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고 '정당방위'와 '과잉방위'에 대하여

2017. 12. 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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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로그램포스터

최근 시작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첫 방송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더니 4회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았음에도 시청률 5%를 넘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단기간에 반응이 좋은 드라마와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매니아층이 두터운 드라마는 꼭 챙겨보곤 한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게 되었는데 1회부터 등장하는 묵직한 법률쟁점이 있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드라마가 ‘감빵생활’을 다루는 만큼, 1회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야구선수가 어떻게 구치소에 수감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김제혁(박해수 역)은 자신의 여동생의 집에 찾아갔다가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는 자를 보게 되었고, 주인공의 등장에 줄행랑을 치던 범인의 뒤를 쫒아 몸싸움 끝에 옆에 있던 유리로 된 트로피로 범인의 머리를 가격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극중에서는 김제혁 선수의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집행유예의 판결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음에도, 주인공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과잉방위’로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정당방위는 법적으로 ‘위법성조각사유’이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집행유예가 아닌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집행유예는 오히려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 범죄가 성립되는 경우에 다른 사정들을 참작하여 받을 수 있는 형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1회를 시청하는 시청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억울한 경우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그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정당방위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 또는 타인이 받은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정당방위의 요건은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크게, 현재의 부당한 침해와 행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위 드라마 속 상황에서는 정당방위의 현재성과 상당성이 결여된 경우라고 판단 받았을 여지가 있다. 드라마 속 범인은 주인공에게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자마자 도망을 쳤다. 범인이 도망을 쳤다는 부분에 대해 법에서는 일단 ‘피해의 현재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장에 어떤 침해가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피해자를 따라갔다는 점에서 현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또한 정당방위의 또 다른 중요 요건인 상당성도 인정받지 못했을 여지가 있다. 범인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주인공은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잡아 범인을 가격했는데 하필 그것이 유리로 된 트로피였던 점이 문제인 것이다. 법에서는 이 행위가 사회통념상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인지, 방위행위를 넘어선 적극적 공격행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유리트로피에 맞은 범인이 뇌사상태에 빠졌고, 주인공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체력 조건이 좋은 운동선수였기에 이 경우 상당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판례에서도 집에 침입한 절도범을 폭행하여 절도범이 식물인간이 된 사안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위 드라마에서의 사례와 유사한 경우라 볼 수 있다. 즉, 방위행위라고 보기에는 그 한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재판을 하다보면 정당방위에 관해서는 변호사로서도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참 많다. 위 드라마에서도 극 중 범인은 칼을 거의 주인공의 가슴직전까지 온힘으로 누르고 있었고, 적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재판에서 이를 모두 인정받기 어려운 것은 결국 입증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두운 밤, 건물과 건물사이 골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단둘만이 있었고, 목격자도 없었기 때문에 위 상황을 100% 재판에서 증명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청자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모두 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극중 주인공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서류만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로서는 엄격한 잣대에 비추어 판단할 수 밖 에 없다. 그런데 객관적 증거들(범인의 상태, 극중 주인공의 행위 및 사용한 도구)은 극 중 주인공을 구치소로 보내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내심 극 중 김제혁 선수가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것은 현실에서도 가끔 그렇듯,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의 스토리를 기대해보며 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쟁점이나 극 중 구치소접견, 생활 등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다음 글에서 또 이어보고자 한다.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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