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오픈카(뚜껑 열리는 차를 오픈카라고 칭하자)가 대세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오픈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SUV 오픈카까지 나오니 말 다했다.
솔직하게 따지면, 오픈카는 19세기 말이 대세였다. 생각해 보라. 120년 전에는 전부 오픈카였다. 자동차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던 당시에는 뚜껑이 있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이 나라, 저 나라, 서로 언어가 다르고 문화도 다른 각국에서 오픈카를 만들었다보니, 명칭도 제각각이었다. 그 이름들이 물려져 내려오면서 오늘날 오픈카는 로드스터, 스파이더, 카브리올레 등 헷갈리는 이름들이 많다. 이번에 한번 싹 정리해보자.

Phaeton (페이튼)
'컨버터블'은 모든 오픈카 명칭들의 어머니다. 로드스터, 랜들릿, 스파이더 등이 다 컨버터블의 품 안에 있다. 엄마 위에 할머니가 있듯 컨버터블도 '페이튼(Phaeton)'이라는 엄마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오스의 아들로 등장하는 말 이름이기도 하다.
원래 페이튼은 지붕이 없는 마차를 뜻했다. 마차 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 넘어 오면서 '앞유리창과 문이 없는 차'를 지칭하게 됐다. 이후에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지붕이 달리면서 그런 형태를 '페이튼'으로 불렀다.



페이튼은 이후에 실내가 2열 혹은 3열로 구성돼 있거나, 좀 더 넓은 다리 공간이 확보된 고급차를 지칭했다. 비운의 대형세단 폭스바겐 페이튼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다.
Convertible(컨버터블) = Cabriolet(카브리올레)
컨버터블은 주로 미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다른 이름으로는 카브리올레(Cabriolet)가 있다. 앞서 밝혔듯 원래는 둘이 타든 넷이 타든 다 컨버터블이다. 최근에는 양문형에 '4 혹은 5인승' 오픈카에 컨버터블이라는 이름이 공식 명칭으로 붙는다.


지붕을 직물이나 가죽으로 만들면 소프트탑, 철판으로 만들면 하드탑이 된다. 하드탑은 소프트탑보다 안전하지만 여러 개 조각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지붕을 완전히 닫았을 때 잡음이 잘 생긴다. 이것만큼 스트레스도 없다.
때문에 지붕을 그냥 한 조각으로 만들고 날씨 좋을 때 아예 떼어내는 탈착식 하드탑도 등장했다. 한조각 짜리 지붕을 트렁크 속으로 쏙 집어 넣는 형태도 있다. 대신 지붕을 그대로 집어넣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활용에서 손해를 크게 본다. 그런데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자동 탈착식 하트탑? 어쨌든 이것도 하드탑이다.

아무래도 지붕이 없다보니 차가 전복되거나 외부 충격이 전해질 경우, 안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1920년 캐딜락이 처음으로 차체와 지붕이 일체형인 차를 만들면서 컨버터블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게다가 1970년대에 자동차 충돌테스트가 시작되자 컨버터블은 설 자리를 크게 잃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L 같은 일부 고급차만 지붕을 여닫았다.
카브리올레는 컨버터블과 같은 용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브리올레 역시 마차 시대 때 'carbiro(카브리오)'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직물로 된 지붕이 있고, 바퀴가 두개 달린 마차'를 뜻했다.


컨버터블의 대표적인 차는 'BMW 4 시리즈 컨버터블'이 있다. 공식 명칭에 '컨버터블'을 아예 갖다 붙인다. '카브리올레'는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등이 카브리올레라는 말을 쓴다.
롤스로이스에서는 Drophead(드롭헤드)라는 용어를 따로 쓰기도 한다. Dropdown(드롭다운)이라는 말도 있었다.
Roadster(로드스터) / Spyder(스파이더)
로드스터는 미국에서 나온 말이다. 애초에 여행을 위한 말을 지칭하다가, 창문과 문이 없이 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설계된 2(혹은 3)인승 차를 뜻했다. 초기 로드스터는 지붕 조차 없었다. 앞유리도 없었으니 지붕도 없을 수 밖에.

이후에는 유리창과 지붕을 달고 대부분 2사람이 타는 투어러(tourer)를 의미했다. 6기통, 8기통, 12기통에 이르는 거대한 고성능 엔진을 얹고, 편의 장비가 잘 갖춰진 고급차를 지향했다.
실용성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채, 그저 빨리 달릴 수 있는 2인승 차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자동차가 대중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도 고급브랜드가 생산했다.


브랜드에서 '로드스터'로 홍보하는 차 대부분이 하드탑 대신 소프트탑(직물 소재 지붕)을 얹는다. 대표적인 모델로는 부가티 로얄 타입41, 아우디 TT, 미니 로드스터 등이 있다. 그냥 지금은 2인승 컨버터블로 생각하면 쉽다.
스파이더는 로드스터와 같은 말이다. 거미처럼 낮게 땅을 기는듯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스파이더와 로드스터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갖다 붙였다.
대부분 소프트탑 지붕을 얹었지만, 최근 스파이더 이름을 달고 등장한 차들은 하드탑을 좀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페라리 458, 488 스파이더가 대표적.


Targa Top(타르가 탑)
오픈카는 지붕을 개방한 채 전복 사고가 날 경우, 지붕이 있는 차보다 피해가 크다. 70년대 미국에서는 충돌테스트가 시작되면서 오픈카의 위험성이 대두됐다.
오픈카의 개방감과 지붕 있는 차의 안정성을 모두 노린 것이 타르가 탑이다. 탑승자 머리 부분만 지붕을 열고, 그 뒤로는 아치를 집어넣어 전복 시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구조다. 그냥 머리 윗부분만 잘라냈다고 생각하면 쉽다.


포르쉐 911 타르가, 지붕 수납 영상
대표모델은 포르쉐 911 타르가, 로터스 엑시지S 로드스터가 있다. 포르쉐 911 타르가의 경우, 지붕이 뒷유리 밑으로 삽입되도록 설계했다. 뒷유리가 하늘 위로 몸을 들면 지붕이 쏙 들어가는 구조다. 뒷유리가 몸을 들 때, 뒷범퍼 맨 끝지점 보다 더 뒤로 열리기 때문에 지붕을 열고 닫을 때 차 뒷쪽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로터스 엑시지 로드스터의 경우, 여러겹으로 만든 수동식 직물 지붕이다. 수동 중에서도 '상 수동'이기 때문에 지붕을 열려면 차를 세운 뒤 내려서 지붕을 둘둘 말아야 한다. 여성 운전자라면 혼자 지붕을 떼어내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다행히 지붕을 잘 말면 여행용 캐리어보다 작은 트렁크에 수납할 수 있다.



Speedster(스피드스터)라는 단어도 있다. 로드스터와 같은 뜻이지만, 최근 등장하는 스피드스터들은 타르가탑과 은근히 형태가 비슷하다. 단, 타르가 탑의 아치가 사라진 대신 헤드레스트와 연결된 긴 구조를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공기역학적 성능 향상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Landaulet(랜들릿)
랜들릿은 최고급 리무진에 적용된 형태다. 리무진 오픈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단어 역시 마치시대 때부터 이어져 왔다. 뒷좌석 지붕만 천으로 만들어져 여닫을 수 있는 마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보통 국가 정상을 위한 최고급 차를 랜들릿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마이바흐는 62S 랜들릿을 선보인 바 있고,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AMG는 G클래스를 기본으로 한 랜들릿을 선보였다.
안전장치
오픈카는 지붕이 있는 차보다 위험할 수 밖에 없다. 카본으로 된 헬멧은 쓴 것과 머리를 두건으로 감싼것과는 안전성에 큰 차이가 난다. B필러가 없기 때문에 탑승자 머리 측면을 보호하는 커튼식 에어백이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오픈카는 차가 전복됐을 경우, 심각한 인명피해를 낼 수 있다. 때문에 오픈카는 전복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장착하는데 헤드레스트 뒷쪽에 위치하는 아치가 대표적이다. 차가 뒤집어졌을 때 차체를 떠받치기 때문에 탑승자의 머리부위 손상을 최소화 한다.
이런 아치는 2인승 로드스터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스포티한 멋을 내기도 하지만, 4인승 컨버터블에서는 뒷좌석 헤드레스트 뒷쪽에 매립식 구조로 몸을 숨긴다. 최근에는 아치대신 일자형 바로 바뀌는 추세다. 바를 차체 측면으로 밀어두면 2열 시트 폴딩 시 트렁크 공간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복 시 튀어나올 수 있도록 설계됐다. 0.1초 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돌출될 수 있도록 화약을 넣기도 한다. 아무리 이런 장치가 달려도 이들이 사고 시 안전을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오픈카는 최근 랜드로버와 메르세데스-AMG가 SUV로 오픈카를 만들면서 인기 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날이 갈수록 오픈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반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오픈카로 과속질주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