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애의 반려종 이야기](9)나, 인간이 만든 형광 물고기 또는 '프랑켄 피시'

최명애 | 문화생태지리학자 2017. 12. 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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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세계 첫 유전자변형 애완동물 ‘글로피시’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추출해 물고기 배아에 주입해 만든 세계 유일의 유전자 변형 애완동물인 ‘글로피시’. 위로부터 제브라 다니오, 블랙테트라, 타이거바브. 하천 오염을 추적할 목적으로 만든 글로피시는 현재 관상용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유전자변형 동물 논란 탓에 미국에서만 판매가 허용된다. www.GloFish.com

인기 미국 시트콤 <빅뱅 이론>의 한 에피소드. 괴짜 천재 물리학자인 셸든 쿠퍼는 직장에서 잘린 뒤 “한밤중에도 빛나는 물고기를 만들겠다”고 친구들에게 선언한다. 이 에피소드는 셸든 쿠퍼가 침실의 불을 끄자 침대 옆 어항에서 그가 개발한 형광 물고기가 유유히 유영하는 것으로 끝난다. 농담 같은 이 물고기가 실제로 있다. 개발된 곳은 싱가포르 국립대 유전공학 연구실. 어린이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미국의 주요 마트에서 팔리고 있다. 글로피시(GloFish)라는 이름의 형광 물고기. 과학 저널리스트 에밀리 앤더스가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에서 쓴 것처럼, 글로피시는 세계 유일의 유전자변형 반려동물, 혹은 애완동물이다.

■ 환경 감시 물고기의 우연한 상업화

1999년 싱가포르 국립대의 즈위앤 공 박사팀이 형광 물고기를 개발할 때만 해도 애완동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목적은 환경 감시였다. 오염 정도에 따라 몸 색깔이 달라지는 물고기가 있다면 손쉽게 하천 오염을 추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일단 특정 조건을 스위치 삼아 몸 색깔이 변하는 물고기부터 개발해야 했다.

공 박사팀은 수정 해파리에 주목했다. 평소에는 투명에 가까운 백색이다가 심해에서는 형광펜 같은 녹색으로 몸 색깔이 변하는 종이었다. 특정 유전자가 녹색형광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해파리의 녹색형광단백질 유전자를 추출해 제브라 다니오의 배아에 주입했다. 제브라 다니오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민물에 서식하는 몸 길이 4㎝ 정도의 작은 물고기다. 금색과 푸른색의 가로 줄무늬가 있어 관상어로도 종종 쓰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녹색형광단백질 유전자가 주입된 제브라 다니오는 심해의 해파리처럼 밝은 녹색으로 태어났다.

공 박사팀은 이어 산호의 형광단백질 유전자도 제브라 다니오에 주입해 봤다. 바닷속에서 붉게 빛나는 산호처럼, 산호 유전자가 주입된 제브라 다니오도 밝은 적색으로 빛났다. 유전자가 변형된 이 물고기들은 태양광에서는 파스텔톤의 녹색과 붉은색이다가, 청색 조명을 비추면 몸속에 등불이라도 단 것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해파리와 산호의 유전자가 빛을 흡수해 형광 녹색과 형광 적색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싱가포르 실험실의 형광 물고기가 갖는 미학적, 혹은 상업적 가치에 주목한 것은 태평양 건너 미국 텍사스의 젊은 청년 사업가들이었다. 20대 초반의 리처드 크로켓과 앨런 블레이크는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처럼 대학 졸업 후 벤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로 이들의 신생 교육 벤처는 문을 닫아야 했다. 새로운 사업 구상에 몰두하던 크로켓은 우연히 싱가포르의 형광 물고기 이야기를 듣게 됐다. 어둠 속에서 불을 켠 것처럼 형광색으로 빛나는 거짓말같은 물고기. 어쩌면 그들의 새로운 출구가 될지도 몰랐다.

두 사람은 요크타운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의 생명공학 벤처를 설립하고, 싱가포르 연구팀을 설득해 형광 물고기의 전 세계 특허권과 독점 판매권을 따낸다. 수익의 일부를 환경 오염 감시 물고기 개발 연구비로 지원하겠다는 조건과 함께였다.

두 사람은 색깔 형광 물고기 몇 마리를 텍사스로 소중히 가져와 인근 양식장에 맡겨 번식시키기 시작했다. 형광단백질 유전자가 각인된 형광 제브라 다니오는 똑같은 형광빛의 새끼들을 낳았다. 요크타운 테크놀로지와 싱가포르 연구팀은 색깔을 다양화하고, 물고기 종류도 늘렸다. 제브라 다니오에 형광 블랙테트라, 형광 타이거바브가 곧 추가됐다. 제브라 다니오처럼 블랙테트라와 타이거바브도 인기 관상 열대어다. 밝은 녹색과 붉은색뿐 아니라 형광 파랑·노랑·보라·분홍색도 개발했다. 요크타운 테크놀로지는 이들에게 ‘스타파이어(starfire) 레드’ ‘코스믹(cosmic) 블루’ ‘일렉트릭(electric) 그린’ ‘갈락틱(galactic) 퍼플’ 같은 환상적인 이름을 붙여 주고, 형광물고기 전체를 ‘글로피시’, 즉 빛나는 물고기로 브랜드화했다.

■ 생태계를 위협하는 ‘프랑켄 피시’

2003년 말, 글로피시 출시를 앞두고 숨가쁘게 제품 생산과 판매를 준비하던 요크타운 테크놀로지에 제동이 걸렸다. 문제는 글로피시가 유전자변형(GM) 동물, 그것도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판매될 GM 동물이라는 사실이었다. 기능성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오메가-3 지방산을 생성해내는 돼지, 암에 잘 걸리는 생쥐…. 유전자변형 동물이 글로피시가 처음은 아니었다. 게다가 싱가포르뿐 아니라 대만, 한국에서도 잇달아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변형 형광 물고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험실 밖으로 나온 GM 동물은 글로피시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수년째 논란 중이던 또 다른 유전자변형 물고기, 유전자조작 연어가 글로피시의 발목을 잡았다. 유전자조작 연어는 대서양연어에 태평양등가시치류의 유전자를 주입한 것으로, 연중 성장호르몬이 분비돼 여름에만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일반 양식 연어보다 성장이 2배 이상 빠르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연어가 야생에 유입될 경우 토종 연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야생 입장에서 유전자조작 연어는 ‘외래종’이다. 유전자조작 연어가 야생 연어와 교배될 경우 대서양연어의 유전적 순수성이 훼손되고, 성장이 빠른 유전자조작 연어가 야생 연어와의 먹이 경쟁에서 승리해 궁극적으로 대서양연어가 멸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연어는 식탁에 곧바로 오르는 물고기다. 유전자변형 식품 섭취에 따르는 건강 위해 논란도 뜨거웠다. 유전자조작 연어를 개발한 아쿠아바운티사는 일찌감치 1990년대 중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요청을 냈다. 그러나 10여년째 논란만 계속되던 차였다. 이때 또 다른 유전자변형 물고기가 판매 허가 요청을 낸 것이다.

글로피시의 출시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괴물 물고기 ‘프랑켄 피시’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에는 ‘형광 물고기, 다음은 형광 십대 소년 소녀’라는 제목의 신랄한 기고가 실릴 정도였다. 유전자변형 동물이 가져올 새로운, 그러나 기괴한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압도하는 가운데, FDA는 예상을 뒤엎고 글로피시의 판매를 승인했다. 연어와 달리 식용이 아니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글로피시가 야생으로 탈출한다 하더라도 동남아 원산 열대어에게 미국의 강과 하천은 너무 차가워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크타운 테크놀로지 측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처럼, 미국 하천의 회색 물고기 사이에서 형광물고기는 ‘날 잡아 잡슈’라는 네온사인을 달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금세 잡혀 먹히고 만다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주만이 끝까지 글로피시 판매를 불허했다. 글로피시가 아무리 과학적으로 안전하다 할지라도, 유전자변형이라는 기술을 ‘애완동물’ 개발에까지 쓰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였다. 캘리포니아 임업 및 수렵 관리위원회의 샘 슈챗은 캘리포니아 크로니클에 보낸 기고문에 이렇게 썼다. “유전자변형 생물체가 내포한 보건적·환경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기아를 해소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고작 신기한 애완동물을 만들자고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경박하다. 글로피시의 리스크가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그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 과학, 윤리 그리고 시장

그러나 글로피시의 운명은 결국 시장이 갈랐다. 2004년 1월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한 미국 전역에 글로피시가 출시됐다. 빛나는 물고기는 단박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단 시장에서 히트를 치자 생명공학 기술을 둘러싼 추상적인 논쟁이 아닌 대중들의 요구가 글로피시의 운명을 좌우하게 됐다. 고객들은 그저 물고기를 좋아했다.”(에밀리 앤더스,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 46쪽). 특히 아이들과,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주 고객이었다. 글로피시는 미국 애완동물 전문매장 펫코는 물론, 대형 슈퍼마켓 체인 월마트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2017년 12월 현재 글로피시 공식 사이트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글로피시 디럭스 컬렉션’이 98.85달러에 팔리고 있다. 형광 제브라 다니오 색깔별로 5마리, 형광 블랙테트라 색깔별로 6마리에 형광색 인공 수초까지 함께다. 업체 측은 일반 제브라 다니오, 블랙테트라와 마찬가지로 형광 물고기도 무리를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물고기 종별로 최소 5마리씩은 구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글로피시 한 마리는 6~10달러. 비GM 개체보다 5배 이상 비싸다.

글로피시 마니아들은 직접 꾸민 어항에 색깔 조명을 비춰 가며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유전자변형 동물로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 교란은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에게 유전자변형 물고기는 염색 물고기에 비하면 동물복지 측면에서 우수한 대안이다. 유전자변형 기술 도입 이전에는 물고기의 표피층을 벗겨내고 형광색을 입힌 뒤 다시 표피층을 입히는 방식으로 형광색 물고기를 제작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형광 물고기 대부분은 이렇게 염색한 것들이다. 색깔은 형광빛이지만 빛은 나지 않는다. 염색 과정에서 폐사하는 물고기가 많아, 업체 측이 선전하는 것처럼 유전자변형 기술이 ‘고통 없는’ 대안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 글로피시 마니아들은 색색깔 물고기와 형광 수초, 형광 자갈로 꾸민 글로피시 어항을 자랑스럽게 온라인에 공유한다. 글로피시가 알이라도 낳으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개인이 글로피시를 번식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소비자가 구입한 글로피시 개별 개체는 소비자의 소유지만, 글로피시 유전자와 물고기는 요크타운 테크놀로지의 자산이기 때문에 개인이 번식시키면 특허권 침해가 된다.

2015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기존의 결정을 뒤엎고 “생태계에 미치는 위협이 미미하다”며 글로피시 판매를 허용했다. 유전자변형 연어도 20여년의 논란 끝에 2015년 FDA의 승인을 받았다. 결국 시장의 승리일까. 한편 유럽연합과 캐나다, 글로피시의 ‘종주국’인 싱가포르는 글로피시 판매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유전자변형 생물체 도입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우려해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글로피시를 판매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이 빛나는 물고기는 생명과학, 생명기술 윤리, 이색 애완동물 시장의 접점을 여전히 유영하고 있다.

▶필자 최명애
인간과 동물·자연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는 문화생태지리학자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환경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앞서 경향신문에서 9년간 기자로 일했다.

<최명애 | 문화생태지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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