조차 연예인에 대한 근거없는 기사는 게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홍콩에서는 한 주간지가 폐간되는 상황에 처했다. 홍콩 의 유명 여배우인 유가령의 나체사진을 커버스토리로 실었기 때문이 다. 이 사진은 12년 전 유가령이 괴한에게 납치돼 강제로 찍힌 사진 으로 괴한이 누드사진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잡지 사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를 접한 유가령을 비롯한 홍콩의 유명 배우 3,000명은 "여성의 존엄성을 모독한 행위"라며 규탄대회를 가졌고, 정부기관에도 "배우 에게도 인권이 있다"는시민의 투서가 이어졌다.
이 사건은 강제로 누드사진을 찍은 괴한이나 그 사진을 게재하며 대 서특필한 주간지나 "범죄"이기는 마찬가지라는 홍콩 내 암묵적 동의 를 확인케 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뉴스메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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