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정부 반도체산업 탈 수도권 추진, 구미에 호재…반도체 경쟁력 고려, 비수도권 분산배치 마땅
구미,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전력·용수·환경 인프라 갖춰

정부는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를 갖고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남 광주(첨단 패키징)와 부산(전력반도체), 경북 구미(소재·부품)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하겠다"며 반도체산업의 탈 수도권 전략을 구체화했다는 데 있다.
광주는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해 반도체 패키징 허브로, 부산은 8인치 실리콘카바이드(SiC) 실증팹 확충과 전력반도체지원단 설립을, 구미는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등 실증 인프라를 확충해 R&D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앞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고,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근무인력에 대한 유연한 노동시간 적용과 투자 지원금 확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이는 그동안 추진해 온 수도권 집중형 반도체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분산배치 절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토지 보상과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지연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최근 전북 등을 중심으로 지방 분산배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전북도의회 지역균형발전특위는 토론회를 열고 "이미 수도권 전력망이 구조적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전국 곳곳에 송전선로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용인산단을 새만금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SK와 삼성전자 이전이 어렵다면 적어도 용인의 1단계 사업은 유지하되 2단계 및 3단계 사업은 호남과 영남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시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반도체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KEC를 시작으로 현대·LG·SK하이닉스·메가나칩 등 국내 반도체팹 기틀을 다져온 구미국가산단이 소재·부품단지에 만족할 게 아니라, 대기업 반도체팹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구미시와 지역사회·시민단체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선정할 당시 구미 유치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구미 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인 용인으로 결정됐다.
이후 구미시는 다각적인 노력 끝에 2023년 7월 반도체 핵심소재·부품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구미반도체 특화단지는 시비 150억 원을 들여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반도체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구축사업(396억 원)과 첨단 방위산업용 시스템반도체부품 실증기반 구축사업(167억 원),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300억여 원), 반도체 장비 챔버용 소재·부품 제조 및 검증 테스트베드 구축사업(350억 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 구축사업(9천265억 원)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도시의 비약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삼성과 SK 등 대기업의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력·용수·환경 인프라 갖춘 구미가 적지
사실 구미시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를 이미 상당 부분 갖췄다. 구미의 하루 용수 공급능력은 약 32만8천㎥로 현재 공급 가능량의 23%만 사용하고, 77%의 공급여력이 남아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공업용수(초순수)를 하루 2천400㎥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폐수 처리용량도 하루 53만㎥ 이상으로, 2050년 예상되는 하루 공장폐수량 30만㎥를 훌쩍 넘어선다. 이처럼 반도체 공정에서 요구되는 대규모 물 사용량과 환경부담을 흡수할 수 있다.
안정적 공급이 필수인 전력 인프라 역시 뛰어나다. 구미는 현재 전력 사용량(963만㎿h)이 경북 전체 발전량(8천984만㎿h)의 10% 수준에 불과해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여기에 올해 천연가스발전소가 완공되면 전력 자립률이 6%에서 30%까지 상승할 전망이어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수요를 비교적 단기간에 대응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장기적 인프라 구축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용인 클러스터는 2053년까지 10GW 이상의 추가 전력 공급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LNG발전소 신설과 광역 송전선로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하루 133만t 규모의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통합용수사업 역시 본격 가동 시점이 2031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건을 고려할 때 수도권에 모든 생산능력을 집중하기보다 구미처럼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분산 배치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공급망이 한 지역에 집중될 경우 인·허가 지연이나 전력·용수 차질이 발생하면 국가 전체 반도체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을 줄이고, 지산지소 실현을 위한 논의가 전북을 중심으로 활발한 가운데, 대구와 경북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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