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애가 사라진 자리, 떠오른 낯선 이름
북한의 후계 구도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22년 말 처음 공개 석상에 등장한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2025년까지 미사일 시찰, 군 창건일 행사, 신형 전차 조종 영상 등을 통해 꾸준히 후계자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2024년 7월 국정원은 공식적으로 "북한이 김주애의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정은 다음 북한의 지도자로 전혀 다른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아버지가 암살당한 뒤 9년째 해외를 떠돌고 있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다.

아버지를 죽인 삼촌의 나라, 그가 후계자로?
김한솔은 1995년생으로 현재 만 30세다.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의 아들로, 부계 혈통만 따지면 김일성의 장남 김정남의 장남이라는 이른바 '백두혈통 직계'에 해당한다. 2017년 2월 아버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화학무기 VX 공격으로 암살되자, 김한솔은 반북 단체 '천리마 민방위'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망명했다.
망명 직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스스로 신분을 밝히며 가족의 안전을 공개 확인했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2026년 2월 기준 일부 언론은 현재 미국이 그의 신변을 보호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김한솔 본인은 보스니아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Sciences Po)에 입학했으며, 언론 인터뷰에서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모른다", "통일을 꿈꾼다"는 발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주애의 한계, 김한솔이 카드로 떠오르는 이유
전문가들이 김한솔을 잠재적 후계 카드로 주목하는 배경에는 복수의 구조적 요인이 있다. 첫째는 김주애의 나이와 성별 리스크다. 현재 13세 전후로 추정되는 김주애는 계속 공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북한처럼 보수적인 군부 중심 체제에서 미성년 여성 지도자는 전례 없는 도전이다.
국정원도 "북한 당국이 주민 반응을 의식해 선전 수위와 노출 빈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김정은의 건강 문제다. 비만과 당뇨, 고혈압이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체제가 급박한 권력 공백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셋째는 혈통 정통성이다. 김주애가 아직 어린 경우, 군부가 권력 공백 상황에서 상징적 정통성을 갖춘 혈통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논리다. 만 30세의 김한솔은 나이 면에서 정치·군사 기반을 갖출 수 있는 시기에 해당한다.

김여정이 있는데, 그래도 김한솔인가
물론 현실적 장벽도 높다. 김정은 체제에서 실질적 2인자로 자리 잡은 김여정은 노동당 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남·대외 정책의 핵심을 틀어쥐고 있다. 다만 김여정 역시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후계보다는 섭정 역할로 기능하는 구조에 가깝다는 점에서 직접 후계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평가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 발생 시 김한솔이 군부와 보위부를 중심으로 백두혈통 상징성을 앞세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체제 위기가 현실화됐을 때의 시나리오다. 북한의 후계 구도는 김정은이 직접 통제하는 블랙박스에 가깝다. 김주애 활동이 계속되는 현재 상황에서 김한솔 카드는 위기 대비용 예비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