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스토리] 창공에 펼친 '파일럿의 꿈'
“크∼우웅.”
국산 경공격기 FA-50에 시동이 걸리자 주변의 모든 소리가 묻혔다. 순간 앞쪽 조종석에 앉은 주재훈(32·학사 120기) 대위의 음성이 헬멧 안의 교신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오전 8시 성남 서울공항 브리핑룸에서 국민조종사와 공군의 베테랑 조종사들이 처음 만나 임무를 점검했다.
서울공항을 이륙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와 강릉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오는 동선이었다. 기자가 탄 FA-50의 조종간을 잡은 주 대위는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이런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우리 전투기 조종사들끼리는 스스로를 ‘하늘이 받아준 사람’이라고 부르는데, 국민조종사들도 하늘이 잘 받아주는 것 같다”고 긴장을 풀어줬다.
브리핑 후 차량을 타고 활주로로 향했다. FA-50과 KT-1이 출격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 전 간단한 점검절차를 마치고 꿈에 그리던 전투기 조종석에 올랐다. 조종복에 여러 항공장구를 착용한 상태여서 전투기 조종석은 생각보다 비좁았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좌석조절을 할 수 있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조종석 덮개(캐노피)가 닫혔다.

“자, 이제 이륙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내부 인터폰으로 주 대위가 신호를 줬다. “3, 2, 1, 고(go)∼.” 주 대위의 외침과 함께 활주로를 달리던 FA-50이 하늘을 향해 박차올랐다. 전투기가 엔진출력을 최대로 높여 속도를 내자 몸이 좌석 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예전에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맨 김국진씨가 F-16 전투기 탑승체험을 하면서 “전투기가 태양에 꽂히는 줄 알았다”고 한 말처럼,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오른 전투기의 속도에 압도당했다. 서울공항에서 날아오른 전투기가 영동고속도로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자 기체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이륙한 지 7분 만에 도달한 원주 상공에서는 험준한 산맥들 사이로 하얀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강원도로 향하면서 산세는 점차 험해졌지만 곱게 물든 단풍으로 덮여 있어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조종석의 투명한 캐노피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즐기는 사이 어느새 전투기는 강원도 평창에 다다랐다.
전투기는 최고 시속 900∼1000㎞의 속력으로 비행했다. 순간 ‘이런 속도에 익숙한 전투기 조종사들은 자동차 운전은 어떻게 할까’란 엉뚱한 의문이 일었다. 내부 인터폰을 통해 주 대위에게 묻자 “운전을 할 때 과속을 하지는 않는 편”이라면서도 “차가 막힐 때는 ‘아, 전투기 타면 금방 가는데’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웃었다.
FA-50과 KT-1은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까지 편대비행을 하며 이동했다. 2018 평창올림픽을 112일 앞뒀던 이날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알펜시아 상공을 선회하며 항공촬영을 했다. 이후 KT-1 편대는 강원도 춘천 남이섬 쪽으로 향했다.
FA-50 2대는 강릉 상공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이 실제 훈련에서 연습하는 공중 전투·전술임무 기동을 실시했다. 비행 전, 주 대위가 몇 차례나 몸 상태가 괜찮은지 물었던 이유였다. “혹시라도 힘들면 바로 이야기를 해달라”는 주 대위의 당부에 “이왕 해보는 거 최대기동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고 호기롭게 맞받았다. 하지만 이내 온몸으로 전해지는 중력을 견디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 전투 기동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기지복귀)하겠습니다.”

“전투기조종사로 하늘을 날면서도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본능적인 비행기술을 가진 새들처럼 조종기술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늘 고민합니다.” 하늘이 삶의 터전인 새들의 비행까지도 닮고 싶어하는 ‘빨간 마후라’ 주 대위. 이런 파일럿들이 지키는 대한민국의 하늘은 빈 틈이 없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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