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황금의 땅' 미얀마에 '믿음'을 심다
[경향신문]

한국인에게 ‘버마’로 잘 알려진 미얀마는 ‘아시아의 마지막 원석’으로 불린다. 오랜 군부 독재와 미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산업 생산성이 한국의 1970년대에 머물러 있지만, 보석 원석처럼 경제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나라라는 의미다. 최근 수도를 네피도로 옮겼지만 여전히 미얀마의 경제 중심지는 과거 수도 양곤이다.
양곤 중심에는 ‘인야호수’가 있다. 풍광이 아름다워 미국 대사관저, 아웅산 수치 여사 등 미얀마 권력층의 저택이 주변에 가득하다. 포스코그룹이 개발하고 롯데호텔이 위탁운영하는 ‘롯데호텔 양곤’도 이곳에 자리잡았다.
26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이 호텔은 15층 규모의 5성급 호텔 1동과 29층의 장기 숙박호텔 1동을 갖춘 양곤에서 가장 높은 현대식 건물이다. 쉐다곤 파고다와 더불어 양곤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꼽히는데, 이 부지의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세계 각국의 40여개 호텔체인과 건설업체들이 수주에 안간힘을 쏟았다고 한다. 미얀마 정부가 이곳을 ‘그린 존’으로 지정하면서 호텔 건립 이후에는 14층 이상의 빌딩을 더이상 지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호텔 개발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동반 진출한 계열사들의 협업과 30년 이상 미얀마 정부와 국민에 쌓은 ‘신뢰’가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포스코가 운영하는 양곤 최고 호텔
포스코는 20년 전인 1997년 미얀마에 진출했다. 아연도금 강판을 생산하는 미얀마포스코를 양곤시 외곽에 세워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미얀마와의 인연을 그룹 차원으로 확장하면 30년을 훌쩍 넘긴다. 2010년 포스코가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은 32년 전인 85년, 미얀마에 철도차량을 공급하면서 첫사업을 시작했다.
미얀마에서는 지금도 야자나무 잎 등으로 지붕을 엮은 주택을 볼 수 있는데, 함석 지붕 교체 수요를 예측하고 세운 법인이 미얀마포스코다. 하지만 연산 2만t 규모의 미얀마포스코 공장은 설립후 10년이 채 안된 2005년 위기를 맞았다. 미얀마 정부가 당시 철강업체들이 생산하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경쟁하던 일본 기업들은 속속 철수했지만, 포스코는 1년6개월 동안 공장 문을 닫고 직원 90%가 회사를 떠나는 상황에서도 미얀마를 떠나지 않았다. 2007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시 공장을 가동했는데, 공장에 출근한 현지 직원과 주재원들이 부둥켜 안고 울어 공장이 눈물바다가 됐다는 일화는 지금도 지역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미얀마포스코는 TV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경쟁업체들도 미얀마를 떠난 뒤라 이듬해 곧바로 현지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2011년에는 매출 2773만달러를 기록해 미얀마 진출 외국 제조업체 중 납세 1위로 우수납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컬러 강판 생산업체 포스코강판이 미얀마에 진출했다. 중국산 수입 강판을 대체하고, 양곤 시민에게는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어 미얀마 정부로부터 자국 제조업 강화와 고용 창출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대우의 미얀마 내 사업 경험도 포스코그룹의 현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데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한국산 객차 100량을 공급하면서 미얀마에 첫진출한 포스코대우의 현지 주력 사업은 해상 가스전이다. 이 가스전은 미얀부 정부가 포스코대우에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도 미얀마를 떠나지 않은 포스코대우의 ‘신뢰’에 ‘의리’로 배려한 것이다. 포스코대우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쉐(황금이란 뜻)’ 등 3개 가스전을 차례로 발견해 전량 중국 국영 석유공사에 판매하고 있다. 수익은 매년 3천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잡은 ‘포스코 패밀리’들이 최근 동남아 각국의 굵직굵직한 사업권을 따내는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미얀마 양곤 호텔 사업이 대표적이다. 양곤 호텔은 포스코대우가 사업 파트너를 모집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포스코가 생산한 철강재가 사용된 것은 물론이다. 포스코대우의 제안으로 국내 대형 투자기관인 미래에셋대우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원유준 포스코대우 미얀마 무역 법인 대표는 “호텔은 건물 설계가 나와야 건설 비용 등이 정해지고 적정 입찰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룹 주요 계열사가 협업해 설계가 확정되기 전에 입찰가를 미리 조정할 수 있었다”면서 “주요 계열사들이 한 가족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덕분에 가장 짧은 공사기간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유수의 경쟁 업체를 따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민의 마음을 훔치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미얀마에서 양곤시 수처리 시설과 발전소 건립, 구리광산 개발 등 3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7월 양곤시가 발주한 ‘미얀마 양곤 상수도 개선사업’을 포스코건설이 따낸 의미는 적지 않다. 양곤시 상수도 개선사업은 일본국제협력기구의 자금 지원으로 추진돼 당초 일본 업체의 수주가 예상됐다.
미얀마는 3년 동안 일본 식민 지배를 받아 일본의 영향력이 어떤 나라보다 크다. 현지 자동차의 95% 이상이 일본산일 정도다. 일본은 베트남 시장 개척에서 한국에 패배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미얀마에서 만큼은 한국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한다.
아베 정부는 5년 동안 77억 달러를 미얀마에 지원하기로 하는 등 막강한 자금을 공적개발원조(ODA) 등의 형태로 미얀마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대사마저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건설이 양곤시의 대표적인 환경 사업을 따낸 것은 무척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당시 현지에서는 포스코건설의 수처리 분야 전문성과 포스코대우의 정보력이 일본 기업을 제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지만, 포스코그룹이 미얀마 내에서 펼친 사회공헌활동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하다. 미얀마 국민들의 ‘마음’을 훔친 것이다.
미얀마포스코는 회사 설립 때부터 지역민들과 유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양곤시 북서쪽 여와마을에 철제 다리를 지어 선물했다. 비만 오면 유실되던 나무 다리를 포스코의 후판을 사용해 국내에서 제작, 현지에서 조립해 지역에 기부한 것이다.
포스코대우도 다르지 않다. 쉐 가스전 생산을 시작하기 10년 전부터 53곳의 학교건물을 신축하고 유지·보수가 어려운 학교 건물은 철거한 뒤 새 건물을 지어 기증했다. 종합병원 증축과 지역보건소 신축, 분당서울대병원 등과 협업해 미얀마 안면기형 어린이들에게 무료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지원도 진행 중이다. 짝퓨지역에서는 자연림인 맹그로브나무숲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얀마 현지서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미얀마 방송국이 드라마 제작을 포기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가 현지에서 인기가 높고, 양곤 외국어대에서 가장 선호하는 외국어가 영어와 한국어일 정도로 한국 이미지가 좋다”면서 “일본과 중국이 미얀마의 미래 발전상을 내다보고 공적개발원조(ODA)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지원을 확대하면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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