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35년전 '용산의 미래' 꿈꾼 LS용산타워(옛 국제센터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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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수많은 국제빌딩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빌딩이 바로 서울 용산에 있다. 지금은 ‘LS용산타워’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준공 후 35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세월을 국제빌딩으로 살아온 건물이다. 정확한 이름은 ‘국제센터빌딩’이었다. LS용산타워가 전국의 국제빌딩을 대표하는 빌딩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 빌딩이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함께했을 뿐 아니라 서울의 중심부인 용산의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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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고 등장했지만 이후 한동안은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군사독재 정권의 핍박에 재계를 호령하던 대기업이 힘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제그룹은 고(故) 양정모 회장이 1947년 부산에서 창업한 회사다. 초창기 고무신 생산 업체로 시작한 국제그룹은 이후 중화학·섬유·건설 등에도 진출하며 1980년대에는 21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의 영광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1985년 국제그룹의 주거래은행이던 제일은행이 ‘국제그룹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그룹이 해체되고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재계 10위권 안에 올라 있는 대기업이 이처럼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전두환 정부에 밉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그룹이 전 정부에 정치자금을 적게 낸 것이 미움을 산 이유로 알려져 있다.
이후 국제상사는 한일그룹에 인수됐으며 국제센터빌딩도 같이 넘어갔다. 한일그룹의 영광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한일그룹은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다가 1998년 그룹이 해체됐다. 이후 국제상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2006년 LS그룹의 계열사인 E1에 인수된 후 LS네트웍스로 사명을 바꿨다. 국제센터빌딩도 오랜 세월 함께한 이름을 버리고 LS용산타워로 다시 태어났다.
■5각형태의 독특한 건축물 위로 갈수록 각 줄어드는 변화무쌍 외관 도로축과 45도 기울여 설계···소음 줄여 대부분의 오피스 빌딩은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건축물이 오피스로 사용하기에는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오피스 빌딩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작품인 ‘시그램빌딩’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미스 반데어로에의 영향을 받은 ‘SK서린빌딩’ ‘삼일빌딩’ 등이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LS용산타워는 정반대다. LS용산타워의 1층은 무려 11각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5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또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각이 줄어들어 정확한 형태를 묘사하기가 어렵다. LS용산타워 준공 당시 한 일간지는 이를 두고 ‘천(千)의 얼굴을 지닌 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역동적인 모양의 LS용산타워를 가리켜 ‘노래하며 율동하는 건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LS용산타워의 또 다른 특징은 건축물이 간선도로의 도로축과 45도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간선도로와 평행한 형태로 서 있다. 손호영 LS네트웍스 자산관리팀장은 “LS용산타워는 대로변과 45도 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이 90도가 아닌 45도만 꺾어도 건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대로변과 거리를 두게 됨에 따라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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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용산타워가 시대를 저 멀리 앞서 간 건축물이었다는 점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LS용산타워 준공 후 건설에 참여한 주역들이 공사 뒷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한 참석자가 “내년 6월 개통될 지하철역(현재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2번 출구)과 연결되고 지하상가가 들어서면 웬만한 10층 건물 정도의 상권이 형성되고 일본의 예를 보면 지하철역과 연결된 건물은 좀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하자 또 다른 참석자가 “일종의 백화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지역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맞장구를 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보면 당시만 하더라도 오피스 건물이 지하철역과 연결된 경우가 흔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35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서울 주요 업무 지역의 지하철역은 대부분 주변 오피스 건물들과 연결돼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용산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예로부터 용산은 풍수가 안 좋기로 유명했다. LS용산타워에 들어섰던 국제그룹과 한일그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많은 기업이 이곳에서 무너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이미지도 많이 변했다. LS용산타워에 들어선 LS네트웍스가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LS용산타워 바로 옆에 18만8,750㎡에 달하는 초대형 사옥을 지을 정도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또 최근 들어서는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다시 한번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포함한 용산 발전 계획이 담긴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LS용산타워가 35년여 전 꿈꾼 미래와 마주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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