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美에 벤처투자사 ‘인피니티’ 설립…조세피난처 ‘델라웨어’ 택했다
GS그룹이 미국 델라웨어주에 스타트업 투자 전문 법인을 설립한다. GS그룹은 이미 GS퓨처스, GS벤처스 등 투자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신설 법인도 기존 회사들과 역할은 비슷하다. 다만 세무신고의 편의성 때문에 델라웨어에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델라웨어는 기업 입장에서 세법이 유리해 국내외 많은 대기업들이 법인 설립지로 택하는 지역이다.
㈜GS는 지난 4월1일 델라웨어주에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 전문 법인 'GS인피니티(Infinity)'를 설립했다. ㈜GS는 법인 설립 목적을 “신기술 도입 및 혁신 추구”라고 밝혔다.
GS인피니티는 ㈜GS가 지분율 100%를 보유하는 형태로 설립됐다. 설립 초기로 투자 방식과 대상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GS 관계자는 “출자 규모와 현지 담당자는 대외비이며 투자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이미 GS퓨처스와 GS벤처스 등을 통해 글로벌 각지에 투자하고 있다. GS퓨처스는 허태수 GS그룹 회장 취임 직후인 2020년 설립돼 실리콘밸리 등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신기술 탐색과 투자를 벌여왔다. 지금까지 투자한 사례만 약 70여건이며 금액은 1억2000만달러에 이른다.
GS그룹은 또 2022년 대기업 지주사 최초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GS벤처스를 설립했다. GS벤처스는 Seed ~ Series B 단계에 있는 국내 기업 및 이스라엘‧동남아 기술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업체다. 대표이사는 GS그룹 오너 4세인 허준녕이 맡고 있다.
GS그룹이 이미 글로벌 투자사를 보유했음에도 델라웨어에 별도 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세무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GS 관계자는 “세무신고의 편의성 때문에 별도로 델라웨어에 법인을 만들었다”며 “다른 그룹들도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델라웨어주는 세법과 회사법이 기업에 유리한 곳으로 유명하다. 2020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 중 67.8%(339개사)가 법인을 둘 정도로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법인이 인구 100만명에 불과한 델라웨어주에 몰려 있다.
델라웨어는 법인 등록을 주의 산업으로 키워냈다. 델라웨어주 법인세율은 8.7%다. 다만 회사가 이곳에서 사업을 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델라웨어에 등록된 법인은 지주회사 형태이며 법인을 설립한 뒤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한다.
델라웨어는 또 무형자산에도 과세하지 않으며, 법인 설립도 저비용으로 빠르게 가능하다.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이 없으며 이사회 구성도 자율이다. 쉽게 말해 1인 이사회가 가능한 셈이다.
또 이사가 내린 경영상 판단에 대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고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이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없다. 오히려 이사가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게 사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면 정관을 통해 경영책임을 포괄적으로 면제해준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상 자유가 보장되는 셈이다.
GS인피니티는 델라웨어 법인 설립 대리인으로 ‘더코퍼레이션트러스트컴퍼니(THE CORPORATION TRUST COMPANY)’를 내세웠다. 이 회사는 델라웨어에서 법인 등록대리점 서비스를 제공한다. 델라웨어주에 실제 사무실이 없어도 현지 주소로 등록된 대리인을 통해 법인을 만드는 방식이다. 주소는 '1209, 노스오렌지스트리트, 윌밍턴, 델라웨어(North Orange Street, Wilmington, Delaware)'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네이버 웹툰 스튜디오가 이곳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애플, 월마트, 버라이즌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곳에 회사를 등록해 법인을 운영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델라웨어가 조세피난처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델라웨어의 법을 악용해 페이퍼컴퍼니를 쉽게 만들고 세제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돈세탁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델라웨어 1209, 노스오렌지스트리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탈세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