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취향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점보다 장점에 먼저 시선을 둔다”

‘잘 팔리는 제품’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주변에 “남들 다 쓰는 건 싫다”며 굳이 다른 브랜드 또는 제품 고르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것도 매번. 내 주변엔 그런 ‘독특한 안목’ 가진 친구들이 있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메이저’ 제품 대신 굳이 ‘마이너’한 물건을 고른다는 의미에서 난 ‘마이너주의자’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들은 이 별명을 꽤 좋아했다. 처음엔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물건은 안전한 선택이다. 아무래도 실패할 확률이 낮으니까.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소위 ‘가성비’가 뛰어날뿐더러, 시장 점유율 높은 인기 브랜드의 제품인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영업망과 수리센터가 많아 A/S를 수월하게 받을 가능성도 높다.

사진을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정말 마이너한 모 브랜드의 카메라를 사던 날 물었다. “이게 더 싸고 좋은데 도대체 왜 그걸 사?” “그건 비싼데 성능이 떨어지잖아?” “너무 독특한 선택 아냐?” 난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친구는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난 이게 좋아. 이 부분이 끝내주거든. 너도 사진을 찍어보면 알 거야.”
친구의 말뜻을 이해하고 난 뒤 자동차 보는 눈도 변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차를 접하면서 나만의 취향을 깨달았다. 취향을 아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면 나만의 선택 기준이 생긴다. 수동변속기 차만 고르는 사람, 가족용 차로 스포츠카를 산 사람, 대형차 살 돈으로 소형차 고른 사람이 주변에 있다.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라지만 그들은 아주 행복해한다.

오늘의 시승차, 쉐보레 임팔라에는 꼭 취향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세단인 현대 그랜저(IG)와 늘 비교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그랜저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랜저가 꼭 정답일 수는 없다. 오히려 쉐보레 임팔라 같이 특정 성격을 강조한 경우 구매자의 취향과 맞을 땐 최고의 차가 될 수 있다.
시승차는 쉐보레 임팔라 2018년형 ‘미드나이트 블랙 에디션(Midnight Black Edition)’. 기존 검정색보다 한층 깊은 색감의 ‘미드나이트 블랙’을 입혀 붙인 이름이다. 짙은 검정으로 칠하면서 전용 그릴, 전용 검정 ‘보타이(Bowtie)’ 엠블럼, 19인치 블랙 투톤 휠을 더했다. 에디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차별을 꿈꿨다.

임팔라와 말리부, 크루즈로 이어지는 쉐보레 패밀리룩 중 임팔라는 큼직한 덩치와 뚜렷한 선을 강조한다. 준대형 세단에 걸맞은 묵직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길이×너비×높이는 5,110×1,855×1,495㎜, 휠베이스는 2,835㎜. 현대 그랜저(IG)와 비교하면 180㎜ 길고, 10㎜ 좁다. 휠베이스는 10㎜ 더 짧다. 트렁크 용량은 임팔라(529L)가 한층 넉넉하다.
실내 구성은 ‘젯 블랙(Jet Black)’ 한 가지만 고를 수 있다. 시트도 검정색 가죽으로만 씌운다. 대신 솔기는 노란색 파이프로 둘렀다. 미국차라서 그런지 ‘땅콩버터’ 색깔처럼 느껴지지만. 앞좌석은 키 179㎝의 건장한(?) 내가 앉았을 때 든든히 받쳐주는 감각이 좋다. 도어 트림이나 스티어링 휠, 센터 콘솔 박스를 감싼 가죽이 매끈해 절로 손이 간다.

곳곳에 물건 둘 수납공간도 알뜰하게 챙겼다.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 뒤에는 버튼 하나로 열 수 있는 비밀공간을 숨겼다. 반지갑 하나 넣고도 충분한 공간이 남는다.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도 수납함을 달았다. 센터페시아 밑엔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를 마련했다. 충전 중 스마트폰이 과열될까봐 바람도 불어준다. 평소에는 덮개로 깔끔하게 숨길 수 있다.

뒷좌석 다리공간은 넉넉하다. 머리공간은 정자세로 앉아도 남는다. 뒷좌석 암레스트의 멀티미디어 조작 스크린 및 버튼 구성은 다소 옛스럽다. 그래도 미국형엔 없는 한국 전용 사양이다. 그 외에도 220V 인버터, 레인센싱 와이퍼, 룸미러 내장 하이패스 등을 추가로 달았다. 해외 모델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국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배려여서 반갑다.

쉐보레 임팔라는 직렬 4기통 2.5L와 V6 3.6L의 두 가지 모델로 나온다. 직렬 4기통 2.5L 엔진은 6,300rpm에서 199마력, 4,400rpm에서 26㎏·m를 낸다. V6 3.6L 엔진은 6,800rpm에서 309마력, 5,200rpm에서 36.5㎏·m를 뿜는다. 두 엔진 모두 자동 6단 변속기와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복합 연비는 각각 10.5와 9.2㎞/L.

시승차는 V6 3.6L 엔진 얹은 모델. 넉넉한 힘을 좋아하는지라 기대를 걸었다. 힘이 세면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고도 매끄럽게 달릴 수 있어서다. 가속이 부드러워 오른발에 힘 줄 필요가 없다. 1,600rpm 정도에서 변속을 거듭하기에 딱히 2,000rpm 넘길 일이 드물다.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기어비를 늘려 회전수를 낮춰 연비와 안락함을 모두 잡았다.

특히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질감이 마음에 든다.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꾸준하게 힘을 올린다. 평소에는 느긋하게 달리기 좋지만, 몰아붙일 때 가속은 화끈하다.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높게 쓰며 달려도 시끄럽진 않다. 약간 고동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임팔라의 방음성엔 합격점을 줄 만 하다. 조용한 실내를 좋아하는 소비자와 궁합이 좋겠다.
임팔라는 여유롭게 달릴 때 매력적인 차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세팅이 정말 ‘미국적’인 자동차다. 시내에서 느긋하게 달릴 때는 더없이 편안하다. 회전수 높이지 않고도 수월하게 가속하는 구동계와 푹신한 서스펜션의 조합 덕분이다. 조금 출렁이긴 한다. 하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나도 모르게 임팔라 고유의 진동수에 운전 템포와 스타일을 맞추게 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정속 주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연속되는 노면 충격도 부드럽게 거슬러내 마치 살짝 떠서 날아가는 기분이다. 독일차의 단단한 안정감과는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편안하게 충격을 흡수해주는 차를 믿고 여유롭게 달리란 세팅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운데 유격 구간을 넓게 설정해 직진할 때 편안하다.
다만 임팔라를 타고 굽잇길을 달릴 때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좌우로 방향 바꾸며 한껏 몰아붙여도 잘 버티면서 궤적을 유지하는 성능은 좋은데, 스티어링 휠의 유격 때문에 차와 교감하기가 어려워서다. 평소에 정교하게 스티어링 휠을 비틀며 방향을 바꾸는 타입이라면 다소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응의 힘이란 무섭다. 어느새 익숙해지니 유격 구간만큼 먼저 스티어링 휠을 비틀고 나서 힘을 조절하게 된다. 방향을 바꿀 때 차체가 기우는 정도는 크다. 그런데 좀처럼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차체는 기울이되 최대한 접지력을 끌어내며 버틴다. 가속페달을 마구 밟아 자세를 무너트려도 주행 안정장치가 개입해 곧바로 자세를 잡는다.
임팔라는 ‘미국차는 코너링이 나쁘다’란 편견에 일침을 날린다. 미국차 특유의 여유로운 감각을 유지하되 주행 안정성은 오롯이 살렸다. 브레이크도 강력하다. 초반부터 제동력을 크게 끌어내는 타입이 아니어서 다루기도 쉽다. 급제동 때도 자세를 잃지 않고 빠르게 멈춘다. 코너를 즐길 차는 아니지만 안전한 달리기를 위해 꼼꼼하게 다듬은 구성이 좋다.

단점도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아랫단으로 변속하지 않고 현재 기어를 유지하며 힘을 보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속에선 거동이 안정적이되 노면과 동떨어진 기분이 든다. 엄지로 눌러쓰는 수동 변속 스위치는 다루기 불편한데다 반응이 느린 편이다. 성능을 즐기면서 타기보다는 여유롭게 달릴 때 최대한의 안락함, 안정감을 안기는 세팅에 집중한 차다.
안정성은 충분히 검증된 차다. 쉐보레 임팔라는 2014년 미국 도로교통 안전국(NHTSA)의 신차 평가 프로그램에서 안정성 종합평가 최고등급을 받았다. 앞좌석 어드밴스드, 앞좌석 사이드, 앞좌석 무릎, 뒷좌석 사이드, 좌우 커튼 등 합쳐 총 10개 에어백 및 각종 능동형 안전 경고 시스템을 기본으로 달았다.

운전자 취향과 자동차 성격의 궁합은 아주 중요하다. 임팔라는 ‘여유롭고 편안한 주행’이라는 특징을 뾰족하게 다듬은 차다. 아울러 공간과 편의 및 안전장비 등 준대형 세단에 필요한 가치를 빼곡히 담았다. 여유로운 자동차를 원하거나, 미국차 특유의 감각을 궁금해 한다면 쉐보레 임팔라를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모두가 최고라고 하는 제품이 내게는 최고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다수가 외면하는 제품이 내겐 최고일 수도 있다. 경험으로 깨달은 사실이다. 편견을 버리고 직접 겪어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 그래서 난 늘 마이너주의자를 변호한다. 그들은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알아본다.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roadtest.kr)
사진 최진호 실장(pd@goooo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