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커플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팬들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수십개씩 떠올랐다. 왜? 어째서? 뭐지?
서로 한번씩 다녀온 것은 뭐 흠이랄 것도 없다. 6살 연상도 낯설 지 않은 일이다. 여자 쪽에서 데려간 귀여운 아이 하나도 큰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패턴이다. 남자는 그동안 수많은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상대방의 커리어도 화려하다. 탤런트, 모델, 미모의 골퍼, 아나운서, 심지어 AV 배우까지 화려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 여인은 특이했다. 인상 그대로였다. 레슬링 일본대표 출신다운 건강한 스포츠 우먼이었다. 이제까지의 편력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캐릭터였다. ‘정말 모르겠다. 그의 여자 취향을….’ 그런 댓글이 주류를 이룰 즈음, 어느 현자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에게는 취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아무렴 어떤가. 무수한 염문 중에서 그가 스스로 인정하고 공개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둘 사이에는 아들 하나가 생겼고, 이듬해 가을(2016년 11월) 정식으로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핑크 빛이 가득한 그 무렵. 그의 인생에는 또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 생긴다. 시범경기 도중에 팔꿈치에 이상을 느낀 것이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아야 했다. 이후 1년 이상의 재활 기간을 거쳐 지난 해 중반 복귀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가 생겼다. 그 중 하나가 투구폼의 변화였다. 바로 오늘 <…구라다>의 메뉴다.
탈탈 털린 텍사스 고별전과 묘한 SNS 한 줄
1회 초. 첫번째 투구는 93마일짜리 직구였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려는 공이 날카로운 스윙과 만났다.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1번 타자 초구 홈런의 주인공은 마이애미의 디 고든이었다. 올시즌 자신의 첫번째 아치였다.
마운드의 투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그가 올린 커플의 사진을 처음 본 팬들의 심정과 비슷했으리라. ‘어라? 이건 뭐지?’
그러나 시작에 불과했다. 3번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도 당했다. 95마일짜리 빠른 볼이 중견수 뒤쪽으로 사라졌다. 절정은 4회였다. 안타 7개, 볼넷 1개를 허용하며 탈탈 털렸다. 3.2이닝 동안 10실점. 생애 최악의 기록이었다.
이튿날(한국시간 7월 28일). 묘한 SNS 하나가 떠돌았다. ‘마이애미 타자들이 상대 투구폼의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공략에 성공했다.’ 발신자는 야후 스포츠의 제프 파산이었다. 물론 업계에서는 유명한 기자다. 취재원의 신상에 대해서도 제법 자세하게 밝혔다. ‘마이애미 스카우트 2명과 구단의 고위급으로부터 들은 얘기였다.’ (말린스는 며칠 뒤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난타당한 당사자는 ‘소통의 달인’이다. 활발한 SNS 활동을 하는 그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곧 리트윗이 달렸다. ‘동영상으로 확인했다.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알려줘서 감사하다.’
지적된 부분은 이렇다. 포심(직구)을 던질 때 표시가 난다는 얘기다. 본인은 ‘양 손에 잠시 멈춤 동작이 발견된다’고 표현했다. 물론 순간적인 움직임이어서 일반인의 눈으로 식별하기는 어렵다. <…구라다>가 정지 동작 화면을 캡처해서 비교해봤다.

1회 홈런을 맞은 옐리치 타석이다. (왼쪽) 빠른 볼을 던질 때는 오른쪽 팔꿈치가 완전히 펴지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슬라이더 때는 곧게 팔이 펴진다. 이걸 당사자는 ‘멈춤 동작이 있다’라고 한 것 같다. 어쩌면 타자 시각에서는 그게 맞는 표현일 지 모른다. 뒤에 가려진 팔의 움직임에 대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다저스 트레이드 후 가장 처음 만난 사람
그가 지역 신문 <댈러스 모닝뉴스>에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5년반 동안 정말 감사했다. 일본에서 온 내게 팬, 동료, 스태프 등 모든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이곳에서 잘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후회가 남는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던진 경기에서 10점을 잃고 패전 투수가 된 것이다.”
그러자 레인저스가 화답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다르빗슈 유 님에게. 2012년 입단이래 당신이 이룬 수많은 업적과 팀에 대한 헌신에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감사를 드립니다. 초일류의 퍼포먼스여, 고맙다.”

우여곡절 끝에 LA로 이사한 그가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다저스의 파한 자이디 단장이다. 그는 짤막한 환영 인사와 함께 대뜸 두꺼운 파일 하나를 건넸다. 첫 등판 상대인 뉴욕 메츠에 대한 전력 분석을 담은 자료들이었다. 타자 하나하나에 대한 볼카운트별, 상황별 대응 전략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었다.
아울러 자이디 단장과 그의 스태프들은 문제의 투구폼 이슈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언했다. 동영상 리플레이를 통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어떻게 수정해야 할 지에 대한 장시간의 토론이 벌어졌다.
그 결과 8월 5일 메츠전에서는 골치거리가 말끔히 해결된 모습이었다. 해결 정도가 아니었다. 7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의 압도적인 투구였다. 1900년 이후 다저스 데뷔전을 치른 선발 투수 중 최초로 기록된 10K, 1볼넷 이하였다.

큰 수술과 오랜 공백, 그들의 숙명
물론 투구폼 노출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그까짓 게 뭐 대단한가?’ 대세에 지장 없다는 주장도 있다.
흥미로운 예가 있다. 카디널스, 타이거스를 비롯해 10여개 팀을 전전한 옥타비오 도텔(2013년 은퇴)이라는 불펜 투수가 있다. 양키스 타자들은 그의 독특한 버릇을 알고 있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혀를 내민다는 사실이었다.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데릭 지터였다. 하지만 도텔에 대한 지터의 통산 성적은 13타수 1안타(5삼진)에 불과했다. 동료였던 마쓰이 히데키도 마찬가지였다. “그거 골치 아파요. 괜히 집중력만 떨어지죠. 타석에서 투수 입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나는 아예 신경 안 쓰는 편이예요.”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다르다. 마치 알고 치는 것처럼 기분 나쁘다. 다르빗슈의 경우가 그렇다.
사이영상에 근접한 2013년만 해도 그는 완벽한 투구폼을 자랑했다. 당시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움짤)이 있었다. 주로 던지는 5가지의 구종(포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커터)을 모아놓은 장면이었다. 한결 같은 폼에서, 구별하기 어려운 동작으로,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이루는 모습이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은 그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그 중 하나가 폼의 변화였다. 본래 동작을 잃게 되고, 와중에 버릇을 읽히는 일이 생겨난다. 말린스의 발견만이 아니다. 올 시즌 초에도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 스태프들에게도 몇 차례 지적이 있었다.
큰 수술과 오랜 공백은 그래서 어렵다. 끝없는 수고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어디 다르빗슈만이겠는가. 그 팀에 그런 투수가 또 한 명 있다. 더 치명적이라는 어깨 수술이었다. 그리고 더 지겹고 지루한 과정 끝에 이제 막 터널의 끝자락에 서있다. 그들은 조만간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을 것이다. 그곳이 비로소 헌신의 빛이 보이는 지점일 것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