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피울 권리·피할 권리 끝없는 갈등..'분연문화' 먼 길

10일 서울 관악구의 한 당구장. 입구, 화장실을 비롯해 당구장 곳곳에 ‘2017년 12월3일 대한민국 당구장에 담배연기가 사라집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3구나 4구, 포켓볼을 즐기던 20명 남짓한 손님들의 손에 담배가 들려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경기가 잘 안 풀리던 한 손님이 담배를 꺼내 물려고 하자 동료가 “야, 이제 금연이야. 같이 나가서 피고 오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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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장,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지 다섯째날인 8일 오후 인천의 한 당구장에 '금연 당구장' 글귀가 적혀 있다. 사진 = 한윤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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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당구장에 대형 흡연 부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 = 한윤종 기자 |
지난해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의 개정안이 3일부터 시행돼 몇 안 되는 실내흡연 가능구역이었던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도 담배 연기로부터 해방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내년 3월2일까지는 계도기간이며 이후부터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법령의 시행에 비흡연자는 물론 흡연자 일부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구장에서 만난 박모(35)씨는 “담배 연기를 극도로 싫어해서 그간 금연 당구장을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어느 당구장이든 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흡연자 구모(39)씨는 “흡연자도 담배 냄새는 싫어한다. 당구장을 다녀오면 옷에 담배 냄새가 배서 가족들의 구박이 심했다. 간접흡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흡연자들은 이번 정책을 포함해 금연 정책 전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홍모(34)씨는 “공이 제대로 안 맞을 때, 어떻게 칠까 고민할 때 담배 피는 게 당구의 묘미 중 하나였다. 당구장은 흡연자들의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였는데 아쉽다”면서 “금연구역은 점점 넓어지는 반면 흡연구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담배를 팔거면 피울 공간은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송모(33)씨도 “담배값 중 세금이 대략 70%를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세금의 일부라도 써서 ‘끽연권’을 보장하는 흡연부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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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흡연부스 |


하지만 국내에는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의 실내외 금연구역은 2012년 7만9391곳에서 올해 9월 기준 25만4546곳으로 3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시내 거리 흡연부스는 11개 자치구의 43개소에 불과하다. 그나마 35개는 민간 설치이며 공공기관이 직접 설치한 곳은 8개뿐이다. 게다가 환풍 시설도 열악해 시민들의 이용률도 떨어진다. 대표적인 금연거리인 강남대로를 보면 흡연자들이 대로에서만 금연할 뿐 뒷골목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부는 흡연부스 확충을 통한 분연정책에 동의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임숙영 과장은 “흡연부스 설치는 각 지자체 소관이다. 금연구역 확대와 더불어 흡연시설 확충에 대해 지자체와 논의 검토 및 협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담배로 걷힌 세금으로 흡연시설 확충에 사용하는 것은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임 과장은 “예산에도 우선 순위라는 게 있다. 우리의 목표는 흡연율 감소를 통한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담뱃세는 금연 관련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 금연치료 사업이나 금연클리닉, 중·고교 금연 홍보 등 금연을 원하는 분들게 적극 지원한다는 게 정부의 뜻이다”라고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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