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올해 BMW는 더욱 큰 차체와 여유로운 공간, 그리고 더욱 첨단의 기술을 더한 신형 5 시리즈를 선보였다.
데뷔 초에는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의 기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어느새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역시 BMW 5 시리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라는 평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가을, 조금 더 성숙한 존재감으로 돌아온 신형 5 시리즈를 다시 만났다.
BMW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때 이전의 세대보다 체격을 키우는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 BMW 뉴 5 시리즈는 확실히 기존의 5 시리즈 대비 한층 큰 차체가 돋보인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BMW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역시 마찬가지. 4,936mm의 전장과 1,868mm의 전폭 그리고 1,479mm에 이르는 전고는 경쟁 모델 속에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휠베이스는 2,975mm 기존 모델 대비 소폭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BMW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로 공차중량은 1,770kg이다.
스포츠 보다 비즈니스에 무게를 두다
새로운 5 시리즈는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웠고, 디자인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했다. 실제 기존의 5 시리즈 대비 여유롭고 차분한 감성을 강조한 것이 가장 주요하게 보인다. 실제 차량의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도 전체적인 크기를 늘렸다.
이전 모델에 비해 더욱 당당하고 과감한 전면부가 돋보이지만 반대로 드라마틱한 요소를 절제하여 한층 차분하고 여유롭다. 덕분에 5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7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다.
다만 기자 개인적으로 그 한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모른 상태로 계속 크기를 키우고 있는 키드니 그릴과 개성이 돋보이지 않고, 전 모델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것 같은 ‘앞트임 헤드라이트’가 5 시리즈 고유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기분이다.
측면 디자인은 두터운 선이 그대로 이어진다. 5m에 육박하는 긴 전장과 2,975mm의 휠 베이스의 길이감이 돋보이는 라인처리와 함께 차체 아래쪽에 길게 이어진 크롬 가니시가 긴 전장에 즐거움을 더했다. 다이내믹하면서도 여유로운 루프 디자인은 BMW의 상징인 호프마이스터 킥으로 이어지며 브랜드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한편 후면 디자인은 BMW 고유의 시그니처 라이팅을 세련되기 그려내고 차체 측면까지 길게 이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통해 역동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특히 기존 모델 대비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의 크키를 키우고 차량의 전폭이 늘어난 덕에 역동적이기 보다는 여유로운 감성을 과시한다. 여유로움이 공조하는 디자인이 됐다.
여유로운 세단, 5 시리즈
BMW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의 실내 공간은 여유로운 공간감이 돋보인다. 최근 BMW가 추구하고 있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더해졌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살짝 기울인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를 마련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이 돋보이는 블랙 하이그로시 버튼 및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실내 곳곳에 구현하여 그 완성도를 대폭 높였다.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어 있어 내심 스포티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실내 공간은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운 공간감이 돋보였다. 대신 기능적으로 완성도 높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들과 BMW에게 빼놓을 수 없는 i-드라이브 컨트롤러를 통해 BMW 고유의 고급스러운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넉넉한 체격만큼 공간의 여유도 좋다. 1열 시트는 그 크기나 소재의 느낌이 무척 좋은 편이다. 또 사이드의 볼륨을 살려 운전자의 몸을 보다 확실하게 지지해주는 느낌이 있다. 다만 출시 행사 때도 지적했던 것처럼 ‘완전한 편안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한편 헤드룸이나 레그룸은 체형을 가리지 않고 무척 넉넉한 편이다.
2열 공간은 중형 세단으로서의 여유가 있다. 물론 이전의 5 시리즈가 체격에 비해 2열 공간이 좁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번의 새로운 5 시리즈 역시 체격에 비해서는 그러 넉넉하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앉아서 장거리 주행을 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공간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를 비롯하여 모든 뉴 5 시리즈의 적재 공간은 530L에 이른다.(PEHV 등 제외) 이정도 용량은 일상에서 충분히 여유로운 수치이며 또 상황에 따라 2열 시트를 폴딩하여 상황에 따라 더욱 넓은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부족함 없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재신임 받은 파워트레인
BMW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의 파워트레인 조합은 BMW 디젤 라인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전통적이고 탄탄한 내공을 가진 엔진과 변속기가 자리한다.
최고 출력 190마력, 40.8kg.m의 토크를 내는 2.0L 트윈 터보 디젤 엔진에 스포츠 8단 변속기를 조합했다. 또한 BMW가 자랑하는 xDrive를 통해 네 바퀴에 보다 효과적인 출력 제어를 구현한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복합 13.9km/L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2.6km/L와 15.8km/L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여유로움으로 완성된 5 시리즈의 드라이빙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으면 뉴 5 시리즈의 넓은 공간이 느껴진다.
보다 넓게 디자인된 대시보드와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실내 공간은 ‘프리미엄 세단’의 가치를 확고히 알린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트의 편의성이 다소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시트의 형상 자체는 상당히 고급스럽지만, 착좌 시에 살짝 불편한 감성이 느껴진다. 특히 엉덩이 시트에서 ‘감싸는 느낌’이 이질적인 것 같았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함께 완성도 높은 디젤 엔진의 정숙함이 돋보인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는 정숙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차량에 필적하는 수준이라 아무런 아쉬움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되려 ‘디젤의 존재감을 더 드러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겨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BMW 디젤 엔진 특유의 강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먼저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기민한 엔진 반응, 부드러우면서도 기민한 출력 전달, 그리고 한 번 움직인 이후 곧바로 경쾌하게 가속하는 모습까지 무척이나 이상적인 디젤 엔진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발진에서도 여유가 있지만 발진 이후의 움직임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엑셀레이터 페달에 대한 엔진의 리스폰스가 무척 우수한 만큼 재가속 상황이나 순간적인 가속 상황에서 다소 둔한 모습을 보이던 일반적인 디젤 모델과의 차별점을 확실히 선사한다. 게다가 고속에서도 꾸준히 정숙한 점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겠다.
정숙성 높은 엔진은 완성도 높은 변속기와 호흡을 맞춰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한 출력 전개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만족감 높은 주행을 과시한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도 무척 빠른 편이고 주행 상황에 따라 보다 효율적이고 지능적인 변속을 하며 운전자에게 최적의 주행 상황을 구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한다.
다만 차량의 움직임은 다소 의문이다. 아무래도 ‘반 쪽짜리 M 스포트 패키지’의 영향으로 보인다.
발진 초기에는 ‘역시 BMW다’라는 생각을 하게 충분했지만 막상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되었다. 최근 BMW가 점점 소프트한 셋업, 그리고 승차감을 중시하는 셋업을 가져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5 시리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물러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M 스포트 패키지를 더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조향에 대한 반응이나 휠베이스 대비 후륜의 추종성 등에서는 여전히 기민하고 우수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탄탄하게 조율되어 운전자에게 긴장감을 더하던 그 감성은 이제 찾기 힘들다. 물론 조향 상황에서의 느껴지는 재미는 우수한 편이지만, 이제는 ‘스포츠 비즈니스 세단’이라며 ‘비즈니스 세단’의 존재감을 강조한 BMW의 의지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한다면 여전히 ‘다루는 즐거움’은 매력적이다.
조향 상황에서 느껴지는 차량의 반응이나 조향에 따라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감성은 여전히 매력적인 피드백을 선사한다. 물론 이런 즐거움 이면에는 완성도 높은 기능들도 뒷받침되어 ‘일상에서의 만족감’을 대대적으로 끌어 올린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물론이고 부드러운 주행감이 돋보이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자랑한다. 참고로 고속도로 위에서 두 기능을 모두 상용할 경우에는 ‘준 자율주행’이라 말할 정도로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변화하고 있는 BMW, 그리고 5 시리즈
과거 BMW 5 시리즈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름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이제 스포츠라는 감성은 M에게 집중하고 있으며 M 스포트 패키지 마저도 ‘편안한’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BMW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는 정말 완성도 높은 차량이지만, BMW의 M 스포트 패키지 모델로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좋은점: 완성도 높은 패키징, 뛰어난 효율성과 아늑한 승차감
안좋은점: M 스포트 패키지라는 이름과 다른 BMW M 감성의 부재
BMW, 차라리 M 스포트 패키지를 벗겨라
시승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차라리 이럴 거면 M 스포트 패키지’를 벗기고 더 저렴한 가격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는 점이다.
스포츠 세단이라기 보다는 이제는 ‘비즈니스 세단’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굳이 M이라는 상징성을 남발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트림에 상관 없이 국내 출시 모델에 모두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적으로 적용한 탓에 엔트리 모델과 상위 모델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상위 트림 구매자의 만족감도 떨어뜨리니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김학수 (raph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