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613) 액체 질소

2017. 8. 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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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고압압축·냉각.. 영하 196도 상태
피부에 닿으면 얼어붙어 동상 '요주의'

가족과 함께 물놀이 공원을 찾았던 어린이가 액체 질소로 얼린 '용가리' 과자 때문에 위에 구멍이 뚫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액체 질소는 지나치게 차갑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하는 물질이다. 잠시 닿기만 해도 피부가 얼어버린다. 그런 액체 질소를 물놀이 공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함부로 사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기 중 78%를 차지하는 기체 상태의 질소는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은 물질이다. 색깔이나 맛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반응성이 낮아서 화학적 독성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기체 상태의 질소는 호흡으로 들여 마시거나 입으로 섭취해도 건강에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유통 중에 식품이 산소에 의한 변질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심해 잠수부에게는 심해의 고압 상태에서 혈액 속에 녹아 들아간 질소가 잠수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하고, 냉각시켜서 만든 액체 상태의 질소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액체 질소는 섭씨 영하 196도의 매우 차가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섭씨 0도인 얼음이나 영하 78도의 드라이아이스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차갑다. 액체 질소는 의료·산업·실험 현장에서 저온 상태를 만드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정자·난자·수정란 등을 장기간 냉동 보관하는 데도 사용된다.

액체 질소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공기 중에서는 급격하게 증발하면서 끓어 넘친다. 주변의 수증기가 응축되어 흰 연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액체 질소가 들어있는 그릇이나 파이프에 두꺼운 얼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액체 질소는 단열된 특수 고압 탱크나 보온병에 보관한다. 액체 질소를 취급할 때는 반드시 보안경과 단열 장갑 등의 보호 장구도 착용해야 한다.

액체 질소는 화학적으로는 독성이 없지만 지나치게 차갑기 때문에 위험한 물질이다. 부드러운 장미꽃도 액체 질소로 얼리면 딱딱해져서 얇은 유리처럼 깨져버린다. 사람의 피부도 예외일 수가 없다. 액체 질소와 접촉한 피부가 순간적으로 얼어서 심각한 동상이 나타나게 된다. 넓은 부위의 피부가 액체 질소에 의해 얼어버리면 유리 조각처럼 깨져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피부에 돋아난 사마귀를 급속 냉동시켜 제거할 수도 있다.

액체 질소를 음식의 조리에 사용하기도 한다. 액체 질소가 특별히 음식의 맛을 증진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액체 질소의 강한 냉기를 이용해서 즉석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나, 커피·과자·칵테일 등에 넣어서 흰 수증기가 피어오르도록 만들어 관심을 끄는 것이 목적이다. 1890년 발간된 영국 요리연구가 아그네스 마샬의 요리책에도 소개되어 있다. 1992년부터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분자요리'에서도 액체 질소를 많이 이용한다.

액체 질소로 얼린 음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쉽게 녹을 수 있는 과자와 달리 떡처럼 열용량이 커서 쉽게 해동되지 않는 음식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차가운 액체 질소를 직접 삼킬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본능적으로 뱉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음식의 내부에 남아있는 액체 질소는 사정이 다르다. 실제로 2012년 영국에서는 액체 질소를 첨가한 칵테일을 마신 사고가 있었다.

액체 질소로 얼린 딱딱한 음식이나 액체 질소가 직접 입·목·식도·위에 닿으면 심한 동상이 생길 수 있다. 혀나 위 점막이 얼어버리면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이 생기게 된다. 액체 질소가 밀폐된 위에서 기화해 부피가 늘어나면서 위가 파괴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질소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질소 포장 기술을 과대포장이라고 거부해버리면 유통 중에 변질 가능성이 높은 튀김류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만 한다. 해피 풍선에 사용하는 산화이질소는 질소와 전혀 다른 물질이다. 액체 질소의 냉기만 경계한다면 분자 요리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다. 모든 것을 정부가 관리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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