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0년]양극화·일자리 문제 심화..사회적 유대 붕괴 등 큰 과제 남겨

2017. 11.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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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나 국가신용등급 등 거시지표는 크게 개선됐지만, 소득과 빈부의 격차 등 사회와 경제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청년실업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외환위기 이전에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비정규직이 보편화하는 등 일자리 사정도 크게 악화됐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의 창업이 활기를 띠면서 영세자영업자도 크게 늘어났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신자유주의가 경제ㆍ사회 전영역을 파고들면서 무한경쟁 체제가 고착화된 때문이다. 기업도 근로자나 고객 등 사람보다는 주주에 대한 배당 등 수익경영, 달리 말해 자본 우선으로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협력과 조화보다는 경쟁이 우선시되면서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의 파괴가 급속도로 진행돼 결국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문조사에서도 외환위기가 한국경제에 남긴 부정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 소득격차와 빈부격차 확대 등 양극화 심화를 꼽은 응답이 3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량실직과 청년실업 등 실업문제 심화(28.0%), 계약직ㆍ용역직 등 비정규직 확대(26.3%)의 순을 보였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통털어 일자리 문제가 54.3%로 절반을 넘은 셈이다.

이와 함께 생계형 창업 증가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 확대가 6.9%를 차지했고, 경제성장 둔화를 꼽은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국민들의 우려는 수치상의 성장률 저하보다 양극화나 일자리 문제,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 실질적인 삶의 질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가혹한 구조조정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은 거의 모든 국가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돼, IMF가 위기의 국민들을 구제하기보다는 이들의 삶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에는 ‘제3의 길’,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2000년대 후반에는 반세계화의 물결이 들불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낳은 깊은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외환위기 발생 20년 후에도 국민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용안정성 강화(31.1%), 양극화 해소(18.4%) 등 IMF가 남긴 깊은 상처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경쟁력 제고도 19.2%를 차지했다.


사회적으로는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신뢰구축(32.7%)과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마련(32.5%)을 가장 많이 꼽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꼽은 응답도 14.4%에 달했다. 이어 국가경쟁력 제고(8.6%), 사회적 통합 강화(5.6%), 안전한 사회구현(5.1%) 순을 보였다.

IMF 외환위기는 거시경제적으로는 과거의 일이지만, 국민들의 일상과 경제생활에 있어선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자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의 덫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자본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숙명인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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