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굿우드 4신] 세계 최고의 레이스카들은 어떤 트럭을 탈까?

언제나 멋진 레이스카를 타고 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 까다로운 각종 법규와 여러 문제로 레이스카를 타고 출퇴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빡빡한 스케줄로 전 세계 서킷을 돌아다니며 경합해야 하는 세계 최정상급 레이스팀들은 레이스카를 경주장으로 실어 보내고 선수는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꼭 레이스카가 아니더라도 경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장비와 여분 부품을 옮기기 위해서는 대형 화물차가 필수적이다.

올해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행사장은 세계 각지에서 달려 온 레이스팀으로 채워졌다. 올해 메인 테마가 F1이었던 데다 갓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대회를 마친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WEC) 팀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전 세계 주요 레이스 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결코 흔치 않다.

각 팀의 캠프 뒷켠에는 그들이 타고 온 대형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 행사 중 혹시 모를 사고나 타이어 소모에 대비해 여분의 부품과 관리 장비들을 한가득 싣고 온 트럭들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들은 과연 어떤 회사의 트럭을 타고 다닐까? 6개 레이스 팀의 트럭들을 몰래(?) 훔쳐봤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이베코

페라리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굿우드 페스티벌에 역대 최대규모로 참가했다. 마라넬로 페라리 박물관을 통째로 옮겨놓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현역 페라리 F1은 물론 과거 F1 서킷을 수놓았던 전설적인 머신들도 모두 한 자리에 모았다.

F1 역사 상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회에 참가한 페라리의 팀 트럭은 이베코다. 이베코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대형상용차 브랜드다. 피아트의 특장차 및 대형상용 부문이 여러 회사와 합병돼 만들어진 회사였기에 피아트 그룹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스쿠데리아 페라리 레이싱 팀의 공식 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다임러 트럭

F1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호황기를 맞이한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팀은, 당연하게도 다임러 트럭을 사용한다. 차종은 악트로스. 100년 가까운 ‘실버 애로우’ 전통에 따라 차 전체가 은색으로 칠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래 전부터 각종 상용차를 만들어 왔다. 모터스포츠 대회에도 항상 자사의 트럭을 사용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메르세데스-벤츠에는 전설적인 레이스카 전용 호송차 ‘그랑프리 트랜스포터’도 있다. 1950년대, 유럽 각지에서 개최된 레이스가 끝나면 망가진 경주차를 공장으로 빨리 옮겨와 수리해야 다음 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스포츠카 300SL의 엔진을 얹고 200km/h가 넘는 속도로 레이스카를 실어나르는 전용 트럭을 만들었다. ‘오직 벤츠로만 벤츠를 옮긴다’는 전통은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르노 스포츠 F1: 르노

자부심 강한 프랑스의 르노 역시 F1 팀에 자사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르노 F1 팀의 리버리와 같은 노란색으로 도색돼 여러 팀 트럭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다. 르노 트럭은 르노 그룹이 아닌 볼보 그룹 소속이지만 여전히 르노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F1 대회에서도 르노는 전통의 강호다. F1 레이스카에 터보 엔진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이 르노다. 특히 올해는 르노의 F1 출전 4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최근에는 F1 뿐 아니라 전기차 포뮬러 대회인 포뮬러-E에도 출전 중이다. 지난해 포뮬러-E 레이스카가 한국을 찾기도 했다.

 

레드불 레이싱: 르노

F1과 랠리크로스 등 다양한 대회에서 활약 중인 레드불 레이싱 팀 역시 르노 트럭을 탄다. 레드불의 F1 레이스카가 르노 엔진을 사용하는 친분 때문이다. 레드불은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지만 영국에 레이싱 팀 본부를 두고 세계 각지의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 중이다.

2005년부터 F1에 출전 중인 레드불 레이싱은 ‘F1을 다시 재미있게’라는 모토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레드불 자체가 완성차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업체들과 기술제휴를 진행 중이다. 르노와 인피니티는 물론 최근에는 애스턴마틴도 파트너로 합류했다. 특히 애스턴마틴과는 하이퍼카 AM-RB 001을 개발 중이다.

 

포르쉐 DMG MORI: 스카니아

포르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터스포츠 우승컵을 거머쥔 회사다. 불과 2주 전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르망 통산 19번째 우승을 달성한 직후 굿우드 페스티벌을 찾은 만큼 캠프는 밝은 분위기였다. 포르쉐 캠프에는 올해 우승 차량인 919 하이브리드 레이스카가 경기가 끝난 모습 그대로 전시됐다.

포르쉐 WEC 팀의 트럭은 스카니아다. 스카니아 트럭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106년 전통의 상용차 업체다. 과거 오랫동안 스웨덴 제조사 사브의 계열사였지만, 볼보와 만을 거쳐 현재는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다. 포르쉐 역시 폴크스바겐 그룹의 일원으로, 어찌 보면 스카니아 트럭을 사용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맥라렌 혼다: 볼보 트럭

맥라렌과 혼다는 90년대 F1에서 연전연승을 거뒀던 콤비다. 맥라렌은 모터스포츠 팀으로 시작해 차체 개발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모터스포츠 전문 브랜드이며, 혼다는 세계적인 엔진 개발 역량을 지녔다. 아직까지 두 회사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아 F1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팀이기도 하다.

맥라렌과 혼다 두 회사 모두 대형 상용차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특별한 이해관계 없이 트럭 파트너를 정했을 지도 모른다. 맥라렌 혼다 팀의 트럭은 볼보다. 볼보 트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상용트럭 브랜드다. 유럽이 주 시장이지만 한국과 북미에도 많은 트럭을 팔고 있다.


이재욱 에디터 jw.lee@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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