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철의 車 이야기] 나는 '택시운전사' 속 브리사..1974년에 태어났죠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2017. 8. 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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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5·18 민주화 운동을 역사적 배경으로 담아낸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만섭’(송강호)이 모는 택시는 기아차가 빚어낸 1975년형 브리사(Brisa)의 택시 모델이다. 스크린에서 듀엣격으로 나온 1976년형 포니택시와 비교하면 1년을 앞 선 차였고, 당시 완성차 시장에서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대표적 국산 소형 세단 차량이다.

영화 속 브리사, S-1000 모델이다. 브리사 세단의 첫 국내 출시는 1974년이었고 이듬해 브리사 택시가 판매됐다. 통상 완성차 메이커들은 신차 출시후 수 개월 정도 이후 택시 모델 출시 등을 살피게 된다.
1974년형 브리사. 일본 마쓰다의 ‘패밀리아’ 3세대 모델을 베이스로 만든 소형 세단이다.
1973년형 브리사 픽업. 기아산업이 제조한 픽업형 브리사다.

앞서1955년 시발 택시에 이어 닛산과 제휴해 나온 새나라 택시(1962년·블루버드 수입), 신진자동차의 코로나 택시(1966년·토요타 제휴), 1968년 포드와 제휴해 만든 코티나(현대차)가 택시로 나오기도 했지만 모두 시장에 안착되지 못하고 조기에 단종됐다. 반면 브리사는 1970~1980년 초반까지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국내 도로를 날쌔게 돌아다니며 국내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획을 그은 차다.

영화 속 1975년형 브리사 택시 후면부.

■ 만섭이 애지중지한 ‘브리사’

1974년 10월, 국내 첫 승용차로 데뷔한 ‘브리사’는 돌이켜보면 1970~1980년대 초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산 완성차 업계에 ‘국산화 제조’ 가능성을 열어준 실험적 ‘작품’이었다. 배기량은 정확히 985㏄였는데, 영화에서 브리사 전면부 라디에이어 그릴부에 ‘1000’이라는 숫자가 붙여져 있었던 점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브리사는 1970년대 세계 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에 대응하고, 정부의 국민차 생산 계획에 부응하기 위해 일본 마쓰다의 ‘패밀리아’ 3세대 모델을 베이스로 만든 국민 세단이다. 차명인 브리사는 ‘카리브해에 부는 북동 무역풍’, ‘산들바람’을 뜻했다.

원래는 세단이 아닌 픽업차량으로 1973년 8월 선보였는데 이는 기아차의 모태인 기아산업이 경기 광명시의 소하리 공장에 종합 자동차 생산 시설을 완공했지만 승용차 제조 허가를 당시 정부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1년 늦은 1974년 세단으로 출시됐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975년 한 해에만 무려 1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이후 1976년엔 출력을 업그레이드한 87마력에 배기량 1300cc짜리 브리사1300(S-1300·K303)이 출시돼 인기를 누렸다. 1978년에는 파생 모델인 왜건형 브리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1976년형 브리사2(K303)
1977년 ‘브리사2-1300’ 신문 광고 이미지 캡처. 기존 1976년형 모델에서 헤드리이트부가 변형됐다.

하지만 브리사는 1981년 내려진 2·28조치(자동차산업 합리화조치)로 ‘만개’를 못한채 1980년대 초반 단종되고 말았다. 포니보다 높은 ‘부품 국산화율’을 자랑했지만 반강제로 정부가 기아차의 승용차 제조업을 아예 ‘불허’한 탓이었다.

■ 브리사 기술 경쟁력 계보는 누가 이었나 브리사를 통해 기아차는 1970년대 이후 해외 자동차 개발 기술력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봉고’와 카브레타 엔진을 단 ‘프라이드’가 탄생됐다. 배기량을 1300㏄까지 올린 2세대 브리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브리사의 실용성과 경제성을 더한 3세대 브리사는 끝내 제작되지 못한 부분이다. 기아차가 ‘브리사2’에 이어 당시로선 연료효율성 면에서 혁신이라고 할 만한 디젤 엔진을 더한 ‘브리사 디젤’ 양산화 단계를 밟았지만 역시 2·28조치로 프로젝트는 전면 백지화됐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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