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달리는 혼다 자이로

혼다가 세바퀴 스쿠터 ‘자이로 시리즈’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디자인을 바꾸는 신형 모델은 아니다. 1980년대의 원형 디자인을 고수하는 모델이라서다. 30년이 지났다 하지만 요즘의 스쿠터에 비하면 독특한 개성이 매력적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

혼다 자이로는 세바퀴 스쿠터다. 앞바퀴 하나, 뒷바퀴 둘의 구성 덕분에 넘어질 일이 없다. 차체를 기울여 방향을 바꾼다. 보조바퀴 달은 스쿠터와 차원이 다른 이유다. 혼다는 1981~1982년 사이에 총 7가지의 세바퀴 스쿠터를 출시했다. 허나 레저용 모델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배달 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자이로만 인기를 끌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자이로 X는 1982년 등장했다.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비로 인정 받았다. 무엇보다 언제든 몰 수 있는 스쿠터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뒷바퀴 두 개라는 점에서 착안해 미끄러운 노면에서 부담 줄여줄 LSD를 달기도 했다. 유튜브를 보면 이를 이용해 눈길에서 차체를 미끄러트리며 노는 영상을 종종 볼 수 있다. 

혼다는 자이로가 시장에 안착하자 1985년에 자이로 업(UP), 1990년에 자이로 캐노피를 출시하는 등 파생 모델을 추가했다. 늘어나는 모터사이클 배송 사업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자이로 캐노피의 특징은 대형 스크린과 지붕이다. 다른 부분은 자이로와 같다. 하지만 비 맞지 않고 언제든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수요층을 차지하고 있다. 

배달 시장 외에도 모터사이클이 자동차의 역할을 하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인기를 끌 법하다. 1990년 당시 혼다는 자이로 캐노피를 발표하며 “모터사이클 특유의 기동성과 주차가 편하다는 장점을 유지하되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택배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을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이로에 비해 더욱 비즈니스 수요에 맞춘 모델이라는 자체 평가다. 

지금 팔고 있는 자이로는 2008년에 엔진을 바꾼 버전이다. 기존에는 단기통 50㏄ 2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했지만, 신형 엔진은 단기통 50㏄ 4스트로크에 인젝션을 더했다. 올해 변경 모델은 이를 기반으로 연료 증발 방지, 배기가스 자가 진단 등의 장비를 추가했다.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혼다 자이로는 느리지만 조금씩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개선 중이다. 커다란 변화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필요나 환경 규제에 대응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자이로 시리즈의 가격은 자이로 X 기본이 39 만7,440엔(약 406만 원), 자이로 X 표준이 41만9,040엔(약 428만 원), 자이로 캐노피가 56만520엔(약 573만 원)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roadtest.kr)

사진 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