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친인척·지인 정보 '자기신고'..그들만의 인사 성행

김선영 2017. 11. 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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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9년차 직원인 정우리(37·가명)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자기신고'를 하며 박탈감을 느꼈다.

13일 세계일보가 전국 각 지점에서 근무하는 우리은행 직원들을 취재한 결과 행원들 사이에서는 사원 채용과 인사관리 등 인사 불신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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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우리은행 직원들 '불신의 벽'/매년 2차례 신상 정보 업데이트/흙수저 직원 '승진 밀릴까' 걱정/은행 "사고방지·영업처 활용 목적 "/채용 관련 문제제기 불구 공염불/직원 "누가 제목소리 낼 수 있겠나"

우리은행 9년차 직원인 정우리(37·가명)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자기신고’를 하며 박탈감을 느꼈다. ‘행내 친인척 및 지인 정보’ 때문이다.

정씨는 이 항목을 매번 공란으로 비워뒀다. 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입사 후 매년 전·후반기 2차례에 걸쳐 본인의 신상변동 사항을 사내 인트라넷에 들어가 작성해야 했다.

정씨는 “군대에서 주변에 높은 계급의 군인이 있는지를 조사하던 것과 뭐가 다르냐”며 “나 같은 ‘흙수저’에게는 상실감만 준다”고 토로했다.

최근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은행장이 사임하고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인사와 관련한 내부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비리 의혹을 둘러싸고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이번을 계기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세계일보가 전국 각 지점에서 근무하는 우리은행 직원들을 취재한 결과 행원들 사이에서는 사원 채용과 인사관리 등 인사 불신이 상당했다.

먼저 매년 두 차례 행원들의 신상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자기신고’ 중 ‘행내 친인척과 지인 정보’ 항목에 대한 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서울의 한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은 “인사에서 ‘빽’ 있는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사전 정보수집을 하는 게 아니냐”며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데, 이런 걸 써내는 다른 직원들에게 승진에서 밀리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원활한 조직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내 친인척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고 영업처 활용 등을 위한 100% 순수 참고용이며, 기재 유무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우리은행 외 4대 시중은행과 농협, 기업은행 등을 확인한 결과 행내 친인척을 조사하는 곳은 두 곳 정도였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외부 지인 정보를 요구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한 은행 인사 관계자는 “자기신고는 주소 변동사항과 본인이 근무하고 싶은 부서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고 그외의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은행 ‘핵심부서’인 인사부 출신 직원들과 차별을 느낀다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내 한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은 “인사부 직원은 항상 승진 1순위”라며 “한번 들어가면 형식상 지점근무 발령을 내지만 곧 인사부로 불러들인다.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꼬집었다.

또 채용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수차례 있었지만 매번 대처가 공염불에 그치는 등 인사 문제에 둔감한 조직문화를 지적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한 직원은 “예전에 부행장의 아들과 노조위원장의 딸이 채용됐을 당시 굉장히 말이 많았다”며 “하지만 위에서 하는 일이라 누구도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남모 수석부행장과 박모 전 노조위원장의 자녀가 부친의 재임기간에 입사해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이 고위직에 있을 때 자녀들이 채용됐다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우리은행의 인사 관련한 내부 불만과 문제에 대해 “직장 내 수저계급론은 조직원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조직의 필요에 의해 이뤄져왔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일상의 적폐’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과감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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