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니]'엘사게이트'가 뭐길래..광고주 '광고 철회' 유튜브 '사과'
[경향신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소아성애 코드를 담은 부적절한 영상을 유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유튜브에서 광고를 철회했다. ‘엘사 게이트’라는 말까지 생겼다. 어떻게 된 일일까?
■유튜브는 소아성애자 천국?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더타임스는 ‘유튜브 광고가 소아성애적인 관행에 돈을 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나체에 가까운 차림으로 등장해 밧줄에 묶여있고, 침대에서 구르고, 이를 닦는 장면 등을 담은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점을 들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발가벗은 유아가 욕조에 있는 영상 등과 같은 유사 영상을 추천한다고 지적했다. 몸을 가릴 듯 말 듯 헐벗은 어린이들을 보여주면서 소아성애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취지였다. 더타임스는 “소아성애자들이 그런 영상에 몰려갔다. 이들은 러시아어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해서 영상을 찾아낸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영상에 유수 기업들의 광고가 걸린다는 점이었다. 아디다스, 이베이, 아마존, 도이치방크, 마즈, 리들 등의 광고가 영상에 나왔다. 조회수가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돈이 그만큼 유튜브와 영상 게시자에게 간 것이다. BBC, 더타임스 등은 기업 광고가 아동학대 돈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BBC는 또한 “수만개의 계정이 그러한 동영상에 외설적인 댓글을 남기고 있다. 소아성애자가 게시한 동영상도 있고, 청소년들이 올린 것도 있다. 대놓고 성적인 의미를 띠는 댓글도 있고, 어린이들이 성적인 행위를 하는 동영상을 올리게끔 유도하는 것도 있다”고 보도했다.

유튜브에선 사용자들이 부적절한 콘텐츠나 행위를 보면 유튜브 측에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은 “유튜브에 동영상 신뢰 정책도 있고, 부적절한 성적 내용이나 폭력적인 댓글을 분별하는 알고리즘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기업 몇몇은 광고를 철회했다. 초콜릿 회사 마즈는 “우리의 광고가 그렇게 착취적이고 부적절한 콘텐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충격받고 놀랐다”며 “우리의 신념과 정체성에 명백히 대비된다. 즉각적으로 우리의 유튜브, 구글 광고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진 유튜브와 구글에 광고를 걸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이치방크, 리들 등도 “이 일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지한 즉시 광고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성명을 내고 “이러한 영상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겠다. 이러한 영상엔 어떤 광고도 걸려선 안되며, 긴급히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사 게이트’가 뭐길래
유튜브의 영상 관리 문제가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올해 중순 쯤엔 ‘엘사 게이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엘사’는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주인공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캐릭터다. ‘엘사 열풍’이 불었다고 할 정도로 <겨울왕국>과 엘사 캐릭터는 여자 어린이와 성인 여성을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뜻밖에도 이 ‘엘사’에 대형 스캔들을 뜻하는 ‘게이트’가 붙었은 건 어찌된 까닭일까.
28일 유튜브에 ‘elsa’를 입력하면 엘사가 나체에 가까운 헐벗은 몸으로 다른 남성 캐릭터와 짙은 신체 접촉을 하는 영상, 침대에 누워있는 영상 등이 검색된다. 애니메이션도 있고, 실제 성인 여성이나 여자아이가 캐릭터로 분해 연기하는 영상도 있다.

어딘가 이상한 이 영상들은 디즈니의 공식 영상이 물론 아니다. 찾아보면 엘사 뿐만 아니라 미키 마우스, 스파이더맨, 조커, 잭 프로스트, 미니언즈, 토마스 기차 등 많은 인기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런 류의 영상이 나온다. 개중엔 명백히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패러디 영상도 있지만, 대부분은 겉보기엔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여타 영상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 ‘어린이 영상처럼 보이는’ 영상들이 상당히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캐릭터들이 대소변을 먹거나, 자살하거나, 익사하거나, 산 채로 묻히거나, 강간당하거나, 인육을 먹는 등 극단적으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내용에도 버젓이 ‘유튜브 키즈’ 앱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일단 해당 영상을 보면 유튜브의 자동 재생 알고리즘에 따라 이와 비슷한 영상이 계속해서 노출된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대표 캐릭터 ‘엘사’를 따 ‘엘사 게이트’로 불리게 됐다.

BBC의 지난 3월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영상은 유튜브에 수없이 많다. 영상들은 조회수 백만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런 영상을 올리는 채널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계정 100위’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계정에 접속하면 공식 캐릭터와 흡사한 엘사, 토마스 기차, 미키 마우스 등이 보인다. 영상 제목은 ‘겨울왕국 엘사 콧물’ ‘블러디 엘사: 스파이더맨이 겨울왕국 엘사의 팔을 부러뜨리다’ 하는 식이다. BBC는 “꽤 많은 영상이 충격적인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아이가 봤을 땐 진짜 만화인 것처럼 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영상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올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영상은 유명 캐릭터 혹은 그 캐릭터로 분한 실제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히 눈길을 끌만한 구석이나 내용이 없다. 영상이 게시된 기간에 비해 조회수가 지나치게 높고, 게시되는 주기가 짧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영상이 억 단위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아이들에게 공포를 주고 트라우마를 안기기 위해 유튜브를 체계적·조직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질랜드 언론 뉴스허브는 이런 영상을 올리는 까닭에 관한 세가지 가설을 소개했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고간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첫째는 소아성애나 포르노를 전파하려는 목적이다. 뉴스허브에 따르면 이 견해에선 소아성애자들끼리 불법 콘텐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에 관해 주고받는 암호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영상에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댓글이 달리는데, 이 댓글을 키보드에서 다른 나라 언어(예컨대 태국어나 아랍어)로 입력한 다음 다시 영어로 번역하면 제대로 된 말이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 아니라, 소아성애나 수퍼히어로 페티시를 가진 사람들을 노리고 나온 영상이라는 취지다.
둘째는 단순히 누군가의 장난이라는 관점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래 부적절한 영상을 유통하는 사이트는 늘 있었다는 견해다. 하지만 이 견해는 수백만에 달하는 조회수를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마지막으로는 돈이다. 엘사,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영상은 분명히 인기가 있을 것이란 점에 기반해, 영상 제작 알고리즘을 활용해 유사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영상을 끝없이 생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람 개입 없이 거의 컴퓨터로 영상을 만든 다음에, 자동적으로 유투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태그를 달아 동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그만큼 자주 노출된다는 취지다.
유튜브는 이러한 영상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관련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실제로 많은 영상이 삭제됐지만, 아직도 남아있다. 28일 현재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선 “엘사 게이트를 조심하라”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조심하라” 등의 글을 찾을 수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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