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 공습경보 울리면..5분내 대피소 찾아갈수 있나요

(서울=연합뉴스) "국민 여러분, 현재 시각 우리나라 전역에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가까운 지하 대피소로 신속히 이동해주십시오."
갑자기 북한이 공습한다는 사이렌이 울린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급히 대피소를 찾지만 막상 어디에 있는지 몰라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높다. 국립재난안전처에 따르면 대피소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74%에 달한다. 연합뉴스 취재팀이 만난 서울 시민 35명 중에서 2명만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답했다.

북한 공습을 피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5분이다. 경보를 듣자마자 대피소로 몸을 피해야 한다. 대피소로 지정되는 장소는 주로 지하철역, 지하주차장, 대형건물 지하실 등이다. 입구에 있는 민방위 표지판은 해당 장소가 대피소라는 의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의 대피소는 1만8천여 곳에 달한다. 이 중 3천250곳이 서울에 있다. 지역구별로는 평균 129곳이다. 25개 지역구 중 22곳이 해당 지역 인구를 100% 이상 수용할 수 있다.
반면에 ▲광진구(81.12%) ▲노원구(91.35%) ▲은평구(90.09%) 등은 인구 대비 대피소가 부족하다. 수용률이 374.93%에 달하는 중구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제 상황에서 골든타임 안에 대피할 수 있을까. 지난 8일 대피소가 가장 많은 관악구(224곳)와 가장 적은 용산구(68곳)를 찾아 직접 확인해봤다.
◇ 혼잡한 곳에서도 5분 안에 대피 가능한 관악구
관악구는 주택가가 밀집해 있고 인구도 서울시에서 5번째로 많다. 그만큼 주택가 곳곳에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그중에서도 유동인구가 많거나 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을 위주로 방문했다.
출근 시간에 붐비기로 유명한 지하철 사당역(2·4호선). 특히 4번 출입구는 화성, 시흥 등에서 오는 버스 환승객과 지하철 이용객이 뒤섞여 복잡하다. 4번 출입구부터 인파를 뚫고 2호선 승강장까지 가는 데 1분 21초가 걸렸다.
조금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가기 위해 4호선 승강장으로 향했다. 환승구간을 거치는 데 소요된 시간은 1분 가량이다. 3번 출입구부터 4호선 승강장까지는 모두 2분 18초가 걸렸다. 출근 인파와 대피 시 혼잡도를 생각하면 이보다 최소 1~2분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과 주택가, 상가가 뒤섞여 번잡한 골목길인 '샤로수길'에서도 대피소를 찾아봤다. 가게 3곳에 들어가 대피소 위치를 물어봤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안전디딤돌' 앱에서 찾아봤다. '싱글벙글 교육센터'와 '남경도 빌딩'이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샤로수길 중심부에서 싱글벙글 교육센터 지하주차장까지 걸린 시간은 총 5분 18초. 언덕길이어서 노약자가 이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건물인데다 출입구가 넓어 대피하기가 쉬웠다. 주변 주택 거주민을 수용하기에도 적당한 규모로 보였다. 더구나 주택가 특성상 지하시설이 부족해 꼭 필요한 위치였다.
반면, 남경도 빌딩은 평지였지만 입구에 대피소 표지판이 없어 찾아가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빌딩을 지나쳤다가 되돌아와 지하주차장에 도달하기까지 4분 57초 걸렸다. 대피소 표지판은 빌딩 후문 화물 엘리베이터 앞에 부착돼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 규모가 677.42㎡인 싱글벙글 교육센터보다 3배 이상 커 월등히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연립주택이 빽빽이 들어찬 관악구 신사동 489번지는 대피소 사정이 가장 좋았다. 500m 안에 대피소가 6곳에 이르는 데다 대피소 간 거리도 10분 이내로 가까웠다. 덕분에 어떤 지점에서 출발해도 2~3분 안에 대피할 수 있다. 또 주로 학교, 성당, 주민센터에 대피소가 있어 거주민이라면 찾기 쉬웠다.
◇11분, 16분, 14분… 대피까지 10분 이상 걸리는 용산구
용산구는 서울 내 지역구에서 가장 대피소가 적다. 대피소와 거리가 떨어진 곳, 그중에서도 공공장소/사람이 많은 곳/주택가를 정했다. 서울역, 전자랜드, 경리단길 인근을 찾아가 봤다.
전국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상 서울역(1·4호선)의 경우 지하 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대피소 표지판이 보였다. 역 내에는 따로 대피소 표지판을 찾을 수 없었다. 역 약도에 그려진, 화재 시 승강장 양쪽 끝이 대피 방향이라는 표시나 복도에 붙은 알림에 "비상시 긴급 피난 통로로 사용된다"는 말 정도가 전부다.
지상 역 광장에서 4호선 승강장까지는 총 11분이 걸렸다. 역 구조가 복잡하고 사람이 많아 길을 헤매기 쉬웠다. 거리가 비교적 짧은 1호선 승강장은 대피소가 아니다. 역 내부 비상용 계단이나 화재용 마스크 보관대에 마스크와 물 등이 갖춰진 점은 긍정적이었다.

전자랜드는 대형 상가인 만큼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지만 대피소와는 거리가 있다. 전자랜드에서 대피소로 지정된 용산역 근처 아이파크몰 내 이마트 지하 3층 주차장까지는 16분이 걸렸다. 지름길로 가지 않았다면 7분을 더 추가해야 한다. 길을 찾기 어렵고 인파가 많아 대피가 더욱 어렵다.
정보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 앱에는 '아이파크 몰 지하'라고만 돼 있어 역무원에게 정보를 얻어야 했다. 해당 정보만 참고한다면 대피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주택과 상가들이 밀집한 경리단길 인근의 경우, 이태원 제일교회 주변에서 출발했다. 이태원역 앞까지는 9분, 주변 해밀턴 호텔 지하 주차장까지는 12분, 역 내부 승강장까지는 14분 걸렸다. 내려오는 길의 방향이 다양해 길을 잃을 수 있었다. 경사진 주택가여서 일직선으로 이동하기 어려워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호텔 대피소는 상대적으로 천장이 낮았다. 넓지는 않았지만 바로 앞 이태원역 대피소가 있어 보완될 듯했다.

지역구에 따라 대피소 개수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났다. 그 숫자에 따라 대피 시간도 확연히 벌어졌다. 각 지자체는 전수 조사를 통해 대피소를 추가로 지정하거나 부적절한 대피소를 지정 해제하는 중이다.
대피소가 아무리 많아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대피할 수 없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인터넷이나 전화가 안 될 확률이 높으므로 평소 생활반경에서 가까운 대피소를 숙지해 둬야 한다. 지역별 대피소 위치는 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www.safekorea.go.kr)나 스마트폰 앱 '안전 디딤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성은 기자·이나현 조윤진 최효훈 정예은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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