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칼럼] 로드스터·컨버터블..뚜껑 열리는 오픈카의 디자인
우리가 흔히 ‘오픈카’라고 말하는 차는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든 그야말로 ‘뚜껑 열리는 차’ 이다. 그런데 이처럼 뚜껑이 열리는 오픈카는 바로 우리들의 드림 카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낭만적인 자동차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픈카’ 라는 말은 사실 정식 명칭은 아니다. 그 의미는 물론 틀리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구분하는 명칭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들, 소위 뚜껑 열리는 차들은 대개는 스포츠카 이거나, 혹은 디자인적인 개성을 강하게 가진 경우가 많다. 현재 국산 차에는 ‘오픈카’로 개발되어 시판되는 모델은 없다. 1990년대 중반에 출시됐던 ‘엘란(Elan)’ 이 있었지만 단종되었고, 지금 생산되는 ‘국산 오픈카’ 모델은 없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도입돼 있는 수입 차들 중에는 다양한 오픈카들이 있다. 게다가 이 차들이 이제는 그렇게 멀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다양한 유형의 오픈카들은 지붕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체 구조와 차량의 성격에 따라 로드스터(Roadster), 스파이더(Spider), 컨버터블(Convertible), 카브리올레(Cabriolet) 등의 명칭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각각의 차량들은 각기 다른 유래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승용차를 비롯한 거의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고정된 철제 지붕이 있는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역사 초기에 등장한 차량들은 모두가 고정된 구조물로서의 지붕이 없는 차체 구조의 무개차(無蓋車)였다. 그것은 초기의 자동차들 모두가 마차의 구조를 응용해서 덮개가 없는 차체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픈카’ 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픈카’의 종류 중에서 가장 오래된 유형은 로드스터(roadster)인데, 이것은 처음부터 고정된 지붕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해서 차체의 아래쪽을 튼튼하게 설계한 구조의 차량을 말8한다.
이러한 로드스터의 원형은 1930년대에 유럽에서 제작된 경주용 차량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좌우의 유리창은 없으며, 앞 유리창은 따로 장착된 구조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나오는 로드스터는 측면 유리창과 앞 유리가 모두 기본적인 구조로 만들어져 있으며, 직물이나 가죽 재질의 소프트 탑(soft top), 또는 FRP 등의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진 하드 탑(hard top) 형태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원래의 ‘로드스터’와 구조가 약간 다르다고 해도, 스포티한 차량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로드스터 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
한편 또 다른 명칭으로는 스파이더(spider)가 있는데, 이것은 곤충의 거미(spider)와 같은 단어이다.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거미처럼 낮게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라는 설이 있는 가하면, 로드스터 차체에 지붕을 얹은 모습이 마치 거미가 차량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것에 비유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스파이더’라는 명칭은 주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서유럽에서 사용된다. 스파이더는 구조적으로는 로드스터와 거의 같고, 경우에 따라서 탈착식 하드탑(hard top) 지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4륜구동 차량 지프(Jeep)는 차체 스타일만으로 보면, 유연한 이미지의 로드스터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가장 가깝다.
본래 지프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군의 기동차량으로 쓰이기 위해 지붕이 없는 튼튼한 차체를 가진 소형 트럭(light truck)으로 개발된 차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혹한 사용 환경에 견디기 위해 트럭과 동일한 구조로 사다리 모양의 뼈대 위에 차체를 얹은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의 구조이다.
또한 고속주행성능 보다는 험로주행성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리하여 가벼운 차체를 만들기 위해 지붕이 없는 간결한 차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직물로 제작된 소프트 탑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높은 지상고(ground clearance) 덕분에 험한 길을 주행하거나 강을 건너고 바위를 넘고, 계단을 오르기도 하는 등 전천후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의 지프 역시 로드스터의 정의에 충실한 차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오픈카는 컨버터블(convertible), 또는 카브리올레(cabriolet) 라고 불리는 유형이다. ‘컨버터블’은 영어이고 ‘카브리올레’는 불어 인데, 줄여서 ‘카브리오’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본래는 ‘컨버터블 쿠페’ 또는 ‘컨버터블 세단’의 줄임 말로, 이것은 말 그대로 ‘열릴 수’ 있는 지붕을 가지고 있는 세단이나 쿠페 라는 의미이다.
이미 세단이나 쿠페 형태로 개발된 승용차 차체에서 지붕을 잘라내고 가변형 지붕을 설치한 차량이라는 의미이다. 즉 기본형 모델이 이미 존재하고, 그 변형 모델로써 컨버터블 모델이 개발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컨버터블 모델을 개발하면서 차체의 디자인 완성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의 사례도 있다. 스웨덴의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사라진 사브(SAAB)의 ‘900 쿠페’ 모델을 바탕으로 개발된 카브리오 모델은 오히려 기본형 차량이 가지지 못한 우아함이 돋보이는 특이한 모델이다.
보통의 세단이나 쿠페형 승용차들은 A, B, C 필러(pillar)가 지붕을 지지하는 동시에 이들이 모두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차체의 강성(剛性)을 높여주는 일체구조 차체(monocoque)로 만들어진다.
이 구조는 차체가 바로 뼈대 역할을 하는, 말하자면 새우나 가재와 같이 별도의 뼈가 없이 외피가 골격 역할을 하는 갑각류의 구조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에서 각각의 필러와 지붕 등 차체 일부를 잘라내고 그 위에 천으로 된 지붕을 씌우게 되면, 차체의 강성이 매우 취약해져 주행안정성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차량의 전복 사고 시에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차체를 추가적으로 보강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시에 승객의 머리 부상 방지를 위한 롤 바(roll bar)를 좌석 뒤쪽에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서 개발되는 것이 세단, 또는 쿠페형 차량의 컨버터블 모델이다.
컨버터블 차량의 열린 지붕을 통해 얻어지는 자유로움은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역동적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컨버터블 지붕의 제작은 사실 첨단기술은 아니지만, 정교한 구조의 설계와 생산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컨버터블 지붕은 과거 마차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을 가진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서유럽 지역의 소수의 전문 업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또한 양산 자동차 메이커들은 컨버터블 차량을 직접 개발, 생산하지 않고 대부분 이와 같은 외부의 전문 업체를 통해 수공업적 방법으로 소량을 생산하며, 이로 인해 컨버터블 차량의 가격이 비싸지기도 한다.
한편 컨버터블 차량과 일반적인 철제 지붕을 가진 쿠페를 절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이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컨버터블 하드 탑(convertible hard top)이다.
이 차량 역시 세단이나 쿠페형 차량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오픈카로서 2+2의 승차공간을 가진다. 그러나 많은 차체 부품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컨버터블 하드 탑 차량은 소프트 탑 컨버터블 차량에 비해서 철제 지붕의 구조물이 무겁고 복잡하며, 가격 또한 비싸며, 지붕의 수납을 위해 트렁크 공간은 실용적인 용도로는 거의 쓸 수 없게 되는 등의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철제 지붕을 닫으면 쿠페나 세단과 같은 차체 밀폐성이 확보되어, 이전의 소프트 탑 차량이 가졌던 본질적인 단점이었던 풍절음(風切音)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으므로, 고속 주행 시에 보다 안락하고 쾌적한 실내 분위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차체 디자인의 완성도 역시 매우 높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차체 강성은 지붕이 철제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그것을 차체의 구조로 포함시켜서 생각할 수는 없다. 가변적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오픈카는 지붕이 없는 구조의 차량이 주는 자유로움과, 마치 2륜 바이크와 같은 건강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싶어 하는 드림카 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자동차 디자이너로써 필자가 느끼는 하나의 아이러니(irony)는, 오픈카의 지붕을 열면 사실상 아무런 형태의 디자인도 없는, 그야말로 멋있는 차체의 디자인이 감추어지거나 사라져버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욱 더 그런 차를 멋있다고 생각하며 타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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