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전 "안전" 판정받은 타워크레인이 부러졌다

평택/권상은 기자 2017. 12. 1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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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아파트 공사장서 1명 추락사, 안전고리 맨 3명 경상
용인참사후 일제점검땐 "문제없다".. 올 7번째 인명사고
타워크레인 높이 올리다가 '뚝'.. 용인 검사한 업체서 또 합격점
"형식적인 점검 그쳐" 비판 제기

경기 평택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또다시 타워크레인이 부러지면서 근로자 한 명이 추락해 숨졌다. 지난 9일 용인 물류 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9일 만이다. 특히 이 크레인은 지난 9일 ㈜한국산업안전이 검사를 실시해 하루 뒤 합격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용인 사고 이후 전국 타워크레인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으나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도 사고는 크레인을 높이는 텔레스코핑(인상 작업)을 하던 중에 발생해 여전한 안전 불감증이 드러났다.

18일 오후 2시 40분쯤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L자형 타워크레인이 마스트(mast·기둥)를 높이는 인상 작업 도중 팔 역할을 하는 지브(jib·가로대)가 아래로 꺾여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18일 오후 2시 40분쯤 평택시 칠원동의 GS건설 자이 더 익스프레스 3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L자형 타워크레인 20층 높이에서 인상 작업을 하던 정모(53)씨가 약 6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정씨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던 이모(46)씨 등 3명, 조종석에 있던 운전기사 신모(33)씨는 다리 등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씨 등 3명은 안전 고리를 착용해 추락을 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씨의 안전 고리 착용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정씨 등 4명은 타워크레인의 마스트(기둥)를 21층 높이로 올리기 위해 텔레스코핑 케이지(인상 작업 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상 작업은 마스트 상단에 설치된 직육면체 박스 형태의 텔레스코핑 케이지를 유압 실린더로 밀어올려 빈 공간을 만든 뒤 약 3m 높이의 마스트 한 칸을 블록처럼 새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경찰이 현장 방범 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당시 정씨 등이 작업을 하고 있던 텔레스코핑 케이지 하단에 설치된 슈 거치대(마스트를 지지하고 있는 V자형 받침대)가 파손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 구조물은 까치발로도 불리며 인상 작업을 할 때 위쪽에 있는 조종석과 지브(가로대) 등 약 30~40t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능을 한다. 타워크레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까치발이 파손되면 마스트가 균형을 잃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거치대가 파손되면서 케이지가 3m 아래로 내려앉은 것을 확인했다. 또 이때 발생한 충격으로 팔 역할을 하는 지브가 아래로 꺾여 마스트와 충돌하는 바람에 정씨가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크레인의 지브는 마스트와 분리돼 로프에 매달려 있는 상태이다. L자 모양의 타워크레인은 T자형과는 달리 자재 등을 매달아 들어 올리는 지브를 로프로 끌어올렸다 내리며 각도를 조절해 작업한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난 크레인은 프랑스 포테인사에서 2007년 제조한 MCR 225 모델이다. 2009년 12월 30일에 도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작년 12월 10일 공사 현장에 설치해 그동안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안전 고리 결합 등 안전 수칙 준수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서만 전국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19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했다. 지난 5월에는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인상 작업을 하다 마스트가 균형을 잃고 무너지면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또 10월에는 경기 의정부시 민락2지구 아파트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철거 작업 도중 붕괴하면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지난 9일에는 경기 용인시 물류 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인상 작업을 하다 크레인이 부러지면서 3명이 추락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 타워크레인도 지난달 16일 ㈜한국산업안전의 정기 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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