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엑센트·프라이드 단종.. 경차에 치이고 소형 SUV에 밀려

현대기아차의 장수 모델인 소형차 엑센트와 프라이드가 국내에서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소형차는 경제성에서 비슷한 크기의 경차에 밀리고 크기와 성능에서는 소형 SUV에 고객을 빼앗기는 등 찬밥 신세였다. 점점 수요와 관심이 크게 줄며 설자리를 잃어갔다. 과거에는 생애 첫 차 구매 품목에 소형차를 관심 리스트에 놓았다면 이제는 소형 SUV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또 소형차는 판매 마진이 적어 제조사는 투자를 망설이는 모양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 개발과 판매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차 시장은 올해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모델 노후화와 함께 소형 SUV에 수요를 뺏기며 전년 대비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 11월 소형차 판매량은 76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34%나 줄었다. 이는 소형 SUV 가운데 가장 판매량이 저조한 르노삼성 QM3 판매량(1098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민의 발, 엑센트·프라이드 역사는?

해외 출시된 2018년형 엑센트 

현대 엑센트는 1990년대 초까지 스테디셀러였던 엑셀의 자리를 물려받은 모델이다. 1990년대 중·후반의 소형차 시장을 점령하였고 1999년에는 베르나에게 자리를 물려주며 잠시 물러났다. 하지만 2011년 엑센트라는 이름으로 부활해 소형차의 대명사가 됐다. 아쉽게도 엑센트라는 이름은 6년 만에 또다시 역사 속으로 묻힐 전망이다.

반면 해외시장에서 엑센트의 위상은 국내와 딴판이다. 인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2018년 인도 올해의 차(ICOTY 2018)로 선정이 되는가 하면 신형 엑센트 (현지명: 베르나)는 지난 8월 출시 후 40일 만에 1만 5000대 이상 계약되는 등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차종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그랜져를 단종하고 엑센트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폴로가 떠오르는 디자인 이전 세대에 비해 직선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깔끔함이 눈에 띈다.

프라이드는 1987년 기아자동차, 포드, 마쓰다 3사가 협력해 만들어 낸 차다. 두 회사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경우는 흔했지만 3사가 합작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당시 포드그룹 아래 지분 관계가 있던 마쓰다는 설계를 담당했다. 생산은 기아차가 판매는 포드가 맡았다. 첫 생산은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공장에서다. 프라이드는 당시 소형차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잠시 단종됐던 프라이드는 과거의 명성에 등에 업고 2005년 이름을 되찾았다. 이전 모델인 리오 판매량의 부진 역시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다시 불러온 계기가 됐다.

2011년 9월 출시된 3세대 올 뉴 프라이드는 유럽 전략형 해치백과 북미 전략형 세단으로 분류되어 개발됐다. 올 뉴 프라이드는 독일 디자인 협회에 의해 외장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2012 미국 IDEA 어워드 수송부분 디자인 동상을 수상해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자랑했다. 4세대 프라이드는 2016년 처음 공개됐다. 경쟁 모델인 폴크스바겐 폴로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언론에서도 호평은 이어졌다. 인테리어 및 기능의 다양성 부문에서 4세대 프라이드를 마쓰다 2나 폴크스바겐 폴로보다 높이 평가했다. 또 기본 콘셉트 자체가 소형 SUV 차체를 지향해 크기도 전 세대보다 커졌다. 4세대 프라이드를 향한 기대는 커졌지만 국내 판매는 결국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 시장에도 꾸준한 수요층이 있던 소형차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는 의문이다.

국내에 남는 소형차는? 

엑센트 프라이드의 단종으로 유일한 소형차가 될 아베오, 내년 4월 출시될 르노 클리오와 의 대결이 예상된다.

이처럼 엑센트•프라이드 철수로 국내 소형차 시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두 차종의 단종이 확실시되면서 국내에 남는 소형차는 쉐보레의 아베오가 유일하다. 아베오의 지난달 판매량을 살펴보면 75대에 그친다. 이는 소형차를 찾던 소비자들이 모두 바로 윗등급인 아반떼나 소형 SUV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내년 상반기 르노는 클리오를 출시할 계획이 있지만 클리오가 국내 소형차 시장을 독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베오 역시 풀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다. 국내 출시는 일러야 내년 하반기다. 경차에 밀리고 소형 SUV에 치인 소형차, 한국의 큰 차를 선호하는 후진 문화와 정부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박성민 에디터 carguy@cargu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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