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자 덕질기 4] 올리브 치아바타-'천연효모빵'의 이상은 저 멀리에 / 최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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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년 봄, 봉건 영주의 가렴주구가 극에 달했던 프랑스에서 농민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반란의 기운은 영국까지 번졌다.
애초 프랑스 농민군의 구호는 "부풀어오르는 빵"이었는데, 영국 농민들은 이 구호를 "빵이 곧 부풀어오르리라!"로 바꾸었다.
밀가루 반죽에 효모(이스트)를 넣고 기다리다 보면, 빵이 스스로 부풀어오르듯, 마침내 그동안 빼앗긴 것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적절한 시기가 되었다는 기대감이 그 속에 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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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1358년 봄, 봉건 영주의 가렴주구가 극에 달했던 프랑스에서 농민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반란의 기운은 영국까지 번졌다. 애초 프랑스 농민군의 구호는 “부풀어오르는 빵”이었는데, 영국 농민들은 이 구호를 “빵이 곧 부풀어오르리라!”로 바꾸었다. 밀가루 반죽에 효모(이스트)를 넣고 기다리다 보면, 빵이 스스로 부풀어오르듯, 마침내 그동안 빼앗긴 것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적절한 시기가 되었다는 기대감이 그 속에 배었다.
너무 거창한 사례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제빵의 본질은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는 데 있다는 얘기를 하려 했다. 반죽을 부풀린 뒤 굽는다는 점에서 빵은 그저 딱딱한 밀가루 덩어리와 다르다. 효모는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반죽 속 당분을 먹어치우며 증식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생성한다. 그 결과로 반죽이 부풀어오르는데, 이것을 고온에 구우면 부드럽고 푹신한 식감의 빵이 탄생한다. 빵의 단면을 봤을 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면 ‘잘 만든 빵’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발효가 잘됐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흔히 ‘이스트’라고 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균들 가운데 목적에 맞는 균들을 모아다 상업적으로 대량 배양한 것을 말한다. 학원에서는 배양된 효모를 점토질인 상태 그대로 파는 ‘생이스트’를 썼다. 그러나 학원을 그만둔 뒤 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소량의 빵만 구워야 하는 처지가 된 뒤로는, 유통기한이 일주일도 채 못 되는 생이스트를 쓰기 부담스러웠다. 결국 장기 보관이 가능하도록 생이스트를 말려서 가루 형태로 만든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에 의존하게 됐다.
나라고 “자연친화적”이라는 ‘천연발효빵’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왜 없었겠는가. 큰마음을 먹고 직접 천연 효모를 채집해 빵을 만드는 작업에 도전해본 적도 있다. 깨끗한 물에 건포도를 담아 일주일 정도 삭혀 ‘액종’을 만들고, 또 며칠에 걸쳐 매일 밤 액종에 밀가루를 섞어주는 노력을 들여 ‘발효종’을 만들어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발효종 가운데 소량을 떼어 올리브 치아바타를 구웠다. 아쉽게도 결과물은 그저 그랬다.

좋은 효모를 채집하지 못해서인지 발효력 자체가 미약했고, 내심 기대했던 ‘숭숭 뚫린 구멍’들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때 나는 차갑고 비정한 현실을 마주했다. 대안적인 삶을 위해 온 정성을 쏟는 일본의 ‘시골빵집’에서는 <자본론>까지 구워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 집’에서는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를 쓰지 않고선 올리브 치아바타 하나 제대로 구워내는 것조차 힘겹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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