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른여섯, 그 남자 현빈
“나이 먹는 게 좋아요. 연기하는 사람에겐 나이가 곧 경험이니까요. 경험 많은 사람은 못 이기겠더라고요. 배우가 직업인 이상 나이 먹는 것엔 긍정적입니다. 선배들과 교류가 많은 것도 이런 점 때문이에요.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다 경험한 분들이니까요.”
배우 현빈은 서른여섯 살이 저물어가는 11월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쌓이면서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거로 기대했다. 그렇게 여물어가길 원했다.

현빈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느릿느릿한 말투로 ‘여유’와 ‘행복’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금의 나,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단도직입적으로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고,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사적인 부분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죠. 하지만 이미 익숙해졌어요. 가끔 ‘이 직업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냥 받아들이고 가는 거죠.”
만약 배우가 아닌 현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평범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요. 사실 배우 아니면 뭘 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막연하게 ‘남들처럼 살겠지’라고 생각할 뿐이죠.”
배우를 특별하고 화려하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특별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죠. 실제 화려하거나 경제적으로 잘 사는 배우들도 그렇게 많지 않고요. 촬영장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배우들이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함께 체험한다면 ‘배우’가 그렇게 좋다고만은 하지 않을 거에요. 저 역시 사람 자체가 특별한 게 아니고 직업이 특별한 것 뿐이고요.”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편견 중 틀린 게 있느냐는 질문엔 유쾌하게 답했다.
“바른 청년이요. 전 그다지 바르진 않거든요. 어떤 기준에서 ‘바르다’고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아요. 하하.”

■“친숙한 배우로 남고 싶어요”
지난 2003년 KBS2 <보디가드>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곧 데뷔 15주년을 맞는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내 이름은 김삼순> <그들이 사는 세상> <아일랜드>, 영화 <공조> 등 히트작들도 꽤 쌓았다.
“제가 나온 드라마들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 한번씩 보는 편이에요. ‘그때 어떻게 연기했지?’란 질문에 답을 얻고 싶어서요. 그래도 보면 ‘연기 참 못했다’는 생각만 해요. 하하.”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고.
“제가 찍은 작품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아빠가 배우로서 이렇게 성장했어’라는 걸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엔 ‘내려놓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예전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영화 한 편에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제가 늘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옭아맬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편안하게 연기해야 좀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작품 선택의 기준도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과거엔 여운이나 메시지가 강한 작품에 끌렸어요. 물론 지금도 상업성, 오락성만 강한 영화를 선택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른 도전을 항상 하고 싶더라고요. 또 머리 비우고 2시간 극장에서 울고 웃는 게 좋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먼훗날 은퇴한 이후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우리 옆에 있었던 배우’로 남고 싶어요. 얼마 전 중학생 관객을 만났는데 <시크릿 가든>을 초등학생 때 봤다고 하더라고요. 세월간 게 새삼 느껴졌어요. 이처럼 사람들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저 배우 작품은 봤구나’ 정도만 기억됐으면 해요.”

■“<꾼> 유지태, 내겐 큰 자극제”
그는 이번에 영화 <꾼>(감독 장창원)으로 스크린 사냥에 나선다. 이번 작품으로 보물 같은 배우들을 만나 기뻤다고. 특히 유지태는 그에게 큰 자극제였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에요. 드라마, 영화도 찍고 감독으로서 활동도 하잖아요. 실제 현장에서도 촬영 도중 쉬는 시간엔 늘 시나리오를 쓰고 있더라고요. 전 그 분처럼 못할 것 같아요. 저런 에너지나 영화를 향한 애정이 어디서 나올지, 크게 배웠죠.”
나나, 배성우 등과도 호흡이 좋았다.
“대기 시간에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많이 가까워졌어요. 성격이 모난 사람도 없었고요. 하하. 그 중 나나란 배우는 정말 노력파더라고요. 밝은 기운으로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마지막으로 ‘현빈은 어떤 꾼이냐’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오랜 시간 고민했다. 뭔가 기발한 답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보였다. 결국 소속사 측에서 건넨 쪽지를 보고 답을 얻었다.
“아, 맞다. 저 ‘질문꾼’이에요. 평소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거든요. 연기할 때나 어떤 일정을 소화할 때 설득이 안 되면 행동하지 않아요. 제대로 답을 얻어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케이윌, 충격 고백 “뇌신경 이상으로 성대 문제…노래 못할 뻔” (전참시)
- [단독] 저스트 절크 영제이, 미모의 신부와 2월 결혼 “험난한 태풍 지나 따뜻한 봄”
- 한혜진 “내년 이맘때 출산할 수도”…결혼·출산 계획 깜짝 고백 (워킹맘)
- ‘아빠 어디가’ 정웅인 딸 소윤, 뉴진스 해린인 줄…“고1 미술학도”
- ‘특수준강간’ NCT 출신 태일, 징역 3년6개월 확정
- ‘대세 of 대세’ 이준호·이제훈을 제친 이 남자, 박정민
- “불륜몽·정자몽? 모두 조작된 것” MC몽, 차가원에 송금한 내역까지 공개
- “진짜 억울했나”…전현무, ‘링거 논란’ 피하려다 ‘발기부전’까지 고백
- ‘55세 자연임신’ 최성국, 24세 연하 아내 딸 출산에 결국 눈물 (조선의 사랑꾼)
- 이지혜, 곽튜브 ♥공무원 아내 미모에 깜짝…“너무 예뻐” (관종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