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펑크의 살아있는 전설 그린데이의 30년 음악여정

홍장원 2017. 8.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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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펑크의 살아있는 전설 그린 데이
70년대 유행한 펑크 90년대 되살려
3집 '두키'로 메가톤급 히트…펑크록 선두주자 발돋움
7집 아메리칸 이디엇으로 제2의 전성기 열어
지난해에도 신보 내놓은 그린 데이 역사는 현재진행형

그린데이 3집 `두키(dookie)` 앨범자켓 사진.

[스쿨 오브 락-20] 펑크(punk)의 시작은 1970년대 '더 클래시(The Clash)' 혹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이 표방한 것은 노동자의 음악이었다. 코드 몇 개로 돌려막기를 하며 누구나 쉽게 곡을 만들고 부를 수 있는 'DIY(Do It Yourself)'를 강조했고, 멤버로 기타 겸 보컬, 베이스, 드럼 등 3인조인 경우가 많았다. 록 밴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인원만 있으면 되지 복잡하게 여러 사람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한쪽 극단으로 가면 다른 극단의 움직임이 나오는 법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펑크가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은 바로 이전 복잡한 록의 극단인 아트 록, 혹은 프로그레시브 록이 득세한 영향이 컸다. 1967년 비틀스(The Beatles)가 내놓은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큰 분기점이었다. 이후 킹 크림스(King Crimson) 예스(Yes) 등 거장 밴드가 줄줄이 쏟아져 나오며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했다. 이들 밴드의 특징은 '아트 록'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적 느낌이 확 몰려오는 곡의 장엄함, 클래식한 분위기를 차용한 고풍스러움 등이다. 신비로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신시사이저의 몽롱한 느낌을 적극 활용했고, 출중한 연주력을 자랑하는 기타 솔로도 곳곳에 들어갔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보니 곡의 길이도 늘어나 대작 느낌의 작곡 형태가 유행했고, 록 클래식 사이키델릭 재즈 등이 음악의 하위 장르로 골고루 짬뽕되어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클래식과 록의 중간 어디쯤이라 표현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당초 록이란 '저항 정신', '불만 많은 젊은이들의 분노 표출 수단' 등 요소가 부각되는 장르였는데, 이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고상하게 변해 연주력을 뽐내고 음유시인 뺨치는 시적인 가사를 싣고, 곡의 길이도 기약 없이 늘리는 방향으로 색깔이 이동한 것이다.

그러자 한창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젊은이들이 여기에 질려 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어울리지 않은 흰 스카프에 칼질하는 꼴 못보겠다. 그냥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길거리에서 햄버거나 사 먹으련다. 그게 나랑 어울린다" 같은 심리다. 그래서 나온 게 펑크다. 1970년대 초반부터 유행한 펑크는 바로 직전 록의 대세였던 아트록을 밀어내고 주류의 자리에 올랐다. 이게 펑크 1세대의 얘기다.

펑크 2세대는 20여 년의 시차를 거쳐 1990년대 중반부터 록음악계 메인스트림으로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네오펑크(Neo-Punk)'다. 이들은 1세대 선배들이 그런 것처럼 대책 없게 날뛰거나(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는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무조건 반항만 하던가, 또라이 기질로 똘똘 뭉치기만한(또라이 기질이 아예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노래도 훨씬 듣기 편했고, 멜로디 따라하기도 쉬웠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히트를 하기도 했다. 2세대 펑크 선두주자는 크게 둘을 꼽을 수 있는데 오프스프링(Offspring)와 그린 데이(Green Day)가 주인공이다. 이번에는 그린 데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그린 데이의 역사는 사실 1986년까지 올라간다. 그린 데이에서 보컬과 기타는 빌리 조 암스트롱(Billie Joe Armstrong), 베이스는 마이크 던트(Mike Dirnt)가 맡고 있는데 이들은 중학교 절친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몇명의 멤버를 더 끌어들여 '스위트 칠드런(Sweet Children)'이런 밴드가 탄생한다.(우리로 치면 꽃미남 밴드 정도 되겠다. 당시 이들이 감수성이 예민했던 14살 안팎이었더는 점을 감안하자)

소폭의 멤버 교체 과정속에서 존 키프마이어(John Kiffmeyer)가 드러머로 들어왔고 이후 지금과 같은 3인조 체제가 갖춰진다.(이후 투어를 따라다니며 기타를 쳐주던 제이슨 화이트(Jason White)가 정식 멤버로 잠시 합류한 시절도 있었지만 앨범 몇장을 내고 다시 탈퇴한다. 이들은 아직 3인조다.) 인디 밴드 씬에서 연주를 하던 그들은 1989년 '1000시간(1000 Hours)'이란 EP 앨범으로 데뷔를 한다. 영세한 독립레코드 회사에서 음반을 냈다. 이때부터 밴드 이름도 그린 데이로 확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후 첫번째 정규 앨범 '39/Smooth'와 두번째 앨범 '커플렁크(Kerplunk)'를 발표하고 전국투어를 다닐 정도로 펑크 바닥에서는 인기를 끈다. 이 무렵 밴드 라인업에도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첫번째 정규앨범까지 드럼을 쳤던 키프마이어가 밴드를 나간 것이다. 지금까지 그린 데이 드러머로 뛰고 있는 '트레 쿨(Tre Cool)'이 이때 합류한다.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원정 공연을 다닐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전세계가 그린 데이를 모두 알 정도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매니아 사이에서만 유명한 밴드였을 뿐이다.

그러다가 세번째 앨범이 어마어마한 대박을 친다. 지금의 그린 데이를 만들었다 해고 과언이 아닌 명반 '두키(Dookie)'가 주인공이다. 1994년 나온 앨범이다. 이 앨범은 펑크가 록계의 주류로 다시 올라오게 만드는 강력한 한방이었다. 간결한 3인조 멤버 구성, 3코드로 대표되는 군더더기 없는 곡 흐름, 3분을 넘지 않은 곡 길이. 소위 '3·3·3 법칙'으로 메가 히트 랠리를 펼쳤다.

여기 실린 '웬 아이 컴 어라운드(When I come around), 롱뷰(Longview),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가 빌보드 얼터록 차트에서 1위를 했다. 1995년 그래미의 최고의 얼터너티브 음악 부문 주인공은 그린 데이였다. 미국 내에서만 앨범이 1000만장이 팔렸고, 전 세계적으로 20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세웠다. 이 앨범 하나로 이들은 단숨에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록밴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당시 평론가의 고른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일단 펑크록 팬들은 20년만에 다시 펑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그린 데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1,2집을 인디 밴드 레이블과 함께 했는데 3집 '두키'에 이르러 언더그라운드를 배신하고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했다는 이유였다. 한마디로 초심을 잃었다는 얘기였다.

또 하나 이유로는 멜로디가 강조된 노래와 찌질한 젊음을 그린 가사가 1세대 선배 펑크록커와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섹스 피스톨즈는 '영국의 무정부상태'등등을 제목으로 내걸고 메시지를 던졌는데, 그에 비해 그린 데이의 메시지는 너무 가볍다는 얘기였다. 이들의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중 하나인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의 가사를 잠시 살펴보자.

*Do you have the time(너 시간 있냐)/To listen to me whine(내 넋두리좀 들어줄)/About nothing and everything(아무것도 아닌것과 모든것에 대한)/All at once(한꺼번에 말이야)/I am one of those(나는 말이지)/Melodramatic fools(아주 전형적인 바보라 할 수 있지)/Neurotic to the bone(뼛속까지 노이로제에 걸린게)/No doubt about it(틀림 없단 말이야)/중략

*I went to a shrink(정신과의사한테 갔는데)/To analyze my dreams(내 꿈을 분석하려고)/She says it's lack of sex(의사가 말하기를 부족한 섹스때문에)/That's bringing me down(내가 우울해 하는거래)/I went to a whore(매춘부에게 갔더니)/He said my life's a bore(걔가 내 인생은 참 따분할 거 같다고 하더라)/후략

가사 일부분만 살펴봐도 앨범을 꿰뚫는 정서가 뭔지 단번에 알 수 없다. 사회에서 낙오된 찌질한 젊은이에게 바치는 찬가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일부 골수 팬들은 그린 데이를 놓고 록밴드라기 보다는 팝밴드다, 펑크의 정신을 버려놨다 등등 각종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1995년 4번째 앨범 인섬니악(Insomniac)을 내놔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른다. 미국에서 200만장 넘게 앨범을 팔고 그해 미국 음악 시상식(American Music Awards)에서 '최고의 아티스트(Favorite Artist)', '최고의 하드 록 아티스트(Favorite Hard Rock Artist)', '최고의 얼터너티브 아티스트(Favorite Alternative Artist)' 부문에 후보에 오른다. 1997년에는 5번째 앨범 '님로드(Nimrod)'를 낸다. 멜로디가 중시되어 팝 느낌이 물씬 났던 두키와는 달리 여러 음악적 색채를 입히며 변화를 시도한 흔적이 눈에 띈다. 1994년 두키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전세계를 돌며 공연을 펼치는 와중에서 1995년, 1997년 쉬지 않고 앨범을 내며 강행군을 펼친 것이다.

이 두 앨범은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두키'의 흥행성적은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2000년 내놓은 6번째 앨범 워닝(Warning) 역시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그린 데이 아직 살아있네"정도의 느낌을 주는데 그쳤다. 이대로라면 그린 데이는 영원히 '두키'의 영광을 넘어서지 못한 한때의 밴드가 될 운명이었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전설이 되기에는 부족한 정도 말이다.

하지만 2004년 나온 7번째 앨범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으로 이들은 제 2의 전성기를 누린다. 이 무렵부터 그린 데이는 말랑말랑한 가사가 상당히 무거워져 있었는데 특히 '아메리카 이디엇(American Idiot'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의 맹렬히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펑크의 저항정신을 되돌렸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 앨범은 조지 W.부시가 재선되기 두어달 전에 발매되어 특히 더 인기를 끌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 각을 세우면서 부시에 대한 반감이 높았던 젊은이들의 지지를 톡톡히 끌어모았다.

이 앨범은'교외(郊外)의 예수(Jesus of Suburbia)'로 불리는 미국인 청년의 여정을 따라가는 오페라성 구성을 담았다. 각각의 곡 하나하나가 이 청년이 겪는 삶의 애환과 분노에 대해 노래한다. 이 청년은 미국의 형편없는 현실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한 젊은이였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600만장, 전세계에서 1500만장이 넘게 팔렸다. '두키'의 업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그린 데이는 그들의 대표 앨범을 아메리칸 이디엇으로 갈아 치웠다. 깐깐했던 평론가들도 열광했다. 앨범의 완성도, 통일된 메시지, 펑크의 저항성 등 평론가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이 앨범은 2005년 그래미에서 '최고의 록 앨범(Best Rock Album)' 상을 받았고 다음해 그래미에서는 싱글 커트된'불러바드 오브 브로큰 드림즈(Boulevard of Broken Dreams)'로 '올해의 레코드상(Record of the Year)'을 따냈다. 이 앨범에 실린 '지저스 오브 서버비아(Jesus of Suburbia·교외의 예수)'란 곡은 이들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인데, 무려 9분이 넘는 대곡이다. 다섯개의 파트로 나누어 메시지를 담았다. 이들은 이제 3분짜리 말랑말랑한 곡으로 찌질한 젊은이 심정을 대변하는 B급 밴드로 부를 수 없게 됐다. 과거 아트록 시대나 볼 수 있었던 메시지가 실린 대곡을 펑크의 외피로 풀어낼만큼 실력과 자신감이 올라간 것이다.

이들은 이후에도 몇장의 앨범을 더 내놓고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2009년 '21세기 브레이크다운(21st Century Breakdown)'을 내놨고 2012년에는 시리즈 앨범 세개를 한꺼번에 내놓는 괴력도 과시했다. 2016년에도 앨범을 냈다. 여전한 현역 밴드다.

추천곡으로는 그린 데이의 명반 쌍두마차 '두키'와 '아메리칸 이디엇'의 몇몇 노래를 꼽고 싶다.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 쉬(She) 웬 아이 컴 어라운드(When I Come Around)와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 홀리데이(Holiday)가 주인공. 가사를 몰라도 흥겨움에 어깨를 가만 놔두기 힘들 것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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