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아기 천사? 그렇다고 이슬만 먹고 살진 않아요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7. 9.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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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사이언스 샷]
바닷속 민달팽이 '바다 천사'
옆구리 쪽 달린 날개가 마치 천사 모습 연상시켜
모습과 달리 육식성으로 자매뻘 '바다 악마' 포식
잠수의 순간 만나다
5cm 정도 소형 연체동물 오호츠크海 인근서 촬영
짝짓기하는 듯 겹쳐 보여 '사랑에 빠진..' 제목 탄생

반투명 날개를 단 아기 천사들이 나타났다. 영국 왕립사진학회가 주최한 국제 과학 사진 대회에서 최종 결선에 오른 작품 '사랑에 빠진 천사들(Angels in Love)'이다. 러시아 사진작가 안드레이 나르추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8월의 바닷속에서 천사들이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과학 사진 대회 최종 수상작 5점은 오는 12일 발표된다.

사진에 나온 생물은 차가운 바닷물에 사는 민달팽이 '바다 천사(sea angel)'이다. 다 자라야 5㎝ 정도에 불과한 소형 연체동물이다. 등껍질이 없고 옆구리 쪽에 있는 날개 모양의 구조를 초당 2회씩 퍼덕거려 이동한다고 무각익족류(無殼翼足類) 또는 나각익족류(裸殼翼足類)로 불린다. 분류학상 김노소마타(Gymnosomata)목(目)에 해당하는데, '벌거벗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김노스(gymnos)'와 '몸'이라는 뜻의 '소마(soma)'에서 비롯했다. 천사야 늘 벌거벗고 있으니 이상할 게 없는 이름이다.

생김새는 천사이지만, 그렇다고 이슬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 바다 천사는 육식성 동물이다. 자매뻘인 유각익족류(有殼翼足類), 즉 등껍데기가 있는 바다달팽이를 잡아먹는다. 이 달팽이는 바다 천사보다 더 긴 날개 모양 구조를 가져 '바다 나비'라고 불린다. 하지만 바다 천사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바다 악마'라는 악명(惡名)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다 천사는 머리 부분에 나 있는 촉수들로 바다 나비를 붙잡아 촉수 한가운데 있는 입으로 먹는다. 같은 연체동물인 오징어와 비슷한 행동이다.

Andrey Narchuk

북극해에 사는 바다 천사는 이름처럼 다른 동물의 '수호천사'가 되기도 한다. 이곳에 사는 바다 천사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천적을 쫓아낸다. 새우 모양의 바다생물인 단각류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바다 천사를 호신용으로 곁에 둔다고 한다.

나르추크는 러시아 사할린섬 근처 오호츠크해(海)에서 이 사진을 찍었는데, 첫 잠수를 한 순간 수만 마리의 바다 천사로 둘러싸였다고 한다. 근처에는 바다 악마들도 많았지만 이미 배가 통통하게 부른 바다 천사는 먹이를 쫓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주변의 바다 천사 중 3분의 2가 두 마리씩 붙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르추크는 "짝짓기 순간을 포착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에서도 바다 천사 둘이 겹쳐 보인다. '사랑에 빠진 천사들'이란 사진 제목이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바다 천사는 다른 달팽이처럼 암수가 한 몸에 있는 자웅동체(雌雄同體)이다. 그렇다고 혼자서 자손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다른 개체와 짝짓기를 한다. 다만 암수 구분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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