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BMW 4시리즈 그란 쿠페

BMW의 짝수형 모델은 홀수보다 아름답다. 지붕을 날렵하게 빚고 아름다운 비율을 뽐내는 까닭이다. 오늘 만난 4시리즈는 3시리즈를 밑바탕 삼아 멋을 한껏 냈다. 지난 2013년 이후 약 4년 만에 부분 변경을 거쳤다. 하지만 달라진 부분을 눈치 채긴 힘들었다. 큰 폭의 변화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까닭이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BMW, 강준기

쿠페와 그란 쿠페. 이번 시승 행사에선 차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나의 선택은 그란 쿠페. 최근 시승한 기아자동차 스팅어와 비교할 수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보닛 속에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심장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막내’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7.6㎏·m. 가격은 5,800만 원이다.

간단한 신차 소개를 마치고 곧바로 시승에 나섰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기자들은 “구형 4시리즈가 아니냐”며 담당자에게 물었지만 신형이 맞았다. 그만큼 겉모습에서 구형과의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었다. 하지만 소위 ‘B당’이라고 부르는 BMW 팬이라면 4시리즈의 변화 내용에 환영할 만하다. 가령, 눈매에 Bi-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를 심었고 범퍼도 크롬으로 치장했다.

옆과 뒷모습도 완성도를 높였다. 가령, 테일램프엔 두 줄기의 LED 주간주행등과 제동등, 방향지시등을 넣어 존재감을 키웠다. 그란 쿠페와 컨버터블은 범퍼에 얄따란 크롬 선을 붙여 고급감을 챙겼다. 휠은 총 4가지. 그란 쿠페엔 18인치 알로이 휠과 앞 225/45 R18, 뒤 255/40 R18 타이어를 짝지었다. 외장 컬러는 선셋 오렌지(Sunset Orange)와 스내퍼 락스 블루(Snapper Rocks Blue) 등 새로운 색상을 더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40×1,825×1,375㎜. 실내 공간을 가늠할 휠베이스는 2,810㎜다. BMW 3시리즈와 비교하면 7㎜ 길고 14㎜ 넓다. 반면 높이는 54㎜나 낮다. 덕분에 3시리즈보다 넓고 안정적인 실루엣을 뽐낸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스팅어와 비교하면 덩치가 작다. 191㎜ 짧고 45㎜ 좁다. 높이는 25㎜ 더 낮다. 공차중량은 2.0L 가솔린 모델 뒷바퀴 굴림(FR) 기준으로 4시리즈 그란 쿠페가 1,665㎏. 스팅어가 1,650㎏이다.

속살은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몇 가지 조미료를 뿌렸다. 우선 센터페시아 패널에 블랙 하이글로시를 씌웠고,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도 바꿨다. 또한, 중앙의 모니터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더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가죽의 색상은 베이지와 블랙, 탄(tan) 등 3가지 가운데 고를 수 있고, 인테리어 트림 역시 3가지(실버, 우드, 블랙)를 제공한다.

아쉬운 운동 성능

BMW에 따르면 스포츠 모델답게 화장 고치는 일보다 하체 성능을 높이는 데 신경 썼다. 단단한 서스펜션을 물려 직진 안전성과 코너링, 핸들링 성능을 모두 개선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으니 기대와 다른 움직임에 실망했다. 예컨대,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 지나치게 가볍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또는 스포츠 플러스로 바꿔도 마찬가지.

가벼운 스티어링 휠의 감각은 고속에서도 이어졌다. 섬세하게 조절하는 데는 좋지만, 운전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계속해서 키웠다. 또한,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부드러운 스프링이 자잘한 노면의 요철들을 머금었지만, 댐퍼의 반발력이 강해 좋지 않은 승차감을 빚어냈다. 3시리즈보다 날렵한 운동 성능을 기대한 소비자에겐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시승차 한 대에 총 4명의 기자가 탑승했다. 때문에 엔진의 성능과 서스펜션의 능력을 테스트하기엔 무리였다. 가령,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심장은 꾸준하게 속도 붙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1,350rpm부터 최대토크(27.6㎏·m)를 뿜기 때문에 저속에서도 손쉽게 출력을 꺼내 쓸 수 있다. 또한, 똑똑한 8단 자동 변속기가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 몫 거든다.

하지만 고성능을 기대하는 소비자에겐 2.0L 터보 심장은 다소 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늘처럼 건장한 성인 4명이 탔을 때 버거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따라서 고속 주행이나 힘 있는 가속 성능을 좋아한다면, 420i보다 420d가 제격이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m를 뿜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3초.

기대했던 뒷좌석 승차감은 스팅어보다 불편했다. 통통 튀는 서스펜션이 정수리와 천장 사이의 스킨십을 계속해서 유도했다. 게다가 뒷좌석 등받이 각도가 지나치게 서 있어 안락함과 작별했다. 머리 공간은 4시리즈 그란 쿠페와 스팅어 모두 협소하지만 스팅어의 의자가 훨씬 편안하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기대해 볼법한 가죽의 질감이나 마감도 부족하다.

좋은 차를 사는 이유는 어떤 게 있을까? 뛰어난 품질과 브랜드 가치, 무엇보다 차 값에 걸맞은 만듦새에 있다. 독일산 배지를 넘어서 꼼꼼한 완성도와 디테일이야말로 사치품이 아닌 ‘명품’을 만드는 비결이다. 하지만 4시리즈 그란 쿠페는 명품이라고 부르기엔 몇 가지 단점들이 눈에 밟혔다. 가령, A필러에 자리한 스피커는 가장 자리의 고무 마감재가 허술하다. 또한, 동승석 글러브 박스는 열고 닫을 때 유격이 있다.

반면 운전석 공간은 오롯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꾸렸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조절 범위가 커 알맞은 운전 자세를 맞출 수 있다. 의자를 한껏 낮추고 스티어링 휠을 몸 쪽으로 바짝 당기면 제법 스포츠카 같은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해온 요추 받침대도 신형 4시리즈에선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굽잇길을 화끈하게 달리긴 무리다. 운전자의 옆구리나 허벅지를 받쳐줄 사이드 볼스터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양쪽 다리를 벽면에 지탱해야 해 피로도가 크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 가벼워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성향의 자동차인 만큼 평범한 시트보다 탑승자의 몸을 붙들 수 있는 스포츠 시트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연료 효율도 기대보다 낮았다. 물론 4명의 성인과 4개의 짐이 탄 까닭에 제대로 측정하기 힘들었다. 고속도로와 굽잇길, 시내, 해안도로 등 다양한 도로를 시승하며 기록한 연비는 1L 당 6㎞ 내외. 참고로 4시리즈 그란 쿠페(420i)의 정부공인 복합 연비는 11.1㎞/L(도심 9.7㎞/L, 고속 13.5㎞/L)다. 승차 인원과 짐에 상관없이 높은 효율을 뽐내는 디젤 엔진이 유독 그리웠다.

BMW 4시리즈. 지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40만 대 이상 팔린 ‘효자상품’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그란 쿠페의 판매 비중이 44%로 압도적이다. 그 다음 쿠페가 34%, 컨버터블이 22%로 뒤를 잇는다. 하지만 4시리즈를 4시리즈답게 타기엔 그란 쿠페보다 쿠페가 더 나은 선택이다. 함께 시승 행사에 참가한 동료 기자는 “쿠페의 기본기가 좋다”며 손을 들었다.

날렵한 실루엣만으로 약 800만 원의 금액을 지불하기엔, 완성도 높은 3시리즈가 눈에 아른거린다. 또한, 반자율주행 기술과 질 좋은 가죽으로 똘똘 뭉친 5시리즈도 손에 닿는다. 과연 신형 4시리즈 그란 쿠페는 3과 5의 그늘을 넘어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