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인의 예(藝)-<30>이대원 '산'] 생동감 넘치는 가을빛 山..풍요로움·행복을 품다
단풍이 서걱거리는 가을 풍경에
바람 담기고 햇빛의 질감 느껴져
인상주의 화풍에 동양화 기법 도입
강렬한 원색으로 채운 화려한 화면
비움속에 꽉찬 특유의 공간감 살려

노랗게 물든 산이 가을빛을 발산한다. 이대원의 ‘산’을 보며 서양미술사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인상주의 화풍을 감지할 것이다. 강렬한 원색으로 채운 화려한 화면은 야수파를, 특히 짧고 연속적인 붓 터치로 점을 찍어 빛을 표현한 것은 쇠라·시냐크 등의 ‘신인상파’를 떠올리게 한다. 일찍이 해외방문의 기회를 가졌고 서유럽 미술관을 남들보다 먼저 다녀온 이대원이 ‘점묘파’라 불리는 신인상주의 미술을 놓쳤을 리 없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그들의 기법을 들여오거나 흉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심했다.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김원룡(1922~1993) 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대원 특유의 ‘색과 선의 율동감은 그대로지만 그전의 짧고 힘센 곡선들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추고 대신 길게 휘어지는 직선과 모난 산릉들의 새로운 동감이 화면을 주도하는데 이 변화는 동양화적 요소를 수용한 데서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색조의 추상화인 ‘모노크롬’이 지배하던 1960년대 화단에서 이대원은 산·들·나무·연못·돌담·과수원 등 자연을 소재로 택해 화려한 색채로 그려냈다.

생전의 작가는 “서양화 기법의 2대 원칙으로 명암법과 원근법이 있으나 나 스스로도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싫다”고 했다. 그는 원색에 가까운 색을 사용하되 그림자를 그리지 않았고 점과 선에 의한 색·면의 대비로 형태를 만들었다. 서양식 명암법과 원근법을 깨버리고 수묵화 같은 대담한 구도를 택했다. 화가는 서양화에 동양화 기법을 도입하고자 했던 꿈을 이뤘고, 이를 본 미술평론가 박래경은 “이대원의 그림이 단순한 모티프에서 오는 넓은 공간감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가 조상 때부터 내려받아온 ‘텅 비면서 꽉 찬 특유의 공간감’과 같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난 명성에 비해 이대원의 삶은 강렬한 색채 속에 정제된 고요함을 보여주는 그의 그림처럼 정갈했다. 젊어서부터 살기 시작한 혜화동 집에서 70년 가까이 살았고, 유명세에 따라붙는 여성편력도 없었으며 60년 해로한 부인과의 사이에 둔 딸 다섯과 화목하게 살았다. 주중에는 집과 학교를 오가며 작업했고 주말에는 꼭 파주 농원에 가 자연을 그렸다. 지금 우리가 보고 즐기는 ‘복숭아밭’ ‘사과나무’ ‘농원’ ‘못’ 등의 대표작이 그곳에서 탄생했다. 그림에서 전이되는 행복감은 화가가 건네는 선물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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