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빛낸 나팔바지 그 조상은 영국해군 바지 (상)

남보람 2017. 12. 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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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9] 1. 가수 싸이의 비장의 무기 '나팔바지'

2012년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 말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으며 유뉴브 누적 조회수 신기록을 갈아치운(2017년 11월 현재 29억9000만회) 히트였다. 싸이는 미국과 영국 등의 토크쇼에 메인 게스트로 나갔고 세계 순회공연을 했다. 이후로도 '젠틀맨'(2013) '행오버'(2014) '대디'(2105)처럼 세계를 겨냥한 곡을 내놓았고 '강남스타일'처럼 대히트를 하진 못했지만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연속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2015년에 싸이는 국내 팬들을 겨냥한 곡을 내놓았는데 그것이 '나팔바지'였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모두가 나팔바지를 입고 나와서 춤을 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팔바지가 세계 누구나 알고 있는 상징이며 특히 한국인에게는 1970·1980년대의 디스코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싸이 `나팔바지` 뮤직비디오 중에서
2. 나팔바지? 벨-보텀(bell-bottoms)?

우리는 나팔바지라고 부르지만 서양에서 유래한 원래 명칭은 벨-보텀(bell-bottoms)이다. 바지의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것이 종 모양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벨-보텀을 언제, 누가 나팔바지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우리가 '나팔바지'라는 단어를 썼는지 명확한 근거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 동아일보 1931년 9월 2일자에 실린 조용만의 단편소설 '방황'에 보면 "그러자 저쪽 테불에서 이리 향해서 오리거름 처오는 나팔바지 '똔-팡'이로사"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것이 아마 공공지면에 나팔바지가 처음 등장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당시 각종 패션 명칭은 대부분 일본을 거쳐 와세이에이고(和製英語), 즉 일본식 영어 형태로 들어왔다. (이를테면 마후라, 판타롱) 벨-보텀도 일본에서 이미 '베루보토무(ベルボトム)'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우리말로 고쳐 나팔바지라 불렀으니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해보면 특이한 현상이었다. 아마도 소설가 조용만 혹은 다른 문학인이 '나팔바지'란 단어를 만들어 쓰자 어감이 좋아 다들 쓰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특별편"(2012)에서 개그우먼 장도연(좌측)이 만들어 입고 나온 것이 전형적인 벨-보텀, 즉 나팔바지였다. /출처=CJ E&M 유튜브채널
3. 대영제국 해군 제목 모델명 넘버-원(No. 1)

나팔바지, 즉 벨-보텀의 유래는 항해 시대가 열린 16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원들은 크고 헐렁한, 슬롭(slop)이라고 부르는 바지를 입었다. 품이 넓고 헐렁하여 움직이기 편하고 걷어입기 좋은 옷이었다. 바닷물 가득한 갑판이라는 작업환경에 최적화된 복장이었다. 시대가 흘러 대영제국 해군이 고유의 제복을 고안하여 입기 시작한 17세기 말, 18세기에도 해군 병사들은 여전히 슬롭을 입었다. 육군의 복장을 딴 제복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통이 좁고 뻣뻣한 옷을 입고서는 갑판 위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857년 대영제국 해군은 모델명 넘버-원(No. 1)이라는 제복을 만들어 보급했는데 이때 하의에 적용한 것이 슬롭의 장점을 차용한 벨-보텀 디자인이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승선원들이 입었던 슬롭의 디자인. /출처=www.kannikskorner.com/patmen.htm
1920년대 벨-보텀을 입은 영국 해군 병사
1945년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었던 모 제프의 `벨-보텀 트라우저`. /출처=인스타그램

(하편에서 계속)

[남보람 육군 군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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