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모리엔테스② 순수한 9번 공격수가 말하는 '스트라이커의 길'

한준 기자 2017. 12.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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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엔테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초동, 한준 기자] 스페인 대표 팀의 등번호 10번, 그리고 레알마드리드에서 라울 곤살레스와 투톱으로 세 차례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골잡이. 라리가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축구 레전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41)가 23일 한국을 찾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세 번째 방문. 라리가는 23일 열린 2017-18 스페인 라리가 17라운드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의 뷰잉파티를 서울에서 열었다. 라리가 트로피와 함께 내한해 300명의 레알, 바르사 한국 팬들과 엘클라시코를 보며 축구 파티를 가졌다.

뷰잉파티에 앞서 모리엔테스는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모리엔테스가 경험한 ‘지상 최대의 축구쇼’ 엘클라시코, 최고의 공격수로 세계 최고 무대를 누빈 노하우, 한국 축구에 대한 시선까지. 모리엔테스와 나눈 ‘축구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한다.

-호날두와 메시가 지난 10년 간 발롱도르를 나눠 가졌습니다. 과거에는 당신과 같은 9번형 선수들이 골을 많이 넣었는데 그 동안 축구 전술이 바꾸어 측면 공격수들의 득점이 높아졌어요. 이런 전술적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나요?나 역시 순수한 9번 공격수 출신으로, 그런 선수를 좋아합니다. 스페인에도 물론 아주 좋은 공격수들이 있죠. 메시, 호날두가 나가서 2선에서 좋은 골을 만들고 있지만, 중앙 공격수가 득점뿐 아니라 항상 경기에서 좋은 영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단지 골을 넣는 것뿐 아니라 많은 움직임으로 골을 만들기 위한 플레이를 하고 있어요. 그런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런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9번 선수는 존재하고, 팀에 녹아 들어서 팀을 위한 역할도 있어요. 여전히 9번 공격수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지금은 다시 투톱이 늘어나면서 9번 공격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흐름입니다.우리 시대, 내가 뛴 시대에는 투톱 전술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다시 투톱 시대가 돌아온 것은 게좋게 보고 있습니다. 나 역시 4-3-3에서 원톱으로도 뛰어 봤지만, 공격수 출신인 입장에서, 공격수들이 더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뛸 수 있는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투톱을 쓰려면 피지컬적으로 강한 중앙 미드필더가 필요해요. 강력한 미드필더가 필요합니다. 그게 투톱을 쓰기 위한 열쇠죠.

-공격수들이 수비하는 건 이제 기본이고, 높이, 즉 헤더와 발을 다 잘 쓰는 공격수들, 패스를 잘하는 선수들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게 점점 많아지고 있죠. 먼저 그런 능력을 가졌던 선수로서 후배 공격수들에게 조언해준다면?내 생각에 좋은 중앙 공격수가 되기 위해선, 우선 차이를 만들기 위해 타고난 면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개인적인 차이가 두드러지는, 그런 역할이 있는 포지션은 공격수와 골키퍼죠. 둘의 상황은 반대입니다. 부담은 같아요. 골 넣는 역할, 막는 역할. 까다로운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경험을 얘기하자면, 개인적인 훈련을 많이 해야 합니다. 나 역시 많이 훈련했어요. 팀 훈련이 끝나고 남아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려고 추가 훈련을 했죠. 매일 같이 축구를 연습하고 단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왼발이 약하면 왼발 슈팅을 더하고, 헤더를 잘했지만 더 정확하게 하려고 연습하고,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됐습니다.

-골 결정력은 훈련도 중요하지만 타고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요? 어려서부터 특별한 뭔가가 있었나요?노력한 것이라기 보단, 어려서부터 조금은 타고난 게 있기는 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축구 하면서 잘 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축구 선수로 돈을 벌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어느 정도까지는 취미로 생각하며 했습니다. 스페인에서 프로 선수가 되기는 쉽지 않아요. 아주 어렵죠. 친구들이나 지도자들이 내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얘기는 해줬지만, 이런 수준의 선수까지 될 거라고는 사실 상상도 못했죠.

-어린 시절 축구를 하면서 누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나요?물론 우상이 있었습니다. 나 역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많이 봤어요. 요즘처럼 TV에서 많은 경기를 볼 수 없었지만, 축구 열정이 강했고 되는대로 TV로 스페인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경기를 다 봤습니다. 내 우상은 미카엘 라우드루프였습니다. 유벤투스, 바르셀로나, 레알에서 뛰었던 선수죠. 축구 선수로 뛰는 사진, 포스터, 카드 등을 모으고 방에 장식해둘 정도로 좋아했어요.

-알바세테, 사라고사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어린 나이에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뛴 팀의 상황이, 돈을 주고 선수를 영입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선수들을 유스 팀에서 키워 1군 팀에 기용하는 비율이 많았죠. 2군에서 경기를 잘하고 있었는데, 그때 감독이 선수 영입 보다 2군 팀 선수를 많이 보고 1군으로 기용했어요. 지금도 어린 선수가 1부리그의 1군 경기를 뛰기는 사실 어렵죠. 어려서 데뷔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그 뒤로 5~6년 쭉 뛰긴 어렵습니다. 그런 기회가 내게 온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죠.

▲ 스페이 축구를 대표한 라울-모리엔테스 투톱 ⓒ게티이미지코리아

-당신과 라울이 스트라이커의 두 가지 유형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때 호흡은 어땠나요?아주 쉬웠어요. 우리 둘은 스타일이 아주 달랐는데, 난 더 중앙 공격수에 가까웠죠. 내가 수비를 마주했고, 등지는 타입이라면, 라울은 내 주변 공간에서 뛰었어요. 둘 모두 많은 골을 넣으며 우승컵도 많이 들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죠. 경기장 위 관계가 좋았던 것 뿐 아니라 밖에서도 잘 지냈어요. 그게 사실 결정적이었습니다. 열쇠였죠. 두 다른 성향의 선수가 함께 잘 뛸 수 있고 많이 뛸 수 있었던 것, 레알과 대표 팀에서 모두 뛰면서 잘 한 것은 경기장 밖에서도 잘 지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도 우리가 잘 맞는다고 했어요. 경기장 밖에서의 관계도 경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스페인에서 시작했으나 모나코, 리버풀, 마르세유 등 여러 리그와 팀을 거쳤습니다. 축구가 세계화되었다지만 스트라이커 입장에서 각 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어려운 일이죠. 왜냐면, 축구의 방식이 스페인, 잉글랜드, 프랑스, 한국 다 다르잖아요. 선수들이 적응하는 일은 까다로워요. 빠르게 적응하려면 열정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 내 직업에 대한 열정. 그걸 믿고 나서니 적응이 되었던 것 같아여. 세 달 정도 지나니 새로운 도시가 새로운 집 같아졌어요. 축구도 삶도 결국 통하는 면이 있으니 결국 잘 자리를 잡죠다. 지금까지 해온 축구를 똑같이 열심하는 것. 그 외에 특별한 비결은 없는 것 같아요.

-리그를 옮긴 스트라이커들은 오랜기간 골을 넣지 못하면 슬럼프에 빠지고, 또 한번 터지면 살아나는 심리적 부분도 있습니다.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가요?가장 기반이 되는 부분이죠. 골을 넣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서 팀을 바꾸고 빠르게 새 리그, 새 팀에 적응하려면 골을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잘 데려왔다고 생각하죠. 어려운 일입니다. 안 좋은 순간이 나도 있었어요. 5~6경기 동안 골 못 넣으면 머리 속에 드는 생각도 많고, 어렵고 문제도 생기죠. 축구 선수는 정신적으로 강해야 합니다. 프로가 됐다는 것은 그런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력은 기본입니다. 축구는 재능뿐 아니라 강한 정신이 필요해요. 매일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사람들과 언론의 압박, 코치진의 압박, 상대 팀의 압박에서 이겨내야 합니다.

-당신이 현역 생활일 때도 스페인은 강했지만 지금은 더 강해졌습니다. 수 많은 메이저 우승을 했죠. 가장 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내 생각에는 위대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세대가 이룬 성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로2008부터 2010 월드컵, 유로2012까지. 비야. 실바, 마타, 이니에스타, 라모스, 이니에스타, 카시야스…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갖추고 좋은 선수를 키운 게 스페인 대표 팀의 성공이 됐습니다. 이런 대회를 우승하려면 좋은 선수를 배출해야 하는데, 그런 선수들이 한번에 나왔어요. 스페인 오래도록 원했던 우승컵을 얻었습니다. 훌륭한 선수들이 동시대에 같이 뛸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비결입니다.

-알바로 모라타가 모리엔테스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의 플레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직접 만나 조언해준 적이 있는지?우린 친구입니다. 가깝고 좋은 관계죠. 사실 다음에 있을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런던에 가서 볼 예정이에요. 모라타는 비범한 선수입니다. 나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모라타가 나보다 더 완전한 선수다. 축구는 발전하고 그는 더 완성됐죠. 키도 크고 기술도 좋잖아요. 등 지는 플레이도 좋고, 골도 만들 수 있습니다. 레알 유스 출신으로, 나처럼 레알에서 뛰었지만 지금은 레알을 떠난 게 아쉽죠. 하지만 축구란 그런 것이니까. 그는 내 좋은 친구이고 나와 비교되는 게 나도 기분 좋은 일이에요.

③편에 계속...

▲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 중인 모리엔테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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