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SUV를 '찦차'로 부르게 되었나

지프(Jeep)는 오프로더의 대명사로 군림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SUV형태의 차량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명칭으로 쓰이기도 하고 군용 SUV를 지칭하는 단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얼마 전 군용 차량을 타고 JSA를 넘어온 북한군의 경우도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북한 지프 차량’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비단 ‘북한 지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군용 SUV를 보며 지프라고 말한다. ​
지프는 처음부터 군대를 위한 자동차로 만들어졌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은 ‘G-5’라는 군용차량으로 기동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에서도 기동력을 갖춘 군용차량을 개발해야 했고 약 135개에 달하는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공개 입찰 참여를 요구했다. 작전 차량 개발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몇 가지 조건 붙었는데 첫 번째로 3명 이상이 탈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30구경 기관총을 탑재할 수 있어야 했다. 또한 이륜과 사륜구동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했고 빠른 납품이 가능해야 했다.​
 
아메리칸 밴텀, 포드, 윌리스 오버랜드 3개사가 작전 차량을 개발하게 됐으나 아메리칸 밴텀은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어 포드와 월리스 오버랜드가 최종적으로 작전 차량을 내놓게 됐다. 월리스 오버랜드는 MB라는 이름으로 포드에서는 GPW라는 이름으로 납품했다. 두 회사의 차량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60만 대 이상 생산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전쟁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온 지프는 유명세를 치르며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MB와 GPW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지프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데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General Purpose)의 GP에서 파생됐다는 설과 만화영화 ‘뽀빠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강아지 이름 ‘유진 더 지프(Eugene the Jeep)’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아쉽게도 현재 지프의 명칭이 언제,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지프는 전장의 요구에 따라 탄생한 자동차답게 많은 전장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태평양 전쟁 당시 동남아 지역과 태평양 전선 곳곳에 지프 차량이 투입되면서 태평양의 밀림과 섬들을 누볐다. 지프의 기동력은 산악지대와 밀림, 늪지 등에서 톡톡히 제몫을 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본업인 등판능력과 험로 주파는 물론이고 보닛을 식탁, 작전 테이블, 연설대 등으로 사용하는 등 본업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도 있었다. 이는 전장의 열악한 환경 탓이 컸다. ​
 
전쟁이 끝난 직후 윌리스 오버랜드는 기회를 포착하고 ‘Jeep’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며 저작권을 획득했다. 그리고는 민간용 차량으로 CJ(Civilian Jeep, 민수용 지프)-1A와 CJ-2A를 내놓았고 군용차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CJ-3B를 출시한다. 이때의 CJ 시리즈는 지프의 DNA를 심어놓은 모델로써 오늘날 랭글러의 조상이 되는 모델이다.
 
6.25 전쟁에서는 MB 2세대에 해당하는 M-38 모델이 투입됐다. M-38은 지형 여건 상 군수품 보급과 병력 수송에 주로 활용됐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미군의 철수와 함께 본토에서 대량으로 수송해온 지프들이 애물단지가 되기 시작했다. 본국으로 보내자니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군들은 상당수의 M-38 지프들을 현지에 남겨두었다.
 
이렇게 버려진 M-38들은 현지의 주민들에게 있어서 요긴한 교통수단으로 재활용되었다. 현지의 주민들은 버려진 지프들 중에서 상태가 양호한 부품들을 주워 모아 재조립하는 식으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자동차 중 하나가 국제차량제작의 '시-발' 자동차다. 필리핀의 '지프니'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의 한 예다. 6.25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지프는 1969년부터 대한민국의 신진자동차를 통해 만들어진 '신진 지프'로 연을 맺었고, 신진 지프는 대한민국의 처음이자 당시에는 유일하다시피한 SUV형 자동차로 이름을 알렸다. 또한, 후대에도 국군에 'K-111'이라는 이름의 군 기동 차량으로 K-131의 등장 이전까지 일선 부대에서 널리 사용됐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군용차로 자주 접했던 탓에, SUV라는 단어가 보급된 현재에도 당시를 살아 왔던 대한민국의 기성 세대는 높은 지상고의 상자형 차체를 가진 사륜구동 자동차를 SUV를 뭉뚱그려 짚차 혹은 지프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지프가 대전 내내 보여준 뛰어난 험로 주파 능력과 그를 이어 받은 민수용 지프의 성능 덕에 험로 주행을 논할 때도 지프는 빠지지 않는 다. 이제는 한 제조사의 브랜드로 정착되었지만 지프 브랜드의 영향력은 과거를 거쳐 현재에도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지프 브랜드 고유의 DNA를 이어 받은 랭글러는 여전히 ‘짚차’, ‘지프’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