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틀렸다가 여친에 차일라..바른말 '열공'하는 2030

남궁민 기자 2017. 10.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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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진행된 맞춤법 책 '완벽한 지적질을 위한 맞춤법 안내서'는 모금 목표액의 184%를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전문적인 국어문법책이나 어린이 대상 맞춤법 책들과 달리 최근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용적인 맞춤법 책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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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기반 의사소통 늘며 중요성↑..과도한 맞춤법 지적엔 불쾌하다는 반응도
실생활서 쉽게 틀리는 맞춤법 표현이 사용된 예시

#직장인 김지호(30)씨는 며칠 전 겪은 사건만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쇼핑하러 가자는 여자친구에게 "구지(굳이) 멀리 가야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가 맞춤법이 틀렸다고 지적을 받았다. 평생 아무렇지 않게 써온 맞춤법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당혹스러웠다. 김씨는 이후 맞춤법 책을 사 읽고 수시로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산더미 같은 영어 학습서를 풀고, 학원을 다니며 외국어 '외사랑'에 빠졌던 20·30대가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서류를 작성할 때만 쓰던 '맞춤법 검사기'를 일상적으로 쓰고, 일상에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정리한 책들은 불티나게 팔린다. 신조어와 줄임말 사용을 주도해 '한글 파괴'에 앞장선다는 오명에 시달렸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목표 금액을 훌쩍 초과한 펀딩에 성공한 맞춤법 도서 /사진=텀블벅

9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진행된 맞춤법 책 '완벽한 지적질을 위한 맞춤법 안내서'는 모금 목표액의 184%를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펀딩에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도서 펀딩임을 감안하면 뜨거운 반응이다. 전문적인 국어문법책이나 어린이 대상 맞춤법 책들과 달리 최근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용적인 맞춤법 책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입사지원서나 업무용 보고서 등 중요한 서류를 작성할 때만 쓰던 맞춤법 검사기를 일상에서 자주 쓴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진형(27)씨는 "상사에게 '몇일 뒤 뵙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가 맞춤법 지적을 받았다"며 "너무 창피해 다음부터는 자주 틀리는 단어를 꼭 맞춤법 검사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맞춤법 중요성이 강조되는 데는 스마트폰과 SNS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며 전화나 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폰피아'(Phone+Phobia의 합성어)가 늘면서 문자를 통한 소통이 늘고, 자연스레 맞춤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것. 대학생 박지인(23)씨는 "요즘은 육성으로 나누는 대화보다 카톡으로 하는 말이 더 많다"며 "이젠 맞춤법이 그 사람의 교양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친구의 맞춤법 사용 문제로 고민하는 사례 /사진=경희대학교 대나무숲

맞춤법 실력은 이성간의 호감까지 좌우한다. 2014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의 대학생 38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남성 86.7%, 여성 95%)가 ‘맞춤법을 빈번하게 틀리는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답했다.

한편 과도한 맞춤법 지적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맞춤법을 지적하는 이들을 성토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곳인 만큼 지나치 규정을 들이댈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맞춤법에 집착하며 지적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문법나치'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대학생 남기영(26)씨는 "바른 말을 쓰는 건 좋지만, 시도때도 없이 지적 받는 건 불쾌하다"며 "결국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건데, 지적 받고 나면 얘기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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