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두개의 빛: 릴루미노',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의 시선

공미나 기자 2017. 12. 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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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빛: 릴루미노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두개의 빛: 릴루미노'가 섬세한 멜로와 함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풀어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노'(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는 시각장애인 사진 동호회에서 만난 두 남녀가 사진을 완성해가며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해 영화 '덕혜옹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허진호 감독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호우시절'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감성 멜로다.

허진호 감독은 시각 보조 어플인 '릴루미노'의 시연 영상을 통해 앱의 도움으로 엄마를 인식한 아이, 서로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된 오래된 친구, 피아노 치는 시각장애인 등을 접하게 되며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따뜻한 멜로영화 틀 안에 녹여냈다. 그렇기에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잔잔한 로맨스와 더불어 그들의 생활을 담아내며 편견을 깨고 이해를 돕는다.

영화는 저시력 장애의 일종인 RP(망망색소변성증)를 앓고 있는 인수(박형식)가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사진동호회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인수는 같은 저시력 장애인인 수영(한지민)을 만나고, 자신과 달리 밝고 당당한 수영에게 마음이 끌리게 된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사진동호회를 극의 배경으로 설정한 점이 독특하다. 사진은 전형적인 시각 예술이기 때문. 하지만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이 동호회는 아름다움은 눈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곳의 사람들을 통해 영화는 시각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며 그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일부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둡거나 우울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만, 극 중 인물들은 모두 밝고 희망적이다. 특히 수영은 처음 사진동호회에 찾아와 길을 헤메는 인수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인수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먼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등 움츠러듦이 없다.

인수가 처음 동호회에 들어간 장면에서 동호회원들은 각자 시력을 잃은 기간과 정확한 증세를 소개한다. 흔히 시각장애라면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전맹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극은 다양한 시각장애에 대해 설명하며 이해를 돕는다. 실제 국내 시각장애인 25만 명 중, 약 80%가 저시력 장애인이라고.

또한 극에는 시각장애인들을 마주했을 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한 간접적인 설명도 담고 있다. 이를테면 극 중 공원 계단을 내려가는 수영은 갑작스레 자신의 팔을 잡는 할머니에 깜짝 놀란다. 수영은 도움을 주겠다는 할머니에게 괜찮다며 극구 거절을 하지만, 할머니는 계속해서 수영의 얼굴과 팔 등을 잡으며 수영을 놀라게 만든다. 결국 수영은 "저를 가만히 두는 게 도와주시는 거예요"라며 할머니에게 설명한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에게 동의 없는 도움은 좋은 의도일지라도 오히려 그들을 곤란하게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의 생활과 그들을 향한 시선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지만, 영화의 흐름을 구축하는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 또한 따스하고 가슴 설레는 멜로를 완성했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서로를 마주한 채 손을 흔드는 장면이나, 증세가 더 악화된 인수가 수영에게 선물 받은 손전등을 켜고 밤길을 걷는 장면 등은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방식을 따스하게 그린다.

한지민과 박형식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은 시각장애 설정에도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한지민과 박형식은 시각장애인의 시선처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에서도 섬세한 멜로를 그려낸다. 한지민은 저시력 장애인들이 한쪽 눈을 실명하고 눈동자가 쏠려있는 점을 발견, 연기를 통해 양쪽 눈의 방향이 다른 모습까지 표현해낸다. 감정 연기를 비롯해 쉽지 않은 눈동자 연기까지 소화하며 리얼리티를 살린 것.

앞서 배우들이 영화에 대해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빛을 선물하는 느낌과 감동을 받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듯, '두개의 빛: 릴루미노'는 시각장애인을 따뜻하게 비추는 한 줄기 빛 같은 영화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 포스터, 스틸]

두개의 빛: 릴루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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