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손돌이추위

기자 2017. 12. 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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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전국에 폭한이 몰아닥쳤다. 내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2도로 예보돼 있다. 음력으로 이맘때의 강추위를 흔히들 ‘손돌이추위’라고 한다. 이 말은 전설에서 나왔다. 고려 고종 19년(1232년) 몽골군의 침입 때, 왕이 강화도로 피신하기 위해 탄 배의 사공이던 손돌(孫乭)은 풍파를 피해 가자고 했다가 의심을 받아 참수(斬首)당했다. 그가 억울하게 죽은 음력 10월 20일쯤이면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된추위가 몰아친다는 설화이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의 사적 제292호 ‘주사(舟師) 손돌의 묘’는 이 설화의 방증이다.

영어권에도 손돌이추위와 비슷한 말이 있다. 잭 프로스트(Jack Frost). 맹추위를 뜻하는 이 용어는 바이킹족의 전설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잭 프로스트는 눈과 얼음으로 된 요정이다. 때로는 어린아이로, 또 때로는 백발노인으로 등장하는데, 언제나 고드름이 주렁주렁한 흰옷 차림이다. 더러는 악마처럼 벌린 입에 고드름 이빨을 드러내기도 한다. 잭은 사람 이름으로 존이나 제임스 또는 제이컵의 애칭이나, 여기서는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장’이나 ‘이’에 해당하는 범부(凡夫)일 뿐이다. 그리고 영어로 프로스트는 서리나 성에를 가리키지만, 독일어로는 빙점 이하의 혹한을 뜻한다.

잭 프로스트를 의인화한 말이 제너럴 윈터다. 겨울 장군이란 뜻이다. 이 말이 국어사전에는 동장군(冬將軍)이란 표제어로 올라 있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한 말로, 태생은 일본이다. 필명이 모리 오가이(森鷗外)인 일본인 작가 모리 린타로(森林太郞·1862∼1922)가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썼다고 한다. 19세기 초 프랑스 나폴레옹군의 침입에 맞선 러시아군 지휘관 알렉세이 후유시코프 장군의 성(姓) 가운데서 ‘후유’를 따서 제너럴 윈터를 ‘후유쇼군(冬將軍)’이라 했다는 것이다. 후유는 일본말로 겨울이고, 러시아군을 승리로 이끈 일등 지휘관은, 살을 찌르는 듯한 추위 곧 초한이었던 데서 착안해 만든 말이다.

러시아에는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가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에겐 춥다 춥다 하면 더 춥게 느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추위는 굶주림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는 반투족 속담이 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과 더불어 따뜻함을 나누며 넘어가는 겨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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