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복(Sailor Suits)_(하)
[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6] (상편에 이어서)
영국 해군 병사가 입던 세일러복은 어떤 경로를 통해 일반인의 패션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제국의 유행이 된 왕자님의 코스튬 플레이


서구에서 아동복으로 스핀-오프(spin off)된 세일러복은 일본에서는 여학생 교복으로 자리 잡았다. 기록을 찾아보니 일본 해군 병사는 1872년부터, 교토 헤이안여학원 여학생은 1921년부터 세일러복을 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일러복이 일본 여학교 교복으로 선택된 데 영향을 미친 것은 해군 제복으로서의 세일러복이 아니라 서구 가정 복식 이미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럽 문물 시찰을 갔던 일본인 중 일부가 아이들이 입은 세일러복에 강한 인상을 받아 이를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만들어 입혔다. 이것이 여차여차하여 결국 학교 교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어쨌든 1921년 명문 헤이안여학원에서 세일러복을 정식 교복으로 채택하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를 따랐다. 그 이전까지 일본 여학생들은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등·하교를 했다고 하니 여성의 복장 해방에 어느 정도 기여한 셈이다.

대영제국 해군의 세일러복은 거칠고 고독한 바다사나이의 이미지를 계승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으로 넘어온 세일러복은 그와 대극에 있는 이미지로 변신했다. 리본, 포인트 장식, 빳빳하게 풀을 먹인 깃, 주름치마 같은 것이 더해지면서 여성스럽고 조신하며 우아한 복장으로 정착했다.

'몸뻬 세일러복'은 일본 여학생들의 전쟁 복장이었다.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일본 남성은 이른바 '국민복'을, 여성은 '몸뻬(もんぺ)'를 입었다. 여학생들은 세일러복에서 장식, 레이스, 주름, 치마 등을 제거한 몸뻬 세일러복을 입었다.(사진 참조) 이는 기존의 세일러복이 추구하던 '여성스럽고 조신하며 우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오히려 해군 병사들이 입던 원래의 세일러복에 더 가까운 외형이었다.

세일러복은 19세기 대영제국 해군 병사들의 제복에서 출발해 유럽의 아동복으로 유행했다가 일본으로 건너온 이후에는 아시아 여학교의 교복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역동적인 역사와 에피소드를 가진 패션도 드물다. 자료 조사를 하고 글을 쓰면서 마무리에 '시대 불문, 남녀노소(男女老少)가 모두 좋아하는 패션'이라는 표현을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일러복에는 '노인(老)' 요소가 빠져 있으니 그럴 수 없었다.
그런데 원고 초고를 작성해 놓고 아쉬워하던 차에 유머사이트에서 우연히 아래의 사진을 봤다. 일본의 한 노인이 세일러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과연, 세일러복은 시대 불문,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패션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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