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훔친 남자.. '침대 타법'이 비결?
"공 잘치려 누워치는 자세 고안
2011년 어깨 다치기 전까진 무조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규칙적인 식생활로 체중 유지"
이 남자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댄 적이 없다. 감히 그럴 생각도 못했다. 그라운드 위에 서면 180도 달라진다. 지난 15년 동안 '도둑질'을 대놓고, 밥 먹듯 했다. 그렇게 훔친 베이스가 정확히 500번이다.
'수퍼소닉(supersonic·초음속)' 이대형(34·KT)은 18일 현재 프로 통산 500번째 도루를 기록 중이다. 지난 13일 삼성전에서 500개를 채웠다. 은퇴한 왕년의 대도(大盜) 전준호(550개), 이종범(510개)에 이어 KBO 역대 3위 기록이다. 올 시즌에도 18개로 리그 3위다. 이대형이 역대 1위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8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난 이대형은 "베이스를 훔칠 때마다 가졌던 긴장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루는 타율·홈런만큼 주목받는 기록이 아니다. 하지만 온전히 두 발로만 홈에 더 가까이 간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출루를 한다고 무조건 도루가 되나요? 상황이 따라줘야 뛸 수 있죠. 도루 하나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을 때도 있어요." 500번의 도루 중 가장 기억에 선명한 건 2010년 9월 1일 롯데전에서 4시즌 연속 50도루(KBO 최초)를 달성했을 때다. 그는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세우고 잠도 안 올 정도로 기뻤다"고 했다.
'대도' 이대형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을 물었다. "2011년 어깨를 다치기 전까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었어요. 누가 봐도 아웃 타이밍인데도 사는 경우가 많았죠. 지금은 십수 년 경험이 집약된 '짬'(경험)이 가장 큰 무기라고 할까."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를 묻자 그는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지만… 퀵모션이 좋은 투수가 많아져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며 웃었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나이를 먹는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이대형도 예외가 아니다. 그의 생존법은 '처음처럼'이다. 2003년 프로 입단부터 지금까지 그는 같은 체중(77~78㎏)을 유지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경기를 앞두고 식사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대형은 4년 전부턴 바나나 2개만 먹고 나간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몸이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 두 끼만 먹기 때문에 배는 좀 고프지만 경기 집중력은 더 커졌다"고 했다.

아무리 발이 빨라도 출루를 못하면 쓸모없다. 한때 타격이 약점으로 꼽혔던 이대형은 2014년부터 허리를 많이 굽혀 절반쯤 눕는 독특한 타격폼을 익히며 이를 극복했다. 팬들은 '베개만 받쳐주면 금세 잠들 것 같다'며 이 특이한 자세를 '침대 타법'이라고 부른다. 이대형은 "공을 잘 맞히기 위해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다가 나름 깨친 자세다. 아래서 공을 올려다보는 효과가 있어 볼을 더 오래 시야에 두게 된다"고 했다. 당기는 타구가 많았던 이대형은 침대 타법으로 밀어치는 타구를 늘리면서 지난 세 시즌 연속 3할 타율을 올렸다. 우스꽝스러운 타격폼이 민망하진 않느냐고 묻자 그는 "프로 선수에게 '캐릭터'가 있는 건 좋은 것 아니냐. 내 타격폼을 장난삼아 흉내 내는 동료가 많은데, 보고 있으면 나도 즐겁다"고 했다.
KBO리그 최고 미남으로 꼽히는 이대형은 평소 선크림이나 로션도 안 바를 정도로 외모에 무신경하다. 혼기(婚期) 꽉 찬 나이지만 결혼도 서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야구 철학은 확고하다. "언제나 제 목표는 '전 경기 출전'이에요. 칭찬을 듣든 쓴소리를 듣든 일단 경기에 많이 나서는 게 프로 선수의 도리잖아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체력·실력을 항상 준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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