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GT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 6가지

메르세데스-AMG의 간판 스포츠카, GT가 부지런히 세력을 확장하는 중이다. 2014년 GT와 GT S 데뷔 이후 GT C와 GT R, 로드스터 버전을 선보였다. 같은 밑바탕의 뼈대와 엔진으로 라인업을 세분화하는 모습은 메르세데스-AMG가 라이벌로 지목한 포르쉐 911을 연상케 한다. ‘911 킬러’를 자청한 AMG GT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한다.

1. 메르세데스-AMG CEO가 말하는 GT

“우리가 모든 걸 제대로 해냈구나!” 메르세데스-AMG의 CEO 토비아스 모어스는 이 차의 프로토타입 처음 몰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30년 후 이 차가 어떻게 기억될 것 같냐?”는 물음엔 이렇게 말했다. “SLS AMG와 함께 스포츠카 세그먼트에서 메르세데스-AMG의 돌파구를 연 주역으로 기억될 거예요.” 그는 경영자이자 수준급 드라이버다.


2. 키워드로 살펴본 GT의 파워트레인

유로 6: V8 4.0L 트윈터보 엔진은 엄격한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다

585마력(PS): 현 GT 패밀리의 꼭짓점인 GT R의 최고출력

83.0×92.0㎜: 고회전의 짜릿함을 보장하는 GT 엔진의 보어와 스트로크

12L: 드라이섬프 방식을 쓰는 GT 엔진의 오일탱크 용량

250L: GT 엔진 드라이섬프 시스템의 1분 당 최대 오일 순환 용량

2배: 나노슬라이드 기술을 써서 기존 방식보다 2배 강한 GT 엔진의 실린더 내벽

100~200바(bar): 상황에 따라 다른 V8 4.0L 트윈터보 엔진의 연료분사압력

420L: GT 엔진의 1분 당 최대 냉각수 순환 용량

186,000rpm: V8 4.0L 트윈터보 엔진의 1분 당 터빈 최대 회전수

209㎏: V8 4.0L 트윈터보 엔진의 건조중량. 동급 V8 중 제일 가볍다

0.001초: 다이내믹 엔진 및 변속기 마운트의 반응 시간


3. 숫자로 살펴본 GT의 실내

1,000: 블랙 다이아몬드 마감을 위해 귀금속과 카본을 용착시킬 때 온도(℃)

8,000: GT 계기판 타코미터에 그려 넣은 회전수

360: GT 속도계의 마지막 눈금을 장식한 숫자

350: GT의 트렁크 공간

5: GT 실내트림 종류(실버크롬/맷카본/크로스카본/맷실버글라스파이버/블랙다이아몬드)


4. GT 디자이너, 로버트 레스닉의 고백

3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T를 처음 만났다. 당시 벤츠 익스테리어 디자인 총괄 로버트 레스닉과 이야기 나눴다. 그는 GT를 “비율이 전부인 차”라고 정의했다. 20세기 초, ‘실버 애로우(Silver Arrow)’란 애칭으로 이름 날린 벤츠 레이스카의 비율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벤츠는 GT뿐 아니라 전 차종 디자인을 비율→표면→디테일의 순서로 완성한다.

아울러 그는 현재 벤츠가 ‘극단적 곡면(Extremely Round)’ 테마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GT 표면에서 날카로운 그림자 드리운 선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그는 SLS와 GT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일단 크기가 비슷해요. GT는 SLS보다 오버행과 휠베이스가 50㎜씩 짧을 뿐이죠. 너비는 똑같아요. 높이는 지붕이 봉긋 솟은 GT가 2~3㎝ 높고요.”

그러나 “성향은 상당히 다르다”고 했다. “가격으로 봤을 때 SLS는 수퍼 스포츠카였어요. 반면 GT는 스포츠카지요. SLS의 후속도 아니고요. 그래서 걸 윙 도어(갈매기 날갯짓하는 것처럼 여닫는 문)를 계승하지 않았어요.” GT를 디자인하는 덴 3년 걸렸다고 밝혔다. 보통 벤츠의 신차 디자인 기간은 4년. 반면 GT는 1년이나 앞당겼다. 여기엔 사연이 있었다.

“메르세데스-AMG가 이번 모델은 예산이 많지 않으니 4~5개의 안을 만들 필요 없이 딱 하나만 그려 달라고 주문해 왔어요. 우리로서도 좋았죠. 여러 안 준비하느라 시간 투자할 필요 없으니까요. 대신 위험부담이 아주 컸지요. 최종 승인을 담당하는 회사 임원이 거부하면 해당 프로젝트가 말짱 도루묵 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GT는 흔쾌히 승인 받았어요.”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 미국의 디자인 컨설턴트 로버트 쿰버포드는 <오토모빌>에 연재 중인 디자인 비평에서 GT의 보닛을 이렇게 묘사했다. “너무 긴 보닛 때문에 비율이 어색해졌다”고도 주장했다. 물론 단서도 달았다. “이 차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더 흐른 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 디자인을 이해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슬그머니 덧붙였다.


5. 개발총괄 요헨 헤르만의 귀띔, “GT는 매일 타세요”

AMG의 레이스 트랙 성능과 메르세데스의 사용성. “3년 전 GT 개발을 시작했을 때 아우르고자 한 목표였어요.” 트랙 시승에 앞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요헨 헤르만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메르세데스-AMG의 차량 개발을 총괄한다. 2013년 AMG로 옮기기 전 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액티브 세이프티 개발팀을 이끌었다.

그는 GT를 “레이서의 수공예 작품(Handcrafted by racer)”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엔진 마운트를 보세요. 부드러운 마운트는 진동과 방음에 도움 되지요. 그러나 최고의 핸들링을 위해선 단단해야 해요. 그래서 다이내믹 마운트를 고안했어요. 상황에 따라 번개처럼 성격을 바꾸죠. 그 결과 편안함과 민첩성을 동시에 실현했어요.”

그는 GT가 가끔 타는 트랙용 차로 쓰이길 원치 않는다. “저흰 고객들이 GT를 매일 몰았으면 해요. 장거리 여정의 동반자와 레이스 트랙의 파트너를 변화무쌍하게 오갈 수 있어요. 운전 모드에 따라 성격이 송두리째 바뀌거든요. 타보기도 전에 주문이 빗발치고 있어요. AMG는 지속적으로 신차를 내놓을 겁니다. 우리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에요(웃음).”


6. AMG는 어떤 회사?

M 자동차 회사의 신입 엔지니어 A는 레이싱이 좋았다. 성능을 화끈하게 높여 경주에 내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회사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회의 느낀 A는 창업을 결심한다. 사내 동료 M와 뜻이 맞았다. 두 젊은 자동차광은 번듯한 회사를 뛰쳐나왔다. 1967년 G란 지역에서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둘의 성과 지역명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바로 AMG였다.

이후 AMG는 모터스포츠와 튜닝으로 명성을 떨쳤다. 으리으리한 휠과 치맛자락 같은 범퍼로 화장빨 앞세운 튜너와 접근법이 달랐다. 레이싱 공식에 충실했다. 꾸미기는 그 다음이었다. 1999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엔지니어가 미련 없이 사표 던졌던 메르세데스-벤츠가 AMG의 지분을 샀다. 2005년엔 100% 자회사 메르세데스-AMG로 거듭났다.

현재 공동창업자 둘은 또 다른 미래를 찾아 각자의 길을 떠난 상태. 에르하르트 멜허(M)는 AMG가 그로사스파흐(G)에서 지금의 둥지인 아팔터바흐로 옮길 때 회사를 떠났다.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A)는 자신의 이름을 딴 HMA란 레이싱 팀을 운영 중이다. 레이싱을 향한 두 엔지니어의 열정은 벤츠의 자회사로 거듭난 지금도 올곧게 내리물림 되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삼인방(아우디․BMW․벤츠)은 모두 고성능 차 사업부를 거느렸다. 그러나 시작과 접근법은 제 각각이었다. BMW의 M은 1972년 세운 모터스포츠 전담부서가 뿌리다. 1993년 별도법인으로 독립했다. 아우디는 액세서리 개발 및 제조를 위해 1983년 세운 콰트로가 그 시작이다. 지금은 S라인 액세서리와 고성능 모델인 RS를 개발하고 만든다.

글 김기범 편집장

사진 메르세데스 -A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