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마! 함 해보입시다" 흰 수염 '거인'의 함성

전현석 기자 2017. 10.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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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영원한 팬, 케리 마허 교수

지난 15일 부산 사직야구장 마운드에 몸무게 113㎏·키 189㎝의 흰 수염 '거인'이 등장했다. 케리 마허(63) 부산 영산대 영어학과 교수. 부산 홈팀인 롯데 자이언츠는 이날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 시구자로 롯데 열혈팬 마허 교수를 선정했다. 롯데 구단은 "5년 만에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팬들 성원에 힘입은 바 크다"며 팬 대표로 마허 교수를 선택했다. 마허 교수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열혈 팬인 케리 마허 영산대 교수는 최준석에게 받은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한다. 그는 몸무게 113㎏, 키 189㎝로 다른 선수 유니폼은 맞지 않는다. 미국에서 태어난 마허 교수는 “롯데 팬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롯데 팬으로 죽겠다”고 했다. / 장련성 객원기자

">구도(球都) 부산에서, 롯데팬들에게 그는 전(前) 강타자 펠릭스 호세, 전 감독 제리 로이스터만큼 유명한 외국인이다. 롯데 경기가 열리는 곳에 항상 그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부터 낮에 일하고 밤에 야구장을 찾는 주경야구(晝耕夜球) 생활을 하고 있다. 마허 교수는 "3년간 매년 130경기 이상을 직접 야구장에서 관전했는데 부산에서 열린 롯데 경기는 딱 두 번 못 봤다"고 했다. 올해는 준플레이오프 5경기를 포함해 총 138경기를 야구장에서 봤다고 한다. 롯데 원정 11경기를 빼먹었는데 "수업 일정 때문"이었다. 그는 입장료와 차비, 숙박비 등을 모두 자비로 부담한다. 마허는 "비싼 취미생활인 건 맞다"면서도 "야구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사랑한다"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가 오페라라면 한국 프로야구는 로큰롤이죠. 미국 야구에서 팬은 오페라 볼 때처럼 조용하고 관찰자에 머물러요. 한국 야구에서, 특히 사직구장에서 팬은 실제 경기에 참여하죠.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응원하는 게 마치 로큰롤 공연장에 온 것 같죠."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친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였다. 마허 교수는 "아버지는 부산 판자촌에서 미군이 나눠주는 전투 식량을 받던 전쟁고아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하셨다"고 했다. 마허 교수는 2008년 한국에 왔다. 그는 "애초 1년만 머물려고 했는데 한국 문화와 롯데에 폭 빠져 버렸다"고 했다.

케리 마허 교수가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NC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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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야구장에서 많은 팬이 마허 교수에게 다가와 "함께 사진 찍자"고 청했고 그는 기꺼이 응했다. 마허 교수는 "매 경기 100번쯤 야구팬들과 사진을 찍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팬들과 롯데 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기도 한다. "저는 한국어 실력이 끔찍해요. 롯데 팬은 영어가 완벽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문제없어요. 우리한테는 '롯데 자이언츠'라는 언어가 있으니까요."

마허 교수는 함께 시즌 티켓을 사서 전국을 돌며 롯데 경기를 관전하는 친구들도 사귀었다. 해태과자 홈런볼은 먹지 않고 롯데 껌만 씹어 온, 이제는 중년이 된 '자이언츠 키드'들이다. 그는 "제 한국 친구들이 어릴 때 아빠 손 잡고 사직야구장에 왔던 얘기 듣는 걸 좋아한다"며 "마치 내가 자이언츠 키드가 된 것처럼 설렌다"고 했다. 마허 교수는 "가끔 내가 부산에서 태어난 원조 롯데 팬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면서 "확실한 건 나는 롯데 팬으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미혼인 마허 교수는 "롯데 팬은 나를 가족처럼 대해준다"고 했다. "롯데 팬 결혼식에 종종 참석하는데, 작년에는 한 롯데 팬 부부 주례를 섰어요. 이 부부가 지난달 딸을 낳았고 제가 대부가 됐어요. 많은 팬이 제 나이와 수염 때문에 저를 롯데 할아버지나 산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정말 신나죠."

이날 롯데는 NC에 0대9로 패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마허 교수는 클리블랜드의 전설적 투수 밥 펠러의 명언 '하루하루가 새로운 기회다. 그게 삶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매일 새로운 경기가 열리고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말을 인용했다. "패배가 야구팀을 더 강하고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인생에서 한때 실패할 수 있지만 이것이 더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날 마허 교수의 유니폼에는 '마!! 함 해보입시다'라고 쓰여 있었다. 롯데의 혼(魂)으로 통하는 최동원 투수가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3·5·7차전 선발등판을 통보받고 했던 말이다. 그는 구원등판을 포함해 그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4승1패(완봉 1회·완투 3회)를 거두고 롯데 우승을 일궜다. 마허 교수는 "내 꿈은 죽기 전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시 하는 것"이라며 "최동원 투혼을 롯데 선수와 팬이 잊지 않는다면 조만간 꿈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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