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얼굴에 알몸 합성' 신종 사이버범죄 기승

이유진 기자 2017. 7. 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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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SNS 계정 통해 불법 영업…이름·직장 등 신상도 함께 유포
ㆍ‘지인 소행’ 더 큰 충격…계정 삭제돼도 개인 소장 속수무책

서울 지역의 한 대학에 다니는 ㄱ씨는 얼마 전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합성된 사진은 ㄱ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친구 공개’로 올렸던 얼굴 사진을 편집한 것이다. ㄱ씨는 “트위터에 개인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제공해 주면 음란물에 합성하거나 기괴하게 왜곡해 유포하는 계정이 있다”며 “지인들 중 누군가 악의를 갖고 사진을 그 계정에 넘겼다는 생각에 대인기피 증상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경북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지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있는 사진을 알려주면 야동(포르노) 배우의 알몸 사진과 합성한 후, 성적으로 모욕적인 글과 함께 유포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거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친구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음란물에나 나올 법한 자세의 성인배우 알몸 사진과 합성돼 유포됐다”며 “가해자가 1년 동안 서로 믿어왔던 학과 캠퍼스 커플 남자친구라는 걸 알게 된 그날 이후로 친구가 매일 괴로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3일 트위터와 미국 야후사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텀블러’ 등 SNS를 중심으로 일반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 유포하는 계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인 얼굴이 악의적으로 왜곡돼 온라인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신상 정보까지 함께 유포되고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

트위터 한 계정은 ‘지인 능욕해 드립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이름, 나이, 학교·직장, 관계, SNS 주소와 함께 사진을 보내주면 합성을 해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반인 사진은 5장당 1만원, 연예인 사진은 10장에 1만원’이라는 가격도 책정해놓았다. 이 계정에는 음란물에 합성된 일반인 여성들의 사진이 10여장 게시돼 있으며, 이 중엔 교복을 입은 청소년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러한 계정 운영은 불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합성사진 판매는 음란 정보 유통죄로 처벌이 가능하며, 사진을 이 계정에 제보한 사람 역시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등에 공연히 허위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2013년 유명 가수의 합성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누리꾼 2명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음란물 합성은 디지털 성범죄라며 ‘계정 신고’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계정이 삭제되더라도 한 번 유포된 사진을 개인이 소장하는 경우까지 일일이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해 2·3차 피해를 완전히 막긴 힘든 현실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성 부소장은 “지인 능욕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기존의 법망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현행법만으로는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현행법에선 유포된 사진의 음란성을 결국 판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며 “많은 여성들이 위협으로 느끼는 만큼 특정 이미지가 성적인 비하나 혐오 목적으로 쓰이는 것에 대한 더욱 엄격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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