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70, 국산차로 가능했다 272km/h
제네시스 G70를 시승했다. G70는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콤팩트 프리미엄 세단으로 본격적으로 주행성능을 강조했다. 국산차 최초로 270km/h의 벽을 넘어선 점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승차감을 지나치게 강조한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G70를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중형 럭셔리 세단'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 기품 있고 강인함이 느껴지는 외관, 품격과 기능성을 갖춘 실내, 소프트 터치로 마감된 소재,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고급스러운 컬러를 구현했다.
G70의 경쟁력은 디테일에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나아갈 정체성을 디자인에 담아냄과 동시에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경쟁차 대비 확연한 비교 우위를 지녀야 했다. 결과적으로 G70는 실내 고급감에 있어 경쟁차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출시됐다.
시승한 모델인 G70 스포츠의 경우 블랙컬러를 기반으로 부드러운 나파가죽이 사용됐으며, AMG 모델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붉은색 퀼팅 스티치 장식을 시트와 도어패널에 적용됐다. 손이 닿는 곳의 소재는 가죽이거나 소프트 재질이 적용됐다.
실내 거주성과 2열 공간
시트포지션은 안정적이다. 시트의 높이와 스티어링 휠의 각도, 전방시야 확보가 우수한 설계다. 1열 시트는 부드러우면서 적당한 탄력을 갖고 있어 착좌감은 동급에서는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사이드 볼스터가 자동으로 조여진다.
실내공간은 D-세그먼트 평균 수준이다. 2열 공간은 BMW 3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 대비 무릎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지며, 재규어 XE나 캐딜락 ATS 보다는 넓다. 리어시트는 편안한 등받이 각도와 넉넉한 시트방석을 갖는다. 경쟁차 대비 앞서는 부분이다.
시승차는 G70 스포츠 AWD로 3.3 V6 트윈터보 엔진이 적용된다. 6000rpm에서 370마력, 1300-4500rpm에서 최대토크 52.0kg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며 19인치 AWD 모델의 공차중량은 1775kg이다. 복합연비는 8.6km/ℓ(도심 7.4, 고속 10.5)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고속도 270km/h
G70 스포츠 2WD는 제원상 최고속도 270km/h,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4.7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스팅어 GT의 최고속도 268km/h와 4.9초 대비 앞서는 수치다. G70가 동일 구성의 스팅어 GT 대비 80kg 가벼운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제네시스 G70의 시동음은 밋밋하고 조용하다. 시동시 일시적으로 엔진회전을 올리며 포효하는 사운드를 연출한 스팅어와는 다른 설정이다. 스포츠 뱃지를 달고 있음에도 스포츠 감성 보다는 럭셔리 감성을 강조했다. 아이들링 스피드는 550rpm으로 아주 낮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전자제어로 조절되는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무게감을 강조해 묵직한 감성을 연출했으나 스팅어 보다는 소프트하다.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나 프리미엄 브랜드 임을 감안해 승차감은 부드럽게 설정됐다.
편안함을 강조한 승차감
일상적인 주행에서 G70의 서스펜션은 스포츠세단 보다는 럭셔리세단에 비중을 뒀다. 노면정보를 전달하돼 여러 차례 필터링이 거쳐진 감각이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다소 빠르게 타고 넘는 상황에서도 실내로 불쾌한 감각을 전하지 않는다. 또한 정숙하다.
짧은 도심주행 이후에는 제네시스 G70의 주행성능을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스포츠모드에서는 3000rpm 부근으로 엔진회전이 뛰어오르며 가속페달에 대한 엔진 반응이 빨라진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엔진 흡기음과 전자음을 조합해 그럴싸한 사운드를 전한다.
스포츠모드에서는 댐퍼가 단단하게 변경된다. 그럼에도 하드하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준은 아니다. 롤이나 피칭의 억제가 스팅어 보다 덜하다. G70 2.0 터보나 2.2 디젤에나 어울리는 설정이다. 좀 더 단단하게 조율해도 될 법하다.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런치 컨트롤은 주행안정장치 2단계를 완전히 해제한 상태에서 가능하다. 엔진회전은 2400rpm, 이 상태에서 약 2초간 대기할 수 있다. 화끈한 설정은 아니나 성인 2명 승차 기준으로 5초 초반은 손쉽게 도달한다.
압도적인 가속력과 무른 서스펜션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면 4000rpm부터 본격적인 파워를 쏟아낸다. 빠른 업시프트와 효율적인 기어배분을 통해 단시간에 200km/h를 주파한다. 100-200km/h 가속은 국산차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호쾌한 가속과 함께 고속에서의 낮은 속도감은 인상적이다.
이날 기록한 최고속도는 계기판 기준 272km/h, G70 이전 국산차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숫자다. 단순히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도 빠르다. 스팅어 GT가 245km/h 부근에서 가속이 느려지는 것과 달리 G70는 이후의 가속도 꾸준하다.
고속에서의 강한 브레이킹과 차선변경, 재가속으로 이어지는 동작은 매끄럽다. 다만 비교적 무른 서스펜션으로 인해 차의 노즈가 필요이상으로 숙여지며, 롤을 허용한다. 이같은 경우 앞뒤 좌우로의 하중이동이 느려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스팅어 GT 보다 민첩하다.
날카롭고 경쾌한 움직임
80kg 가벼운 공차중량과 70mm 줄어든 휠베이스, 50:50에 가까워진 무게배분을 통해 차의 움직임이 한결 경쾌하다. 200km/h 이상 고속에서의 차선변경과 급가속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사륜구동 모델임에도 뒤가 살짝 빠지다 보정된다.
운전자가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인데 고출력 후륜구동 모델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세제어 개입이 빠르고 부드러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았다. 비슷한 상황에서 AMG C43 4매틱이 출력을 제한하는 것과는 다른 설정이다.
G70는 고속에서의 민첩함과 차의 움직임에 있어 국내에서 흔히 접하는 BMW 3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 노멀 버전을 앞선다. 그러나 M 서스펜션이 적용된 3시리즈와 비교시 민첩함은 다소 덜하다. 반면 고속에서의 승차감은 G70가 앞선다.
스포츠에 대한 정의는 과제
G70 스포츠와 무난한 밸런스를 보여주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의 경우 급격한 코너와 급제동에서는 그립이 다소 부족하다. 비슷한 출력의 경쟁차에는 한 단계 높은 그립력의 타이어가 적용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전 영역에서 무난한 제동력을 보인다. 다만 초기 답력 설정이 다소 무디게 설정됐는데, 스팅어 GT와도 다르다. 승차감을 고려한 설정이다. 제동력은 충분하나 초고속에서의 잦은 제동에서는 성능 저하가 비교적 빠르다.
제네시스는 G70는 주행성능과 퍼포먼스 부분에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다만 스팅어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승차감에서 고급차다움을 강요받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스포츠' 라인업에 대한 분명한 성격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G70의 마감과 조립 품질이 상당히 뛰어난 것과 달리 A필러 부분에 보디컬러가 그대로 드러난 구조는 제네시스답지 못하다. 스팅어에도 적용된 윈도우 프레임 마감재가 생략된 이유가 궁금하다. 프리미엄 차량은 사소한 부분도 불만이 될 수 있다.
제네시스 G70는 몇 가지 사소한 아쉬움과 서스펜션 설정에 대한 견해차이를 제외하면 높은 만족감을 전한다. 원가절감에 돌입한 경쟁차와 달리 G70는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이런 상품성과 경쟁력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