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달려라 하니' 담임선생 홍두깨씨에게
'떠꺼머리' 구박받다 얼떨결에 백년가약 맺은 25세의 그를 만난다면
결혼 절대 서두르지 마, 누가 뭐라 해도 신중히..넌 아직 꽃다운 청년이야
만화 '달려라 하니'에서 하니의 담임선생인 홍두깨의 나이는 몇이나 되었을까? 서른, 서른넷, 서른여덟? 전부 땡이올시다! 학생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그의 대사를 빌려 정답을 발표하겠다. "이름은 홍두깨, 이십오 세, 미혼, 전공은 체육이다." 그렇다. 마냥 아저씨인 줄로만 알았던 홍두깨는 사실, 까슬한 수염보다 보송한 솜털이 어울리는 스물다섯 꽃다운 청년이다. 나는 홍두깨의 나이가 생각보다 너무 어리다는 점에 한 번, 내가 홍두깨보다 한참 위 누나라는 것에 두 번, 고작 스물다섯밖에 되지 않은 그를 주변 인물 모두가 떠꺼머리총각 취급했다는 사실에 세 번 놀랐다. '달려라 하니'가 방영되었던 1988년 당시에는 스물다섯을 결코 적지 않은 나이로 여겼던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미혼으로 조용히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법. 홍두깨의 큰아버지는 "사람은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끝에 "얌전한 색싯감을 골라 놨다"며 홍두깨 눈앞에 사진 한 장을 들이민다. 그는 자신의 이상형과 멀어도 너무 먼 사진 속 여자와 결혼하고픈 마음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으나, 그녀의 적극적인 구애와 큰아버지의 밀어붙이기를 이기지 못해 백년가약을 맺기에 이른다. 명랑 만화답게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막을 내리기는 했지만, 나는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중년이 된 홍두깨는 무탈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을까? 혹시, 젊은 날의 섣부른 선택을 후회하며 서글픈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래서 결혼하기 전의 홍두깨를 만날 수만 있다면, 그가 나를 미친 여자로 생각하거나 말거나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다. "두깨씨. 아니, 두깨야. 네가 나보다 동생이니까 그냥 편하게 말 놓을게. 넌 결혼하기에는 아직 어려. 모두가 너를 아저씨라 부른다고 해서 네가 진짜 아저씨인 건 아니라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는 표정 지을 거 없어. 2017년에는 스물다섯한테 아무도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으니까. 아무튼 두깨 너 진짜 괜찮은 사람이야. 봐라. 안정적인 직업 있겠다. 심성 곱겠다. 잘생겼겠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가 대충하고 다녀서 그렇지 꾸미면 진짜 잘생긴 얼굴이라고. 그러니까 내 말은, 주변 사람들이 너를 아무리 깎아내리더라도 그 말에 휩쓸려 쫓기듯 결혼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서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거야. 평생을 함께 보낼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잖아. 안 그래?"
어렸을 때는 안중에도 없던 홍두깨가 이제 와 눈에 밟히는 이유는 내가 바로 2017년을 살아가는 홍두깨이기 때문이다. 신혼살림에 깨가 쏟아지는 친구는 "더 늦기 전에 너도 결혼해야지" 하며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소개팅에서 만난 못생긴 남자는 "나이도 많으신 분이 되게 튕기시네요" 하며 나를 비꼰다. 거기에 연로한 부모님까지 합세하여 "네가 시집만 가면 나는 소원이 없어!" 하며 가슴을 치시니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을 달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면 나는 생각한다. '2046년의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온다면 내가 홍두깨에게 했던 말 그대로를 나에게 들려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 서두를 이유 하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결혼하기에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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