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허황옥, 평강공주..호화혼수의 원조들
[경향신문] 요즘 자식을 키워 대학 보내고, 취직시키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얼마나 들까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렇다면 조상들은 어땠을까요.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혼인할 때 재물없이 보내는 것이 예법”이라는 고구려 시대 기록도 있지만 어디 그렇게 되는 것이겠습니까.
그 유명한 평강공주의 예가 있습니다. 바보 온달과 혼인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가출한 평강공주의 팔꿈치에 금팔찌 수십개가 걸려있었습니다. 평강공주가 훔쳐서 나온 것일까요. 아마도 어머니(왕비)가 준 것이 아닐까요.
부모 속을 긁어놓고 가출하는 딸에게 남몰래 혼수품을 마련해준 것은 아닐까요. 마침내 온달과 결혼한 평강공주는 이 금팔찌를 팔아 재산을 마련했답니다. 그렇다면 호화혼수의 원조는 평강공주였을까요. 아닙니다. 비조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이유타국 공주로 가락국 김수로왕에게 시집온 16살 허황옥이었습니다. 허황옥의 부모 역시 이역만리 가락국까지 시잡가는 철부지 딸을 위해 엄청난 양의 혼수품을 보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신라 신문왕은 귀족 김흠운의 딸을 데려오면서 무려 수레 300대의 혼수품을 보냈습니다.
상상해보십시요. 서라벌 시내에 늘어선 300대의 혼수품…. 조선시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혼수품 때문에 혼인식을 올릴 수 없던 백성들이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세종 임금이 한성판윤(서울시장)과 감사(도지사)에게 “시집장가 못가는 백성에게 혼수품을 마련해주라”는 특명을 내렸겠습니까. 실록 등을 들춰보면 호화혼수 때문에 생긴 요지경 풍속이 부지기수로 등장합니다. 18세기 실학자 이덕무의 한탄이 귓전을 때립니다.
“혼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딸을 낳으면 집을 망칠 징조라 한다. 어린 딸이 죽으면 사람들이 얼마의 돈을 벌었다는 말로 위로한다. 인륜과 도덕이 여지없이 타락한 것이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딸이 죽으면 “혼수 마련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위안 삼았다니 얼마나 비참한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결혼식 비용, 얼마나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작은 결혼식이 유행이라지요.
<이기환 논설위원 http://leekihw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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