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중 4명만 정답' 수능 문제…"난이도 널뛰기" 지적

김정현 기자 2022. 11.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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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사회탐구 사회·문화 10번, 정답률 2.5~4%
전문가 "사회탐구서 이런 정답률 처음 봐"
수학 '공통과목' 22번도 정답률 4~9% 수준
2019학년도 수능 때는 평가원장까지 사과
"점수보다 운이 더 큰 변수로 작용" 비판도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7일 부산 남구 대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2만7600여 명의 수험생이 17일 67개 시험장(별도 2곳, 병원 4곳 포함)에서 수능 시험에 응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11.22. yulnet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 10% 미만 최악의 정답률을 보인 문항으로 사회탐구 사회·문화 10번, 수학 22번이 꼽힌다.

정답률이 극히 낮은 수능 문제를 교육계에서는 '킬러 문항'이라 일컬으며, 지난 2018년에는 출제 당국 수장도 난이도 조절 실패를 시인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올해도 출제 당국이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피하려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난이도 널뛰기', '실력보다 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EBS, 메가스터디 등이 수능 수험생들이 직접 입력한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문항별 정·오답률 통계를 보면, 사회탐구영역 사회·문화 10번을 맞힌 학생은 EBS 2.5%, 메가스터디 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문제를 맞힌 수험생이 많아야 100명 중 3~4명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22. ppkjm@newsis.com

해당 문항은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비를 연령대별로 나열한 도표를 제시한 뒤, 계산을 통해 5개의 선택지 중 옳은 분석을 제시한 내용을 고르는 내용이다.

EBS의 해설을 보면, 해당 문항은 20대 남성 평균 임금을 100으로 가정하고 연령대별 남녀 평균 임금과 그 차이를 각각 구한 뒤 선택지 내용을 추론해야 한다.

통상 학원가에서는 탐구 영역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문항별로 1~2분 안에 정답을 골라야 한다고 가르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숨은 비례관계 수식을 찾아내기 어렵고, 주어진 표에서 한 번 더 꺾어서 생각하는 함정이 있다"며 "이런 방식을 알고 풀었더라도 최소 5분 이상 걸렸을 문제"라고 분석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탐구 영역에서 한자릿수 정답률이 나오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탐구에서 이렇게 정답률이 낮은 문제는 처음 봤다"라며 "사회탐구는 올해 갑자기 어려워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난이도가 지난해와 비교해 갑자기 '널뛰기'를 했다는 이야기다.

[세종=뉴시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영역 사회·문화 10번.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2022.11.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통+선택과목' 형태로 치러지는 수학 영역에서는 모든 수험생들이 맞닥뜨리는 공통과목(수학Ⅱ) 마지막 문제인 22번이 초고난도 문항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문제는 미분계수의 정의와 연속성을 이용, 문제에서 제시된 조건에 맞는 함수의 값을 구하는 것이다.

수학은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치른다. 주로 이공계열 지망자가 택하는 '미적분'이 '확률과 통계' 선택자들보다 정답률이 높았다.

'미적분' 선택자를 기준으로 수학 22번의 정답률은 EBS 5.5%(오답률 94.5%), 메가스터디 9%였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EBS 5.5%, 메가스터디 4%였다.

종로학원이 수능 당일 수험생들과 같은 시간표로 학원에서 문제를 풀도록 한 예비 고3(고2) 616명의 정답률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학 22번의 정답률은 '미적분' 10.9%, '확률과 통계' 8%였다.

또한 당일 '기하'를 선택해 문제를 풀었던 예비 고3 수험생은 모두 해당 문제를 맞히지 못했다.

임 대표는 "주어진 조건의 단서를 갖고 정답에 이르게 하는 추론이 어렵다"며 "미분의 변곡점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3차 함수의 비례 관계를 포함한 특징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남 소장은 "수학Ⅱ 범위에서는 매년 어려운 문제가 나온다"며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공통과목을 어렵게 내야 과목간 표준점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 22번 문항.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2022.11.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능 '킬러 문항'은 출제 당국 수장도 수험생들에게 고개를 숙였을 정도로 매년 뜨거운 논란의 소재가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이다. 지문과 문항의 길이가 너무 길고 내용이 어려워 출제 범위를 넘어섰다는 논란이 있었다. 시민단체에서 학부모와 함께 교육부·평가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채점 결과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이듬해인 2019년 3월 수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올해 수능 당일에도 박윤봉 출제위원장은 "(수학 영역은) 종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지나치게 어려운 문항은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상위권을 가려내기 위한 어려운 문제의 필요성이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풀이보다 '찍기' 등 운에 의존하게 된다며 우려한다.

남 소장은 "최근 수능은 정답률이 80~90% 되는 문제들이 절반 가까이 되면서 최상위권을 변별해 내기 위한 고난도 문제를 낸다"며 "고난도 문제를 1~2개만 출제하는 것은 지양해야(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정답률이 10% 미만이라는 것은 90% 이상은 사실상 (문제 풀이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라며 "통합수능 체제로 시험을 보고 나서 자신의 위치도 파악이 안되고, 교차지원 가능성으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점수보다 운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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