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불새」의 주인공 손창민

1996. 12. 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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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聯合)) 李熙鎔 기자= 97년 2월 1일 개봉을 앞두고 한창 후반작업 중인 영화 「불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천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일약 신데렐라가 된 신인 김지연은 물론이거니와 이 영화를 전역 후 첫 무대로 삼은 이정재, 모험적으로 캐릭터 변신을 시도한 오연수 등 모두 「불새」가 연기인생의 승부처이기 때문.

이들 못지 않게 손창민에게도 이 영화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이 3년여 만의 스크린 나들이인데다가 30대 나이(65년생)에 들어서 처음 출연하는 영화인 만큼 시쳇말로 `뭔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 바로 이전의 작품 몇편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한 것도 그에게 부담을 더한다.

60여편의 영화출연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답지 않게 초조한 낯빛으로 후반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손창민을 만나 속내를 들어보았다.

--영화에서 맡은 배역에 대해 설명해달라.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쾌락에 탐닉하는 재벌2세 강민섭이 내가 해낸 역할이다. 자신을 출세의 발판으로 이용하는 김영후(이정재扮)와 숙명적 대결을 벌인다.

--평소의 깔끔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되는데.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등에서 변신을 시도했는데 아직까지 관객들은 나를 모범생, 혹은 귀공자 타입으로만 대한다. 내 연기가 모자란 탓이다. 이번에야말로 연기력으로 이를 뛰어넘겠다.

--이른바 `한창 뜨고 있는' 이정재와 함께 연기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가.

▲물론이다. 정재는 확실히 매력적인 친구고 극중에서의 무게도 영후에 많이 쏠려 있다. 그러나 나는 촬영기간 내내 정재가 갖지 못한 나만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고심했고 또 관객들이 강민섭의 내면에 공감하도록 애를 썼다. 그렇다고 내가 촬영장에서 정재와 신경전을 벌이거나 경쟁심을 노출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연급 중에서는 가장 선배인 만큼 후배들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것도 내몫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사실 손창민에게 이정재와의 연기대결은 신경쓰일 만도 하다. 손창민은 94년 김종학 PD에게 드라마 「모래시계」의 백재희 역을 제의받았으나 김수현 극본의 드라마 「작별」을 선택하느라 거절하고 말았다. 대신 발탁된 이정재가 `비운의 보디가드' 역할을 멋지게 해내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고 그는 한동안 허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배우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징크스를 깬 인물로 꼽히는데 그 징크스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미지를 벗기 힘든 탓도 있지만 너무 일찍 `애늙은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우리 영화계에서 아역에서부터 고교생 스타를 거쳐 성인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는 강수연과 나밖에 없는 셈이다. 안성기 선배만 해도 오랜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꼬마 때의 이미지와 쉽게 단절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그만둘 생각도 많이 했으며 남모르는 노력도 많이 했다. 결혼을 빨리 한 것(91년)도 어중간한 나이를 넘겨 안정을 찾기 위해서였다.

--요즘에는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모든 연기를 잘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힘을 좀 빼고 하려고 한다. 사실 진정한 연기는 30대 후반부터 빛을 발하는 것 아닌가. 물론 우리 풍토가 그렇지 않다는 점에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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