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하늘길이 완전히 열리자마자 한국인의 여권은 다시 ‘세계지도 위의 펜’이 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국민 해외관광객 주요 목적지별 통계(2025.03)」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특히 일본, 태국, 베트남이 3강 체제를 굳히며, ‘가깝고 익숙한 나라’ 중심의 여행 트렌드가 이어졌다.
① 일본

2024년에도 가장 많은 한국인이 향한 곳은 단연 일본이었다. 도쿄의 번화가, 오사카의 식도락 거리, 후쿠오카의 포장마차 골목까지—일본은 다시 일상 속 여행지가 되었다.
엔저(円安) 현상으로 여행 비용이 줄었고, 거리상 부담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3시간 거리·3일 여행’ 공식은 여전히 유효했다.
한 달에도 여러 번 일본을 오가는 여행자들이 늘었고, 최근에는 나가노·구마모토·삿포로처럼 소도시 체류형 여행지로 발길이 확장됐다. ‘가깝지만 낯선 일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② 태국

태국은 2024년에도 한국인에게 두 번째로 사랑받은 여행지였다. 방콕의 야시장, 푸껫의 바다, 치앙마이의 사원들—이 모든 풍경이 한 나라 안에 있다.
무비자 입국 정책이 연장되면서 장기 체류가 가능해졌고, 리조트형 숙소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특히 ‘힐링 여행’과 ‘가성비’라는 두 단어가 태국의 여행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요가·마사지·디톡스 프로그램 등 웰니스 여행이 급성장했고, 젊은 세대뿐 아니라 부모님을 위한 효도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았다.
③ 베트남

베트남은 3위를 차지하며, 한국인 여행객의 ‘실속 여행’ 본능을 자극했다. 다낭과 나트랑, 하노이, 호찌민 등은 각각의 색을 지닌 도시로, 단체 관광뿐 아니라 자유여행객에게도 매력적이었다.
2024년부터 전자비자 제도가 확대되면서 입국 절차가 빨라졌고, 가족 단위의 리조트 여행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다낭은 ‘3대 효도 여행지(다낭·세부·후쿠오카)’로 꼽히며 중장년층 사이에서 각광받았다.
물가가 낮고 리조트 시설이 수준 높아, “짧게 가도 완벽히 쉰다”는 평가를 받는다.
④ 중국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제한됐던 중국 여행은 2024년부터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뿐 아니라, 연태·칭다오 등 한인 친화 지역도 가족 여행지로 다시 부상했다.
양국 간 단체 관광이 재개방되며, 출장과 가족여행이 동시에 늘었다. 특히 ‘비즈니스 겸 여행(Bleisure)’ 형태가 두드러졌다. 출장을 가서 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 패턴이 늘어나며, 중국은 다시 ‘가까운 해외’의 자리를 되찾았다.
⑤ 필리핀

필리핀은 올해 처음으로 TOP 5에 진입했다. 세부, 보라카이, 마닐라 등은 따뜻한 기후와 합리적인 물가 덕분에 가족 단위 여행객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어학캠프+리조트형 가족 여행’이라는 독특한 형태가 인기를 끌었다.
필리핀은 항공 노선 확장도 빠르다. 인천–세부 노선은 하루 최대 10편 이상으로 늘었고, 최근엔 ‘보홀’과 ‘팔라완’ 같은 신흥 휴양지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24년 필리핀은 “휴식과 교육이 공존하는 여행지”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⑥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그중에서도 발리(Bali)는 여전히 ‘로맨틱 휴양지’의 대명사다. 2024년에도 발리는 한국 신혼부부들의 선택 1순위로 꼽혔다. 울루와투 절벽, 세미냑의 선셋 비치, 짐바란의 시푸드 거리까지 바다는 여전히 평화롭고, 리조트는 한층 더 세련돼졌다.
예전엔 단순히 휴식 중심의 여행이었다면, 요즘 발리는 ‘명상·요가·감성 리트릿 여행’으로 진화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 관광 정책’으로 지속 가능한 리조트 개발이 활발해, ‘조용한 럭셔리’라는 키워드와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⑦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2024년 들어 급부상한 가족 여행지다. 코타키나발루, 쿠알라룸푸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청정 자연 + 안전한 치안 + 합리적 물가’라는 3박자가 맞물렸다.
특히 코타키나발루는 ‘아이 동반 가족여행지’로 큰 인기를 얻었다. 1일 1회 석양이 질 때마다 바다가 금빛으로 물드는 ‘선셋 크루즈’는 SNS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의 필수 인증 코스로 자리 잡았다.
조용하면서도 다채로운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말레이시아는 이제 ‘제2의 세부’로 불린다.
⑧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언제나 깔끔하고 정돈된 여행의 표본이다. 2024년에도 싱가포르는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서 수많은 환승 여행객을 품었고,
단기 체류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센토사, 가든스바이더베이 등은 ‘짧지만 강렬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이 늘면서, 교육형 테마파크와 과학관 방문객 수도 크게 증가했다.
싱가포르는 화려한 쇼핑보다 ‘정돈된 도심 속 힐링’이란 이미지로 변모하고 있다.
⑨ 홍콩

한때 코로나와 시위로 인해 한동안 외면받던 홍콩이 다시 살아났다. 침사추이의 야경, 소호 거리의 감각적인 바, 몽콕의 재래시장까지 도시의 리듬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항공편 정상화와 함께 홍콩디즈니랜드와 빅토리아피크를 찾는 가족여행객이 크게 늘었다. 또한 환율 이점과 쇼핑몰 재개장으로 ‘쇼핑여행의 본고장’이라는 타이틀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홍콩의 매력은 여전히 “밤”에 있다. 낮에는 문화, 밤에는 빛과 음악이 공존하는 도시 홍콩은 그 찬란함으로 다시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⑩ 캄보디아

마지막 10위는 캄보디아다. 한때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였던 이곳은 이제 문화유산 중심의 여행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앙코르와트, 앙코르톰, 타프롬 사원 등 고대 문명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공간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특히 2024년 이후, ‘저비용+깊이 있는 여행’을 찾는 중장년층 여행객이 늘면서 시엠립은 다시금 인기의 불씨를 되살렸다. 현지 가이드 투어나 불교 명상 여행 프로그램도 증가해, 캄보디아는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여행지’로 평가받는다.
가까움보다, 머무는 깊이가 중요해진 시대

2024년 한국인의 여행 패턴은 한마디로 ‘실속과 체류의 균형’이었다. 가까운 나라를 선택하되, 단순히 보는 여행이 아니라 머무는 여행을 택했다. 2025년의 트렌드는 이 방향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 것이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머무느냐” 이제 한국인 여행의 중심은 ‘거리’가 아니라 ‘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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