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어린이집 갔는데 대기 취소 왜 안하냐고요?

권한울 2017. 12.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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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항으로 내일 간담회를 실시합니다. 꼭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갔다고 해서 과거 입소 대기 신청했던 것을 취소하지 않길 잘했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어린이집 문제에 가슴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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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에다 수년째 반복된 누리과정 예산파동 등으로 유치원에 보내려는 부모가 늘면서 문을 닫는 영세한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22] "중요한 사항으로 내일 간담회를 실시합니다. 꼭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첫째를 2년 넘게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며 긴급 간담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 없어진다면 모를까, 다른 일로 긴급 간담회를 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담회에 참석했다.

"어린이집이 폐원합니다. 작년부터 경영이 어려웠지만 아이들이 예뻐서 버텼습니다. 아이들이 갈수록 줄어 운영이 너무 어렵습니다.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은 20명의 아이들이 채워져야 선생님들 월급과 운영비 등을 제하고 본인 월급을 겨우 가져가는데 사정이 좋지 않아 최근 2년간 너덧 번 자신의 월급을 반납했다고 했다. 임대료는 오르고 아이는 계속 줄어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내년 2월 아이들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겠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입소 경쟁이 치열해 겨우 들어왔는데 아이들이 부족하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저출산이 문제라고 떠들어대도 서울에선 어린이집 입소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아이가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는 것이다. 원장은 연령별로 경쟁률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이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부모는 작년에 근처 어린이집 두세 곳이 폐원했는데 다니던 곳마저 없어진다니 서운하면서도 막상 다른 곳을 알아보려니 막막하다고 했다. 무거운 간담회 분위기와 달리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유희실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

어린이집 폐원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출산율 저하에다 수년째 반복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파동 등으로 유치원에 보내려는 부모가 늘면서 문을 닫는 영세한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0~2세 무상보육 도입으로 어린이집이 과잉 공급된 탓도 크다. 어린이집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어린이집 인가 제한을 완화했고, 2013년 어린이집은 사상 최고치인 4만3770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같은 해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가정양육수당이 도입되고, 국공립·직장 어린이집이 증가하면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숫자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6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2014년 처음으로 28개가 줄었고, 2015년에는 감소폭이 1225개로 급증했다.

원장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담임 선생님은 눈물을 훔쳤다. 마음고생 많았을 원장과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선생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지만, 또다시 지난한 어린이집 입소 경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다행히 입소 대기 신청을 해놓고 취소하지 않은 곳이 두 군데나 남아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공립 어린이집 두 곳만큼은 대기 신청을 취소하지 않았던 것이다. 3년 전에 신청했는데 아직도 대기 순번이 각각 5번째, 7번째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집에 전화해 모집 인원을 물으니 4명이라고 했다. 앞사람이 취소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 부랴부랴 다른 가정어린이집에도 대기 신청을 넣었지만 입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갔다고 해서 과거 입소 대기 신청했던 것을 취소하지 않길 잘했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어린이집 문제에 가슴이 답답했다. 다니던 어린이집이 폐원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여전히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현실이 모순되게 느껴졌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오늘도 하염없이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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